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비트코인과 범죄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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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9   |  발행일 2017-05-19 제22면   |  수정 2017-05-19
[미디어 핫 토픽] 비트코인과 범죄
비트코인은 익명성이 보장돼 각종 범죄 수단으로 악용된다.

회원 121만명인 음란물 사이트 ‘AVSNOOP’와 전 세계 150개국을 공격한 ‘랜섬웨어’.

최근 네티즌의 관심을 끈 두 사건은 얼핏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해당 기사를 읽어보면 공통된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비트코인(BTC)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6일 미국에 서버를 둔 성인 음란 사이트 AVSNOOP 운영자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2013년 12월에 개설한 이 사이트는 회원 121만명을 모집해 아동·청소년 음란물 등 총 46만여건을 올리게 했다. 처음에는 무료로 운영하다가 회원 수가 늘어나자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나섰다. 상품권이나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회원 등급을 높여주고, 더 많은 음란물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경찰은 운영자 검거현장에서 비트코인 지갑 14개 216BTC(4억7천여만원)와 현금 2천700만원, 1억원 상당의 외제차를 압수했다.

또 다른 사건은 12일부터 시작돼 전 세계 컴퓨터 30만여대를 감염한 것으로 추정되는 랜섬웨어. 해커들은 이 악성코드로 컴퓨터를 감염시킨 후 중요파일을 마음대로 암호화한다. 해커들에게 돈을 줘야 그 암호를 풀 수 있게 했다. 이번에는 300~600달러에 해당되는 금액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것을 요구했다. 사이버 보안업체들은 북한이 연루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형태가 없는 가상화폐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폭퐁처럼 밀려올 때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개발했다. 일반적 화폐와 달리, 정부나 중앙은행·금융회사 등 중앙집중적 권력의 개입 없이 개인과 개인이 직접 돈을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현재 국내 거래사이트에선 1비트코인의 가치가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국내 월평균 거래금액도 2015년 47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11월엔 무려 941억원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화폐를 찍어내 듯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채굴’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자동으로 출제된 연산문제를 풀면 그 보상형태로 주는 돈이다. 개인PC로는 사실상 채굴이 불가능하다. 중국의 한 전문조직은 전용 장비 3천대 이상을 이용해서 채굴하는데, 월 전기요금만 9천만원 정도라고 한다.

컴퓨터를 갖추고 인터넷만 되면 조건 없이 비트코인 계좌를 개설할 수 있어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된다. 이러한 익명성 때문에 돈세탁이나 마약거래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기 쉽다.

한 네티즌은 “생각보다 쉽게 랜섬웨어를 만들 수 있다 보니, 북한이 작정해서 비트코인으로 자금세탁하면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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