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우리 국민 소원 7개만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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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5 08:21  |  수정 2017-05-15 08:21  |  발행일 2017-05-15 제19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우리 국민 소원 7개만 들어주세요

지난 10일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궐위로 치러진 선거라서, 각 대통령 후보들이 준비를 탄탄히 할 충분한 시간이 없었던 선거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짧은 시간 안에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많은 매력적인 공약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선거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많은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그렇게 목이 쉬어라 열심히 강조한 공약들이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더구나 유권자들마다 기억하고 있는 공약들조차 조금씩 다릅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이는 1956년 미국 인지심리학자인 조지 밀러 교수의 논문 ‘마법의 숫자 7±2’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밀러 교수는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인간의 단기기억이 정보를 처리하는 데 용량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 현상이 마치 좁은 운하를 한꺼번에 통과할 수 있는 배가 일정한 수를 넘지 못하는 현상에 빗대어 ‘채널 용량(Channel capacity)’이란 개념을 제시하였습니다.

밀러 교수의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간이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의 한계는 대략 5~9 사이의 정보량, 즉 7±2 정도의 정보량이라 합니다. 즉 우리 뇌는 이 용량을 초과하는 정보량은 처리하지 못하고, 처리되지 못한 정보는 결국 우리 뇌에 남아있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늘 향기박사도 이 이론을 테스트해보고자 고등학교 때 열심히 암기했던 원주율을 기억해보았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일곱 자리인 ‘3.14195(삼점일사일구오)’까지만 기억이 났습니다.

이처럼 우리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어, 아무리 아름다운 공약이라도 후보자들이 100여개씩 한꺼번에 제시하면 유권자들은 자신의 관심을 끈 대략 일곱개의 공약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이죠. 실제 여러분들도 본인이 열렬히 지지했던 후보의 공약 중에서 기억나는 것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아무리 많아도 10개를 넘지는 못하는 것에 깜짝 놀랄 것입니다. 또 기억해낸 공약들을 종이에 적어보면 그 공약이 대부분 7자 내외의 슬로건임도 알아차리게 될 것입니다. 향기박사의 경우도, 이번 선거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7자로 구성된 공약캠페인인 ‘치매 국가 책임제’입니다. 이를 만약에 ‘국가가 끝까지 치매를 책임지는 복지국가’라고 캠페인을 했다면 그 슬로건은 이렇게 강렬한 기억으로 뇌리에 남아있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밀러 교수의 ‘매직넘버 7’ 이론은 선거공약뿐만 아니라 실제 우리 생활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매일 접하는 가장 흔한 예는 전화번호입니다. 전화번호는 지역번호를 제외하면 보통 일곱 내지 여덟 자리 숫자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전화번호를 외우는 것이 아주 어렵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긴 숫자는 외우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매직넘버 7’ 이론을 활용하면, 우린 우리의 생활을 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정보를 의미 있는 뭉치로 만들어 기억하는 습관(chunking)을 익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뭉치 속 데이터는 7±2 정도의 정보량 뭉치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혹시 영어 때문에 고생하는 자녀들이 있다면 이러한 뇌의 단기기억 원리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영어공부를 할 때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공부해 영어 말하기나 글쓰기를 합니다. 그런데 영어책을 읽으면서 서너 단어로 구성된 숙어를 익히고 이를 기억뭉치로 만들어두고 활용하면 영어능력이 쑥쑥 향상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선거기간 중에 우린 수없이 많은 가슴 설레는 공약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하신 많은 공약 중에서 그래도 우리 국민 모두에게 가장 간절한 소망 7개는 꼭 해결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우리 국민은 그 7가지 업적은 절대로 잊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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