[아침을 열며] 대통합과 ‘유 + 심 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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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2   |  발행일 2017-05-22 제30면   |  수정 2017-05-22
협치나 연정 불가피한 정국
뿌리 같은 국민의당과 협력
유승민·심상정 철학 수용땐
문재인정부 스펙트럼 확장
생산적인 대통합 시대 가능
[아침을 열며] 대통합과 ‘유 + 심 칩’
김윤상 경북대 석좌교수

탄핵 정국을 거쳐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까지 드러난 극심한 정치적 분열을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또한 유력 대선 후보들도 지적했듯이 경제적 불평등 해소는 이 시대의 중요 과제다. 두 문제는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묘수가 있다.

정치적 분열은 주로 안보와 시장경제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생긴다. 안보 측면에서는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강조하는 강경파, 대화와 설득을 중시하는 유연파가 있다. 시장경제 측면에서는 자유를 중시하면서 각자 시장을 통해 자기 생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시장파, 평등을 중시하면서 복지 확대를 통해 사회연대를 이루어야 한다는 복지파가 있다.

생사에 관한 문제인 안보는 현실 정치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는 이슈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감정을 누르고 이성의 힘을 조금이라도 발휘해보면 강경파와 유연파는 둘 다 전략상의 장단점이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본질적인 대결 구도는 시장파와 복지파 사이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복지를 개미의 돈으로 베짱이를 먹여 살리는 것으로 이해하는 시장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 친화적 복지가 가능하다면 이 문제는 해소된다. ‘시장 친화적’이란, 소극적으로는 시장의 작용을 저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는 왜곡된 시장을 정상화한다는 뜻이다.

시장파의 이론적 근거는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가진 주류경제학인데 ‘지대 추구’ 이론도 그 일부다. 지대란 ‘인위적으로 형성된 비생산적인 지불금’이라고 정의된다. 예를 들어 정부가 특정 기업에 독점권을 부여하고 그 기업이 독점권 덕에 비정상적인 이익을 챙긴다면 그 초과액이 지대가 된다. 지대는 공연히 지급된 돈이자, 굳이 지급하지 않아도 경제 효율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소득이다. 그러므로 국민이 지대를 얻으려고 경쟁을 벌이면 경쟁 비용만 낭비되고 누군가 지대 소득을 얻게 되면 부당한 경제적 불평등이 발생한다.

이런 딱딱한 교과서적 설명을 피해 생활과 가까운 예를 들자면 부동산 불로소득을 생각하면 된다. 일부 국민이 부동산으로 재산을 늘릴 경우 나라가 좋아질까? 아니다. 생산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고 분배가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심한 경우에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처럼 경제는 심한 몸살을 앓고 저소득층의 처지가 극도로 악화된다.

이런 이론을 근거로 시장파와 복지파가 연합할 수 있다. 지대를 취할 수 있는 지위 내지 자격은 특권이다. 특권 중에는 공익을 위해 부득이 인정해야 하는 특권도 있고 없애려 해도 현실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특권도 있다. 공인된 특권으로는 토지소유권, 비공인 특권으로는 학벌특권, 정규직특권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권은 적을수록 좋겠지만 어떤 경위로든 특권이 존재한다면 특권이익 즉 지대라도 환수하여야 한다. 그러면 부당한 불평등도 예방하고 이상적인 복지 재원도 마련할 수 있다.

환수된 특권이익은 국민의 것이다. 누구나 균등한 지분을 가지는 특권이익을 재원으로 하는 복지에 대해서는 시장파도 반대할 근거가 없다. 베짱이가 개미의 돈이 아니라 자기 돈으로 먹고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을 필자는 ‘좌도우기’(左道右器)라고 부른다. 좌파(복지파)가 추구하는 이상을 우파(시장파)도 동의하는 방식으로 달성한다는 뜻이다.

현 정국은 여소야대로 협치 내지 연정을 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정부가 이런 상황을 잘 이용하면 오히려 대통합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감정적인 앙금만 극복한다면 뿌리가 같은 국민의당과의 정책 협력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시장파에 가까운 바른정당 및 복지파에 가까운 정의당과도 좌도우기를 매개로 하면 국정을 같이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아직 논외로 해야 할 듯하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실제 득표율 이상으로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낸 유승민과 심상정의 국정철학, 즉 ‘유+심 칩’을 수용하면 새 정부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다. 그러면 문재인정부는 정치 생태계의 다양성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생산적 대통합의 시대를 열 수 있다.김윤상 경북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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