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홍남기, 이정도 발탁의 파격성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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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5   |  발행일 2017-05-15 제30면   |  수정 2017-05-15
朴정부 차관을 장관급으로
靑총무비서관엔 관료 기용
코드인사 일색 예상 깨고
전문가활용, 지역안배 신경
장차관 인사에도 이어가야
[송국건정치칼럼] 홍남기, 이정도 발탁의 파격성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5년 내내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 ‘회전문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내 사람 내 곁에’ 기조를 취임 초기부터 퇴임 때까지 어어갔다. 전문성은 무시됐다. 특히 청와대는 ‘86 참모’들이 돌아가며 핵심 자리를 차지했다. 5년 동안 서너 개의 자리를 번갈아 맡으면서 청와대에서만 근무한 비서관급 참모들도 더러 있었다. 비판여론에 부담을 느낀 여당에서조차 ‘탕평인사’를 요구했지만 묵살됐다. 당시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공기업에 코드 인사가 너무 많이 이뤄진다는 지적이 일자 “원래 낙하산 부대는 전황이 좋지 않은 곳에 투입돼서 거점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고 반박했다. ‘노무현 정신’을 국정에 담기 위해선 코드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노 전 대통령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 두 번과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두루 지냈다. 지금 문재인정부 초기를 이끌어 갈 참모진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종석 비서실장 발탁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전병헌 정무수석 같은 다른 수석비서관급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신’을 국정에 담기 위한 인적 배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전혀 의외의 인물 두 명이 첫 인사에 포함됐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다. 강원도 춘천 출신인 홍 실장은 박근혜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정도 총무비서관 발탁은 더욱 신선한 충격이다.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살림을 총괄한다. 대통령의 특수활동비를 집행하고, 청와대 인사위원회에도 참석한다. 이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은 믿을 수 있는 핵심 측근들에게 그 자리를 맡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친구인 정상문,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에게 집사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번에도 문재인 대통령을 참여정부 시절부터 오랫동안 보좌한 양정철 전 비서관이 거론됐지만 기획재정부 심의관 출신인 이정도 비서관을 선택했다. 경남 합천 출신으로 창원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이 비서관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1992년 7급 공채로 들어가 행시 출신들과 경쟁해 기재부 요직을 여러 번 맡았다. 물론, 홍 실장과 이 비서관은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 두 사람을 데리고 일했던 변양균 전 정책실장이 천거했다는 말도 들린다. 어쨌든 박근혜정부의 마지막 차관을 장관급 자리에 앉히고, ‘문재인 패밀리’가 아닌 흙수저 출신에게 청와대 살림을 맡긴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 정부의 첫 인사를 보면, 향후 5년 동안의 국정운영 방향도 읽힌다. 문재인정부 첫 인사의 특징은 만 51세인 임종석 비서실장으로 대표되는 소장파 중용, 홍남기 실장과 이정도 비서관 같은 전문가 활용, 노무현정부 인사 재기용, 그리고 적절한 지역안배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김수현 사회수석의 고향이 경북 영덕으로, 경북고를 나왔다. 청와대 참모진 위주로 이뤄진 첫 인사는 일단 큰 무리가 없다. 문재인정부에서 노무현정부 출신을 다시 요직에 앉히는 것도 크게 탓할 일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어차피 노 전 대통령의 정책 중 잘된 건 계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까닭이다. 다만 지금부터가 문제다. 장·차관과 공기관을 비롯해 수많은 인사가 남아 있다. 제2, 제3의 홍남기, 이정도가 쏟아져 나온다면 보수의 ‘공포증’도 줄어들지 않을까.
송국건기자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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