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시작한 미술·연극, 직접 전시·공연도 하죠”

  • 최미애 유승진 손동욱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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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0   |  발행일 2017-05-20 제3면   |  수정 2017-05-20
문화예술 생산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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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동호회 ‘빈센트’ 회원들이 대구 봉산문화거리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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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 극단 에테르의 꿈 연습실에서 일반인 연극 워크숍 참가자들이 신체 연기를 연습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예술에 직접 ‘손대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의 작품에 감탄만 하지 않고, 감동을 생산하겠다며 붓을 잡고 악기를 연주한다. 어려워 보이는 예술이지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한 단계씩 밟아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극과 미술을 배우고, 직접 공연과 전시도 하는 생활예술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취업 준비나 직장 생활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도 그만이다. 예술이 무미건조하고 팍팍한 삶의 활력소이자 즐거움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미술과 연극동호회에서 예술을 배우는 ‘일반인’들을 만나봤다.

미술·연극동호회‘생활예술인’속속 등장
전문가 지도로 실력 쌓고 유대관계도 맺어
“예술, 무미건조한 삶의 활력소이자 즐거움
열정과 의지만 가진다면 누구나 예술가”

◆ 미술을 통한 소통

지난 16일 오후 8시 대구 봉산문화거리에 위치한 문화공장. 그림 도구를 손에 쥔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수채화를 그리거나 태블릿PC를 보면서 그림 혹은 일러스트를 그렸다. 서로의 그림을 보고 칭찬하기도 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들은 미술 동호회 ‘빈센트’의 회원들이다.

‘빈센트’는 2012년에 만들어진 미술 동호회로, 이름은 화가 빈센트 고흐에서 따왔다. 회원은 15명 남짓. 대부분 30~40대 직장인들이다.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5년을 활동한 동호인들도 있다.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다른 이들이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이곳에 모이는 이유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 그림 지도는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배지영씨(41)가 맡는다. 그는 “직업으로서의 그림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유대관계도 맺고 즐겁게 그림을 대할 수 있어 매우 보람차다”고 말했다.

빈센트 동호인들의 그림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박미정씨(40)는 “원래 공예를 했었는데, 아이 셋을 낳고 포기하게 됐다. 아이의 엄마로만 살다가 꿈이었던 미술을 하고 싶어 이곳에 오게 됐다. 학원과 달리 이곳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곳에서 실력을 키워 꿈이었던 미술작가로의 데뷔를 꿈꾸고 있다.

‘빈센트’에 들어온지 3개월된 주승희씨(37)의 꿈은 만화가다. 어릴 적 부모의 반대로 회사를 다니지만 만화가로의 꿈을 놓치고 싶지 않아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주씨는 “혼자서도 그려봤지만 아무래도 능률이 오르지 않아 이곳을 찾게 됐다. 다른 사람들과 내 꿈과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하다보면 왠지 모를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빈센트 동호회 회원들은 그림을 그리면서 달라진 것이 많다고 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백경림씨(38)는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전시회도 많이 보러 다니게 됐다”며 “그림 그리기에 대한 관심이 관람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최봉균씨(34)도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스트레스 해소의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됐다”며 “취미가 어느새 삶의 활력소가 됐다”고 미소지었다. 동호회원들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벌써 3번의 전시회를 열었고, 올해도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배지영씨는 “전시회를 하면 자신이 그린 그림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예술가와 일반인 사이의 괴리감을 해소해 ‘나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빈센트’ 동호인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창작 활동을 망설이는 직장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림 실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어요. 사람들과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으면 누구든지 찾아오세요.”

◆연극을 통해 나를 만난다

지난 18일 오후 6시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연극연습실. 이곳에서는 4개월 단위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극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찾은 연습실에는 수강생들이 두 명씩 짝을 이뤄 서로 마주보고 두 손을 잡고 있었다. 강의를 맡은 조정웅 극단 마인 대표의 지시에 따라 이들은 한쪽 손으로만 서로를 잡고 있기도 했다. 일부 수강생은 균형을 잡지 못해 휘청거렸다. 또 다른 동작이 이어졌다. 짝을 이룬 두 사람 중 한 명이 손을 펴고, 나머지 한 사람은 그 손바닥을 바라보며 몸을 움직였다. 손바닥을 따라가다보니 한 수강생은 어느새 바닥에 납짝 붙어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조 대표는 “연극은 상대와의 호흡을 맞추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와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고 집중력도 필요하다. 방금 한 동작들은 모두 그런 역량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이 연습실은 연극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찬다. 이 연극 워크숍은 연극을 취미로 할 수 있도록 대구의 젊은 연극인으로 구성된 극단 에테르의 꿈이 운영하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 중인 연극 배우와 극단 대표가 강사로 나서 연기술, 화술, 신체 연기, 대본 분석 등을 지도한다. 분장과 무대 디자인 분야 전문가의 특강이나 작은 발표회를 열기도 한다. 2015년 1기 수강생을 시작으로, 지난 3월부터는 5기 수강생이 워크숍에 참가하고 있다. 평일에 참가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토·일요일에도 워크숍을 하고 있다.

이 수업을 들은 수강생들 중 실제 극단을 구성해 연극을 하는 이들도 있다. 2015년부터 시작한 극단 청춘 샐러드다. 워크숍 1기 수료생 서문규씨(24)가 대표를 맡고 있으며, 회사원·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극단은 지역의 소극장 무대에서 두 차례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강의에 참여하고 있는 5기 워크숍 참가자들은 대학생, 취업준비생, 간호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극과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한때 연극을 하고 싶었거나 예술을 좋아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취업준비생 김지혜씨(24)는 자존감을 찾고 재밌게 살고 싶어 워크숍을 신청했다. 이주현씨(24)는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하고 싶었던 휴학 중인 대학생이다. 김수민씨(24)도 한때 연극을 하고 싶어 서울의 극단에서 연기를 배웠다.

이들은 연극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또 다른 나를 찾아가고 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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