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로스트 인 파리·뮤지엄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5-19   |  발행일 2017-05-19 제42면   |  수정 2017-05-19
하나 그리고 둘

로스트 인 파리
파리, 또 사랑에 빠지다


20170519

‘파리’는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된 도시지만, 그중에서도 관객들의 머리에 남아있는 것은 주로 로맨스 영화일 것이다. 이제는 고전이 된 ‘퐁네프의 연인’(1991), 선남선녀가 잠시 지나쳐간 장소들까지 눈에 선한 ‘비포 선셋’(2004)뿐 아니라 다양한 에피소드가 들어 있는 ‘사랑을 부르는, 파리’(2008)에서도 로맨스가 기억에 남고, 파리에 관한 18편의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2006)에도 10대부터 장년까지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 그만큼 파리는 운명적인 만남이나 짜릿한 연애를 떠올리게 하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도시다. ‘로스트 인 파리’(감독 도미니크 아벨, 피오나 고든)의 주인공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므로 ‘파리 배경 로맨스 영화’라는 항목에 분류하는 데 무리가 없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아주 독특하고 개성 있는 작품이다.


도미니크 아벨-피오나 고든 ‘감독 겸 주연’ 新作
이모의 행방을 쫓는 피오나와 노숙자 돔 이야기
흥겨운 음악·춤과 슬랩스틱 코미디 보는 재미



캐나다인 ‘피오나’(피오나 고든)는 파리에 사는 이모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는다. 국가에서 88세밖에 안 된 자신을 양로원에 넣으려고 하니 빨리 와서 도와달라는 것이다. 피오나는 눈보라치는 동네를 떠나 따뜻한 파리로 간다. 그러나 이모는 행방불명이고, 이 어리숙한 조카는 사진을 찍다 센강에 빠져 배낭을 잃어버리는 사고를 당한다. 우연히 그 배낭을 갖게 된 노숙자 ‘돔’(도미니크 아벨)이 바로 피오나의 운명의 남자다.

로맨스 영화로서 ‘로스트 인 파리’의 가장 눈에 띄는 차별점은 겉보기에 매력적인 남녀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오나’라는 여주인공의 이름은 사실 감독이자 주연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딴 것이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직관적으로 ‘슈렉’ 시리즈의 피오나 공주가 연상된다. 센 강변에서 노숙을 하는 ‘돔’ 역시 연애하고 싶은 남자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사랑이라는 마법에 빠지게 만드는 ‘낭만적 순간’만큼은 존재한다. 선상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탱고 음악에 맞춰 커플 댄스를 멋지게 소화해낸다. 서사의 전체적 맥락과 상관없이 끼어드는 음악, 춤 등 뮤지컬 영화적 요소는 피오나와 도미니크 감독 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피오나의 이모와 그녀의 옛 연인이 재회해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에서도 삽입되었다. ‘라라랜드’(감독 다미엔 차젤레) 커플의 그것처럼 세련되거나 기술적이지는 않지만 백발성성한 노인들이 선보이는 탭댄스에는 경쾌함 뒤에 잔잔한 감동까지 묻어난다. 현대 영화에서는 거의 사라져버린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또한 두 감독들이 지금껏 만들어왔던 영화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특히 프랑스의 희극배우 겸 영화감독인 ‘자크 타티’의 잔영이 강하게 느껴진다. 초콜릿 맛 탄산수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 톡톡 튀는 다양한 매력이 즐거운 작품이다.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83분)


뮤지엄
일중독 형사 vs 연쇄살인마


20170519

일밖에 모르는 형사 ‘사와무라’(오구리 슌)는 사이코 연쇄살인마의 행방을 추적하던 중 2주 전에 집을 나간 자신의 아내와 아들도 그의 희생양 리스트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공황 상태에 빠진다. 아들의 생일 한 번 챙겨준 적이 없었던 무관심, 아내의 고통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죄책감, 형사로서의 무력감까지 더해져 사와무라는 점점 속이 타들어간다. 그때 보란 듯이 개구리 가면을 쓴 범인이 그의 앞에 나타나 아내와 아들의 목숨이 걸려 있는 게임으로 그를 끌어들인다. 형사가 아닌 가장으로서 살인마와 일 대 일로 맞서게 된 한 남자의 사투가 펼쳐진다.


日 오토모 게이시 감독-오구리 슌 주연 범죄 스릴러
개구리맨과 뒷목 서늘하게 하는 마지막 장면 인상적



일명 ‘개구리맨’(쓰마부키 사토시)은 자신을 ‘아티스트’로 칭하며 엽기적인 살인 행각을 벌이고 그 결과물을 사진으로 찍어 전시해놓는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감독 트란 안 훙)에서도 유사한 캐릭터가 등장한 바 있다. 그는 살해한 사람의 인체를 변형시켜 전시해놓고 예술작품이라 말하는 살인마였다. 영화 밖에서는 도저히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러한 인물들은 영화적 장치를 통해 설득력을 얻는다. 결론적으로는 그저 미치광이에 불과하지만 관객들의 몰입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배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범죄 스릴러 장르로서 기본기가 탄탄한 ‘뮤지엄’(감독 오토모 게이시) 역시 이 부분을 인상적으로 제시하는데, 개구리맨이 정신적 문제를 가지게 된 계기를 어릴적 트라우마로 설명한 부분이 그것이다. 그 경험은 그가 가진 신체상의 치명적 약점까지 심화시킨 사건이기도 하다. 주목해 볼 것은 사와무라 또한 가정을 돌보지 않고 일에만 매달리게 된 원인이 청소년기에 있었음을 밝힌다는 점이다. 형사와 살인마로 대면한 두 남자에게 공히 전사(前事)를 부여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그 충돌의 결과를 지켜보게 만든 서사 구조가 영화의 짜임을 더욱 촘촘하게 만든다.

뒷목을 서늘하게 만드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이러한 주제가 꿈틀대며 관객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장르: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러닝타임: 132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