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음악…팝스타들의 은밀한 탐닉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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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3   |  발행일 2017-05-13 제16면   |  수정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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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팝스타 중에서 유독 술을 사랑했던 이들이 많다. 왼쪽부터 밥 딜런, 전 오아시스의 멤버인 리암 갤러거, 비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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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조승원 지음/다람/332쪽/ 1만6천원

술은 뮤지션들의 좋은 친구다. 무대 위에 맥주 한 캔을 들고 올라가 공연 중간에 마시기도 하고, 공연 후 뒤풀이에서는 아예 쌓아놓고 마시기도 한다. 공연 전 자신만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대기실에서부터 음주를 하는 뮤지션도 일부 있다. 몇년 전 한 잡지에 실린 내한 아티스트에 대한 뒷 이야기에서도 술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한 공연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내한 당시 기타리스트 잉베이 맘스틴은 비행기에서 내릴 때부터 공연을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늘 만취 상태였고, 술을 너무 많이 마시다 보니 공연 당시 요구사항에 ‘화장실이 가까울 것’이라는 항목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칵테일‘브랜디…’좋아한 존 레논
직접 와인을 생산하기도 한 스팅…
아티스트들의 유쾌한 에피소드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은 팝 스타들의 음악과 술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칵테일 ‘브랜디 알렉산더’를 좋아했던 존 레논부터 직접 와인을 생산하기도 한 스팅, 잭 다니엘을 사랑했던 프랭크 시나트라와 머틀리 크루 멤버까지 뮤지션들의 다양한 술에 대한 취향을 엿볼 수 있다. 부제도 ‘예술가의 술 사용법’이다. 저자 또한 ‘지구 상에 존재하는 술과 음악을 죽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즐기고 싶다’는 술과 음악의 애호가다. 그는 조주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애주가답게 집에서 칵테일 만드는 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책은 음악과 술을 이야기한다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뮤지션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다. 지금은 해체한 영국 밴드 오아시스다. 이 밴드는 형제인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의 끊이지 않는 다툼으로 늘 위태로운 상황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동생 리암은 형 노엘과의 투닥거림 외에도 온갖 음주 사건에 연루됐다. 노엘도 술을 좋아한다. 그가 2006년 첫 내한 공연 당시 기자회견에서 했던 “담배 많이 피우고, 맥주 많이 마시는 게 몸매 관리법”이라는 말은 음악 팬들에게 이미 유명하다. 노엘은 만취 상태에서 계단을 껑충껑충 뛰다 굴러 크게 다치기도 했다.

쟁쟁한 술꾼들이 넘쳐나는 록 음악계에서도 전설적인 인물인 오지 오스본의 이야기는 다소 엽기적이다. 저자는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박쥐를 물어 뜯었던 오지 오스본의 진실을 들려준다. 오지 오스본의 엽기 퍼포먼스는 술에 취한 그가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진짜 박쥐인 줄 알았다면 절대 깨물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을 유독 사랑하는 팝스타인 미카의 이야기도 재밌다. 키 190㎝, 훈훈한 외모, 뛰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그가 좋아하는 술은 의외다. 이름 그대로 다소 올드한 느낌의 칵테일 ‘올드 패션드(Old-fashioned)’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작곡가 콜 포터도 자신의 노래에 올드 패션드를 자주 등장시킨다. 저자는 21세기 팝의 천재로 불리는 미카와 20세기 팝의 아버지인 콜 포터 모두 최고의 술로 꼽았다며, 올드 패션드를 ‘음악 천재들의 술’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중간 중간에 맥주, 와인, 위스키와 같은 술을 마시면서 듣기에 제격인 술을 소재로 한 노래 리스트를 제공하는 것도 책의 특징이다. 덕분에 이 책의 독자는 어느 순간 맥주를 마시면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맥주’를 듣고 있을 지도 모른다.

저자는 토킹 헤드 출신의 데이비드 번이 불렀던 ‘The man who loved beer’, 제프 버클리, 니나 시몬을 비롯한 여러 뮤지션들이 불렀던 ‘Lilac Wine’, 고른 브레고비치의 ‘Champagne for gypsies’까지 술이 등장하는 다양한 노래도 소개한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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