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다육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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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2 07:58  |  수정 2017-05-22 07:58  |  발행일 2017-05-22 제22면
[문화산책] 다육식물
서승은 <한국화가>

나에게는 ‘다육식물소녀 화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다육식물과 소녀를 붙여서 창조된 신비로운 소녀가 등장하는 나의 그림이 몇 년 전 국내 아트페어를 통해 많은 분에게 알려지게 되면서부터였다.

대학 시절부터 초현실주의적 장르의 작업을 좋아하여 몽환적인 모습의 독특한 소녀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동물의 모습을 즐겨 그렸다. 2014년 장미와 소녀를 함께 그려 탄생하게 된 ‘Happy Flower’ 작품이 모티브가 되어 다육식물을 접붙인 소녀 시리즈를 그리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탄생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선인장과에 속하는 ‘다육식물’을 대부분의 사람은 친근한 표현으로 ‘다육이’라고 부른다. 어릴 때부터 꽃과 나무를 좋아한 나는 10년 전쯤 다육식물을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 보는 신기한 모양과 아름다운 색감의 매력에 흠뻑 빠져 다육이 마니아가 되었다.

다육이는 각양각색의 사람처럼 다양한 매력을 가진 식물이다. 사실 꽃 모양의 다육식물은 실제 꽃잎이 아닌, 변형된 모습의 잎사귀가 모여있는 형태인데 마치 꽃처럼 형태를 갖추고 화려한 색감을 보여주고 있다.

다육이의 종류도 매우 다양한데, 그것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며 진화와 변이를 거듭한 과정의 성과물이라고 한다. 이런 부분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변형하고, 창조하는 미술 작업을 하는 나를 자극시키고 나에게 설렘을 안겨줬다.

그런데 진정으로 나를 가장 감탄하게 만든 것은 바로 다육식물의 놀라운 생존력이다. 물이 거의 없는 사막에서도 잎 속에 저장해둔 수분으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어나가며 싱싱한 잎을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또 꽃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실제로는 꽃이 필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인고의 시간 속에서 적당한 시기가 되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이런 모든 부분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난 오랫동안 이들을 키워오면서 그런 강인한 생명력에 감탄을 했고,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강인함을 내 작품의 가녀린 소녀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고 수많은 스케치 작업을 통해서 지금의 다육식물소녀 시리즈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슬퍼보이고 연약하게만 보이던 나의 작품 속 소녀의 모습은 이제는 내적 강인함 속에서 희망과 행복한 결실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겪어 왔던 수많은 역경 속에 생겨난 내면의 상처를 생명력 강한 다육식물이 긍정과 희망으로 치유해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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