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호기심과 반복의 힘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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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5 08:25  |  수정 2017-05-15 08:25  |  발행일 2017-05-15 제20면
“하모니카가 어려워도 100번 연습하면 잘할 수 있어요”
20170515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새 학년을 맞이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새 학년을 맞으면서 도전해 보기로 약속했던 ‘1인1운동’과 ‘1인1악기’ 급수표 키가 교실 뒷면에서 쑥쑥 자라고 있네요. 정해진 줄넘기 종목과 하모니카 곡을 연습하여 서로 확인해 주고 통과하면 스스로 스티커를 붙여 키워나가기로 했거든요. 아, 그런데 수학 왕이라고 자신만만한 동훈이의 ‘1인1운동’ 키와 꼬마 화가 현서의 ‘1인1악기’ 키가 유난히 작습니다. 오늘은 급기야 현서가 울고 말았습니다.

“저는 하모니카에 자신이 없어요. 승훈이가 못한다고 놀려서 불기 싫어요.” 무심코 뱉은 승훈이의 말에 현서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요?

여기 친구들의 놀림에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잠재력을 깨워서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 된 소년이 있습니다. 동화 ‘까마귀 소년’에 나오는 주인공입니다.


“남보다 못한다고 실망·포기하지말고
내안의 싹을 소중히 가꾸어가면 결실
값진결과는 재능보다 노력에서 나와”



소년은 다른 친구들보다 키도 작고 늘 뒤처져서 친구들에게 ‘땅꼬마’라고 놀림과 무시를 당하며 외톨이로 지냅니다. 하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멀리 떨어진 산골에 있는 집에서 타박타박 걸어서 학교에 옵니다. 그러다 6학년이 되어 새로 오신 이소베 선생님을 만나면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 줄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야외 학습에서 처음 보는 꽃과 나무의 이름이 무엇인지, 머루가 산의 어디에 많이 자라는지 등 자연에 관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자연 박사였기 때문에 친구들이 깜짝 놀랍니다. 자기 표현을 잘 하지 않던 소년이지만 자연의 변화에 호기심을 가지고 유심히 관찰하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열어 놓았기 때문이지요.

소년은 선생님의 배려로 학예회 때 까마귀 소리 흉내 내기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우는 까마귀,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 우는 까마귀, 즐겁고 행복할 때 우는 까마귀 등 다양한 까마귀 소리를 발표하는데 마지막으로 고목나무에 앉은 까마귀 소리를 내자 사람들은 더욱 놀랍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통해 외롭고 힘들었던 6년의 세월을 견디어 낸 소년이 대견했기 때문이었지요. 이소베 선생님이 6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산길을 걸어 다니며 까마귀 소리를 연습하여 터득하였다고 말하자 친구들은 ‘땅꼬마’라고 놀렸던 일을 후회하고 아픔을 이해합니다. 이제 소년은 ‘땅꼬마’에서 모두가 좋아하는 ‘까마귀 소년’이 된 것이지요.

우리는 어떤 일이 어렵고 잘 되지 않을 때 애꿎은 투정과 남의 탓을 할 때가 많습니다. ‘○○ 때문에 못하겠어’ ‘저는 원래 ○○를 못해요’ ‘○○보다 못해서 기분이 좋지 않아요’ 등 핑계를 대기도 하고 힘든 노력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할 때도 많지요. 그러한 핑계와 남 탓은 포기의 마음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까운 사람, 즉 친구나 선생님, 부모님의 도움은 두 배의 용기를 얻게 하고 자신감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마치 이소베 선생님과 까마귀 소년처럼 말이지요. 내가 친구보다 조금 더 나은 면이 있다고 우쭐대거나 무시하지 말고 친구에게 힘이 되는 말이나 자신이 터득한 방법을 가르쳐 주는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아름다운 싹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싹이 일찍 돋아나서 빠르게 자라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늦게 싹이 돋고 느리게 자라기도 하지요. 우리가 가진 싹을 잘 자라게 하려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세심한 관찰, 반복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까마귀 소년이 아무 생각 없이 6년을 보냈다면 친구들이 생각하는 바보 땅꼬마에 머물렀겠지요? 산길을 걸어 다니며 동식물을 예사로 보지 않고 탐구하였을 뿐 아니라 까마귀 소리를 흉내 내기 위하여 목이 아프도록 연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어떤 일을 몇 번 시도해 보고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다음 반복의 법칙을 기억해 보세요. 즉 21의 법칙, 100의 법칙, 10년의 법칙입니다. 어떤 것이 몸에 익숙하게 되기 위해서는 21일간의 반복된 연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안되는 일도 100번을 반복하면 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줄넘기나 하모니카가 어렵다고 해도 포기하지 말고 100번 연습해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 최고의 수준에 도달하려면 10년 정도는 집중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대부분 사람들의 업적은 최소 10년간의 꾸준한 노력이 빚은 결과라고 합니다. 음악의 신동이라고 불리는 모차르트 역시 10년의 법칙에 해당된다고 하는군요. 6세에 작곡을 시작하였지만 처음부터 잘 한 것이 아니라 밤낮으로 협주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지 10년이 흐른 후, 그의 나이 21세 때 만들어진 ‘협주곡 9번’이 나와서야 비로소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는 것입니다.

값진 결과는 타고난 재능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재능이 있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요? 어떤 일을 할 때 남보다 뛰어나지 못하거나 속도가 느리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겉으로 말하지 않아도 사람은 누구나 힘들고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것을 하나하나 익혀 갑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에게 실망하지도 마세요. 다양한 경험과 탐구를 통해 자기 안에 있는 싹을 소중하게 가꾸어 간다면 언젠가 꽃이 피고 열매가 무성한 큰 나무로 우뚝 서겠지요.

◇출처:‘까마귀 소년’(야시마 타로 저, 윤구병 역, 비룡소) 임기숙<대구용계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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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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