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동아시아 문화도시 대구,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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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5   |  발행일 2017-05-15 제30면   |  수정 2017-05-15
3개 도시 문화교류 합의문
지방외교 새로운 모델 제시
삼성이라는 콘텐츠 매개로
내륙도시 대구가
동아시아로 출항하는 시작
20170515
최현묵 대구문화 예술회관 관장

지난 12일 금요일, 대구삼성창조캠퍼스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는 ‘동아시아 문화도시, 2017 대구 개막식’이 개최되었다. 환영 만찬은 대구삼성창조캠퍼스 내 컨벤션센터에서 있었다. 대구, 창사, 교토의 관계자들과 지역의 주요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아름다운 하모니로 시작하였으며, 만찬이 끝난 후 내빈들은 비산농악 풍물패의 인도로 대구오페라하우스로 이동하여 세 도시의 공연을 감상하였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참가 도시 대표자가 한국의 전통문화인 단심줄에 도시를 대표하는 색깔의 끈을 묶은 후, 무용단에 의하여 하나의 줄로 만들어지는 특별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동아시아 문화도시 행사는 2012년 한·중·일 문화부 장관의 합의로 2014년부터 매년 국가별 1개 도시를 지정하여 3개국 3개 도시가 문화를 기반으로 상호 교류하는 네트워크 사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광주, 2015년 청주, 2016년 제주에 이어 대구가 중국의 창사, 일본의 교토와 함께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되었다.

이번에 대구와 함께 동아시아 문화도시가 된 교토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문화 도시이며 세계적인 관광도시다. 794년 간무 일왕 때 이곳에 수도를 정한 이후 400년 동안 헤이안 시대의 중심지였으며, 에도 시대에도 형식상의 수도로서 여전히 통치와 경제의 중심도시였다. 이와 같은 역할은 일본에서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고 일왕이 도쿄로 천도할 때까지 이어졌다. 교토는 헤이안 신궁(平安神宮)과 함께 사찰 1천500여개와 신사 250여개가 있다. 우리에게 특별한 것은 우리나라 대표적 근대 시인인 정지용과 윤동주가 교토에 있는 도시샤대학을 다녔다는 것이다.

또한 대구와 함께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지정된 중국의 창사시는 후난성의 성도로서 소설 삼국지에서 유비군에 맞서 창사를 지키다가 오히려 유비군에 투항하여 익주 지방을 토벌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노익장의 상징, 황충의 고장이다. 무엇보다 창사는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는 아주 중요한 도시인데, 그것은 공산당을 만든 마오쩌둥이 이곳 창사 사범대학에서 처음으로 공산주의에 입문하여 중국 공산당 창당 13인 중 한 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마오쩌둥의 생가도 창사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그가 다녔던 중학교와 대학이 아직 창사에 있고, 시내 중심지를 가로지르는 상강(湘江) 한가운데 오렌지 섬에는 32m 높이의 돌로 된 젊은 날 마오쩌둥의 두상이 세워져 있다.

이번 개막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은 3개 도시가 공동으로 지속적 문화교류를 약속하는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는 점이다. 즉 이번 행사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상호 교류하면서 문화를 기반삼아다양한 분야와 방식으로 발전시켜나가는 ‘지방외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행사가 그와 같은 극적인 발전방향을 공유하게 된 데에는 행사 장소인 대구삼성창조캠퍼스라는 새로운 대구의 문화인프라 시설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사실 이번 중국과 일본의 참가자들은 사전에 삼성상회 등 대구삼성창조캠퍼스를 투어하면서 대구에 대하여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 것 같았다. 이날 만찬 때 가도카와 다이사쿠 교토시장은 인사말에서 대구의 작은 건물로 출발한 삼성이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한 것을 보면서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을 깨달았음을 밝히며, 지속적으로 대구와 교류하면서 이와 같은 정신을 나누고 싶다고 하였다.

동아시아 문화도시 2017 대구는 그간의 많은 문화행사 중 하나가 아니다. 내륙도시 대구가 동아시아로 출항하는 새로운 시작이다. 그리고 이번 대구삼성창조캠퍼스와 대구오페라하우스로 이어지는 새로운 문화인프라는 삼성이라는 콘텐츠를 매개로 세계로 나아가는 훌륭한 항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최현묵 대구문화 예술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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