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의 ‘돈봉투’, 자체 감찰보다 수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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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0   |  발행일 2017-05-20 제23면   |  수정 2017-05-20

‘돈 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19일 각각 부산고검과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가 내려지자 황급히 사의를 표명했으나, 청와대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박근혜정부 때 국정원 댓글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하다가 좌천됐으며, 박영수 특검에서 수사팀장을 맡기도 한 전형적인 ‘강골 검사’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이 그를 발탁한 것은 검찰의 인적 쇄신은 물론 강도 높은 부정부패 수사로 적폐 청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도 바람직하다. 특히 지난달 21일 법무부 간부와 검사들 간에 있었던 돈 봉투 만찬 사건은 검찰개혁이 왜 필요하지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수사본부장이었던 이 전 지검장과 ‘우병우 사단’의 멤버로 사실상 내사 대상자인 안 전 검찰국장이 부하직원들을 대동하고 술자리를 가진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더구나 이 자리에서 70만∼100만원이 든 돈 봉투가 격려금 명목으로 오갔다니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이는 도덕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영란법 위반은 물론 횡령이나 뇌물죄 적용도 가능한 명백한 범죄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이 드러나자 법무부와 검찰은 ‘관행’이어서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는데, 참으로 어이가 없다. 여전히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엘리트 권력 집단의 일그러진 민낯을 보는 듯하다.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이 합동감찰반을 구성했으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새 정부의 눈치는 보겠지만 오랜 기간 굳어진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무부와 검찰의 자체 감찰만으로 돈 봉투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연루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이 때문에 국민의 불신을 씻으려면 감찰 결과와는 별도로 대대적인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이번 기회에 돈 봉투의 출처로 추정되는 특수활동비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특수활동비란 명목으로 국민 혈세를 마치 제 쌈짓돈처럼 쓰는 파렴치한 관행을 언제까지 두고만 봐야 하는가. 이번 돈 봉투 사건이 검찰개혁을 넘어 공직사회 전반의 구태를 척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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