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성격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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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9 07:29  |  수정 2017-05-19 07:29  |  발행일 2017-05-19 제16면
[문화산책] 성격 차이
도기봉 <꿈바야 대표>

아직도 처음 부부싸움을 했던 날을 기억한다. 남편이 퇴근하는 나에게 “책상 위에 있던 가위를 못 봤느냐?”고 물었다. 나는 출근 전 실밥을 잘라내느라 사용했다고 했는데, 작은 신혼집을 다 뒤져도 보이지 않았다.

남편은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이 덕지덕지 묻은 목소리로 볼멘소리를 했다. “가위를 썼으면 제자리에 둬야지!” 나도 그냥 넘어가면 되는데, 그 목소리에 묻은 짜증난 감정들이 전해지니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집에 사람이 앉는 자리는 들어봤어도 가위 자리가 있다는 건 처음 듣는다.”

그게 화근이었다.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까지 살면서 너처럼 더러운 여자는 처음 본다!” 그 말을 들은 그때의 충격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강의할 때 웃으면서도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오랫동안 내게는 사무치도록 가슴 아픈 말이었다.

수더분하게 생긴 남편은 정말 깔끔한 성격이라 정리정돈을 철저하게 했다. 반면에 나는 깔끔하게(?) 생겼지만, 결혼 전까지만 해도 정리정돈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고 살아왔다. 그런 우리가 한집에 살게 되었으니 충돌이 있을 수밖에.

벌써 결혼생활을 한 지 16년이 지났다. 나와 남편은 10년을 넘게 같이 살았는데 성격이 변했을까? 그동안 나는 성질이 급하고 깔끔한 남편과 살아내느라 나만 고생한 줄 알았다. 그러나 느리고 정리정돈이 안 되는 나와 살아내느라 남편도 참고 참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는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말처럼 그동안 ‘망각’이라는 선물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와 성격이 다른 남편을 만족스럽게 하기는 평생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정리정돈을 잘하는 내가 되려고 더 이상 애쓰지 않는다.

한때는 남편의 말처럼 왜 이렇게 정리정돈이 안 되는지, 난 왜 이렇게 집안일을 잘 못하는지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 가슴이 아플 만큼 아프고, 자존심이 무너질 대로 무너지고, 많은 고통과 괴로움을 겪고 나서야 남편도 나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나와 다른 사람의 성격을 머리로만 이해하고 아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변화는 내 성격의 한계를 알고, 있는 그대로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나서야 받게 된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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