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구심점’으로 기사회생한 도심 폐가

  • 박태칠 시민
  • |
  • 입력 2017-05-17   |  발행일 2017-05-17 제13면   |  수정 2017-05-17
봉사단 회원인 소유자가 허락
자원봉사활동체험장으로 변신
리모델링·쓰레기수거 등 노력
봉사활동 전반 벽화 표현 눈길
‘봉사 구심점’으로 기사회생한 도심 폐가
해오름봉사단이 담장 내부를 도색하고 있다.

3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그 집은 폐가였다. 지병을 앓고 있던 연로한 주인은 집을 떠나 병원생활을 하느라 집을 돌보지 못했다. 마당에는 잡초가 자라고 쓰레기는 쌓여갔다. 주민들은 위생문제를 걱정했다. 구청에서 폐·공가를 리모델링해서 저소득층에게 제공하는 희망 보금자리사업이라도 진행하려 했지만 집이 너무 낡고 험해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중 집주인은 지난해 세상을 뜨고 말았다.

도심 한가운데 남겨진 폐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이때 남구자원봉사센터(센터장 이지형)가 나섰다. 동네주민들의 봉사활동 구심점으로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제안을 전해들은 집주인의 아들 이상호씨도 마침 남구자원봉사센터 소속 봉사단 회원이었다. 가옥의 소유권을 가진 이상호씨는 선뜻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봉사자들은 지난 2월부터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다. 건축가인 녹색한국 환경봉사단 신희철 회장이 총괄지휘를 맡았다. 1%나누기봉사단(회장 신창호) 단원10여명은 전기배선과 합판 등으로 건물 뼈대를 새로 세워나갔다. 기업봉사단인 평화정공(회장 김상태)은 회원 40명이 자비로 300만원을 들여 벽지를 사서 바르고 건물 외부 페인트 도색을 했다.

해오름봉사단(단장 오형자)은 담장내벽을 4번이나 도색했다. 깨끗해진 담장에는 신천지봉사단(단장 서기주)이 벽화를 그렸다. 벽화는 자원봉사 등록부터 마일리지제도와 상해보험혜택 등 자원봉사활동 전반에 관한 내용을 알기 쉽게 그림으로 표현했다. 봉사활동을 체험하기 위해 찾을 내방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인 셈이다.

이런 작업들이 봉사자들의 땀과 노력에 의해 3개월 정도 진행되자 폐가는 완전히 새롭게 변신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청소. 청자봉사단(단장 김용임) 회원 12명이 마무리를 위해 나섰다. 회원들은 마무리 청소와 뒷정리를 하면서 먼지 한 점까지 알뜰하게 씻어냈다. 공사 시작부터 종료까지 나온 쓰레기는 1t 트럭 8대 분량이나 됐다.

마침내 지난 4월말 개소식이 열렸다. 그동안 수고한 봉사자들과 관계자들이 모여 한바탕 떠들썩하게 집들이를 한 것이다. 집주인 가족들도 참석해서 함께 기쁨을 나눴다. 처음부터 줄곧 함께해 온 남구자원봉사센터 최수진 팀장은 담장 한쪽에 그려진 ‘천사의 날개’ 벽화를 가리키며 “앞으로 이곳에서 자원봉사 천사들이 많이 탄생하기를 바란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이곳은 더 이상 폐가가 아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따뜻한 음식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마을 만들기를 위한 토론이 밤새도록 이어지는 마을봉사활동의 구심점이 될 것이다. 도시의 힘든 세상, 그러나 봉사자들이 있기에 아직은 살 만한 것 같다. 대구 남구 봉덕로 9길 49. 그곳에 가면 자원봉사활동 체험장이 있다.

글·사진= 박태칠 시민기자 palgongsan72@hanmail.net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