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자아존중감

  • 최은지
  • |
  • 입력 2017-05-22 07:48  |  수정 2017-05-22 09:09  |  발행일 2017-05-22 제18면
“자신을 잘 모르는 시기, 스스로를 믿는다면 꿈 찾을 것”
20170522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꿈과 목표에 대한 수업의 한 장면입니다. 동기 유발 자료로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사진을 보여주면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이 배는 항해하고 있나요? 표류하고 있나요?” 여기저기서 “항해요!” “표류요!” 하는 대답이 들려옵니다. “항해와 표류의 차이는 뭘까요?” “항해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고 표류는 목적도 없이 이리저리 헤매는 것이에요.” 참으로 기특한 대답을 합니다. “그럼 이 배를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의 배는 항해하고 있나요? 표류하고 있나요?” 그러자 “항해요!”라는 대답보다는 “표류하고 있어요”라는 목소리가 더 많이 들려옵니다. 그때 현이가 손을 들어 말합니다. “6세 때 저는 아침마다 커다란 소리를 울리며 골목길을 찾아오는 쓰레기 수거차를 보면서 ‘나는 커서 쓰레기 수거차가 될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14세인 지금은 되고 싶은 게 없어요.” 현이 말이 괜시리 슬프고 짠해서 한참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무 윗동아리도 물 주니 예쁜 꽃피워
어떤 게 좋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스스로 격려하고 삶을 소중히 여겨야

2월 말에 집에서 요리를 하려고 무 윗동아리를 싹둑 베어냈습니다. 싹도 나지 않은 그 무 윗동아리를 음식 쓰레기통에 넣을까 하다가 물을 부은 조그만 그릇에 담아 주방 창가에 얹어 두었더랬습니다. 얼마 뒤 싹이 돋아나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줄기가 올라오더니, 이 얇은 무가 급기야 별 모양의 아름다운 하얀 꽃을 피워내었습니다. 5월 초인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해 마지막 줄기, 마지막 꽃가지를 키우고 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물만 줄 뿐인데 말입니다. 하도 신기하고 놀라워 사진을 찍어서 수업 시간에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만약 그 무를 음식 쓰레기통에 넣어 버렸으면 어땠을까?” “잎도 전혀 없던 그 무 윗동아리는 자신이 그렇게 아름다운 흰 별꽃을 피워 낼 줄 알았을까?” 굉장히 숙연해지는 수업이었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14세의 너희들은 싹둑 잘린 무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를 수 있다. 아직은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너희들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잠재 가능성을 발견해 보려고 노력해라. 스스로를 믿어 주고 스스로 존중해라.”

자아존중감(自我尊重感, self-esteem)이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입니다. 르네 마그리트라는 벨기에 화가가 있습니다. 그가 그린 ‘천리안’에는 어떤 화가가 테이블 위 알을 보고 새를 그리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그림 속의 남자는 알에서 새를 봅니다. 그런데 저는 이 그림이 마치 학생들의 자아존중감을 키우기 위해 고민하는 교사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그림은 저에게 무한한 책무성을 일깨워 주면서 ‘각성하라! 각성하라!’ 외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이 더 큰 날개로 세상을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미래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지지하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저의 지나친 감상일까요?

나의 꿈 & 꿈 너머 꿈 쓰기 시간을 보낸 다음 수업 시간, 학생들이 둥글게 앉았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오붓한 ‘나의 꿈 작은 발표회’를 열었습니다. “저의 꿈은 인터넷 방송인입니다. 저는 방송을 잘하기 때문에 인터넷 방송을 하여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 주고 재미를 주고 싶습니다. 동시에 저의 행복을 찾고 싶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방송인 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에게 제 방송을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나의 꿈은 수의사입니다. 수의사가 되면 내가 좋아하는 동물도 볼 수 있고 생명도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생명을 지키고 동물을 사랑하는 가치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제 꿈은 안과의사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눈이 불편해서 유난히 눈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커서 안과 의사가 되면 아프리카나 재난 현장에 가서 힘들고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저는 가족과 친구와 친하게 지내면서 유치원 교사라는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도덕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남을 최대한 배려하고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의 저의 꿈은 축구 선수, 경찰, 소방관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5학년부터 의사가 되고 싶은 꿈이 새로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멘토인 장기려 선생님처럼 훌륭한 의사가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 분처럼 어렵고 불쌍한 사람들을 치료하고 따뜻한 정을 베풀면서 살고 싶습니다. ”

자신의 꿈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과 꿈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사람은 분명 다를 것입니다. 또한 생각하기만 한 사람과 그 꿈을 자신의 공책에 적어 본 사람은 또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 꿈을 적기만 한 사람과 자신 있게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해 본 사람의 삶을 대하는 태도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 활동이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길 소망합니다.

신현숙<화원중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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