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대구와 닮은 삼성라이온즈의 추락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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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7   |  발행일 2017-05-17 제38면   |  수정 2017-05-17
섬유로 호황을 누렸던 대구
새로운 성장동력 찾지 않고
섬유에만 집착하다가 추락
한국시리즈 4연패한 삼성도
새 얼굴 발굴 못해 내리막길
[동대구로에서] 대구와 닮은 삼성라이온즈의 추락
유선태 체육부장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가 동네북이 됐다. 전체 일정의 26%밖에 소화하지 않았지만 꼴찌를 예약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라이온즈 구성원들의 속은 이미 새카맣게 타버렸을 것 같다. 팬들의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35년 동안 당신에게 애정을 쏟아붓고 당신을 지역의 자랑으로 여겼는데 말이다.

브레이크 없이 추락하는 삼성라이온즈의 모습을 보면 30여년전 대구와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대구는 1970~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울을 제외한 전국 어느 대도시보다 소위 ‘잘나가는 곳’이었다. 섬유산업 덕분이었다. 1970년대부터 수출 호황 등으로 지역 중심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막대한 고용 효과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 내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90년대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섬유와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구조가 IT·BT 등 신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경기마저 침체됐다. IMF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국가부도 사태는 섬유산업의 근간을 흔들었다.

대구는 이같은 환경변화에 둔감했다. 섬유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대신 10년 동안 8천778억원의 돈을 뿌리며 섬유산업 부활에 공을 들였다. ‘밀라노프로젝트’다.

결과는 어떻게 됐나. 당시 지역 상공인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섬유업계 관계자들의 입김과 지역 기득권 세력의 유착, 공공기관의 공공성 상실은 사업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산업 구조조정에 실패한 대구는 이후 브레이크 없이 추락했다. 아직도 진행 중이다. 대구의 지역내총생산은 20년째 전국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 할 젊은이들의 탈대구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지역에서 둥지를 틀려는 굴지의 기업은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몇 십년 후에 늙고 병든 대구만 남아 있는 게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우승에 목말랐던 삼성라이온즈는 2000년대초 김응용, 선동열이라는 적(?)을 영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돈성’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부 수혈 없이 우승할 수 있는 틀을 차근차근 만들어갔다. 윤성환, 차우찬, 오승환, 권오준, 정현욱, 권혁 등의 투수와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등의 타자를 리그 중심 선수로 키우는 데 집중했다.

마침내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그 치열한 노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류중일 전 감독이 재임한 5년 동안 절정을 이루었다. 2011년부터 내리 5년 동안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를 4연패했다.

그러나 삼성라이온즈호는 2016년 시즌부터 흔들렸다. 결국 9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급기야 올 들어서는 지금의 지경에까지 놓여있다.

삼성라이온즈 추락에는 FA와 트레이드 등으로 팀에서 빠져나간 이들을 대신할 수 있는, 씨알 굵은 ‘뉴페이스 만들기’에 실패한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를 적극 발굴하고 역량을 키우기보다 기존의 선수를 선호하면서 세대교체의 시기를 놓친 것이다.

그렇다면 대구와 삼성라이온즈는 부활할 수 있을까.

대구의 부활은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아 보인다. ‘수도권 집중현상’이라는 변수(變數)같은 상수(常數)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삼성라이온즈는 사정이 다르다. 부활을 가로막는 외적 변수가 없다. 때문에 구성원들의 의지만으로 가능할 것 같다. 그 중심에 새 얼굴 발굴과 키우기가 자리하고 있다면.
유선태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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