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목소리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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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2   |  발행일 2017-05-12 제42면   |  수정 2017-05-12
하나 그리고 둘

에이리언: 커버넌트
괴생물체 ‘에이리언’ 전설의 시작을 담다


20170512

궁지에 몰린 두 여성의 로드 무비 ‘델마와 루이스’(1991), 모든 것을 잃은 검투사의 복수극 ‘글래디에이터’(2000), 사이코 살인마 이야기 ‘한니발’(2001), 모세와 람세스의 대결을 그린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2014). 이렇게 다양한 작품들이 한 감독의 필모그래피 안에 있다는 사실은 감탄할 만한 일이지만 더욱 경이로운 것은 그가 ‘에이리언’(1979) 및 ‘블레이드 러너’(1982), ‘프로메테우스’(2012), ‘마션’(2015)까지 연출한 ‘SF 장르의 거장’이며 만 80세가 된 지금까지도 훌륭한 작품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40년 동안 영화를 만들어 온 그가 아직 못다 한 이야기, 아니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프로메테우스’의 시퀄(sequel)이자 ‘에이리언’ 시리즈의 프리퀄(prequel)인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말하기 전에 ‘리들리 스콧’의 전작들을 복기해본 것은 이러한 질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다.


‘블레이드 러너’ ‘마션’ SF 거장 리들리 스콧 신작
‘프로메테우스’ 시퀄이자 ‘에이리언’ 시리즈 프리퀄
바그너의 음악 이용해 의미심장한 결말 암시 눈길



1982년 개봉되어 SF영화의 고전이 된 ‘블레이드 러너’는 지구의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강렬한 이미지와 독특한 분위기로 완성시켰으며, 영화 전반에 사이보그와 구분되는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철학적 주제가 심도있게 흐른다. 그 사이에 많은 연출작들이 있었지만, 재작년 개봉되어 약 490만 명의 관객을 모았던 ‘마션’은 화성에서 구조될 때까지 혼자 생존해나가는 남성의 이야기를 대체로 밝고 유쾌하게 보여준다. 과학을 기반으로 한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 긍정의 힘이 강조되어 있다는 점에서 리들리 스콧의 변화 내지는 또 다른 시각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물리적으로 고립된 인간이 영상 일지를 쓰고 외부와 교신하는 등 ‘희망’과 ‘소통’을 통해 생존 이상의 삶을 찾게 되는 부분은 보다 대중적으로 풀어낸 인문학이라 할 수 있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프로메테우스’와 함께 감독 자신이 수십 년 전에 만들어냈던 외계 생명체(에이리언)의 근원에 대한 자문자답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인간은 어디서부터 왔는가 라는 오래된 질문과도 연결되어 있었으며, ‘프로메테우스’에서 ‘엔지니어’로 불리는 외계인을 인간의 창조주로 등장시킴으로써 일단락된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드디어 ‘에이리언’ 시리즈의 괴물들이 만들어지고 인간을 공격하게 된 경위에 대해 말해준다. 이 작품은 빈틈없는 스릴러로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장르적 쾌감도 충분하지만 ‘창조’라는 행위에 대한 경이로움,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 인간의 유한성 등 주제상의 철학적, 미학적 접근이 용이하다.

우주 식민지 개척임무를 가지고 목적지로 향하던 ‘커버넌트’호는 미지의 행성에서 온 신호를 감지하고 그곳을 탐사하러 나선다. 알고 보니 그곳에는 인간의 몸을 숙주 삼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바이러스가 살고 있었고, 대원들은 그들의 공격을 받아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위기의 상황에서 나타난 AI(인공지능),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은 과거에 이 행성에서 일어났던 재앙에 대해 알려준다. 영화는 ‘프로메테우스’에도 등장했던 데이빗이 처음 눈을 뜨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자신을 만들어낸 남자에게 창조주에 대해 묻던 데이빗은 자신이 죽지 않는 존재라는 점에서 인간보다 우월함을 드러낸다. 여기서 그가 연주하는 곡이 ‘바그너’의 ‘신들의 발할라 입성’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 곡이 삽입된 ‘라인의 황금’의 마지막 부분은 신들의 종말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영화 후반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의 희열과 그 욕망이 야기하는 위험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데이빗이 절대 권력을 가졌다고 믿는 자들을 조롱하는 ‘오지만디아스’(P.B 셜리)를 읊는다. 그리고 결말부에 다시 등장하는 ‘신들의 발할라 입성’은 바그너의 음악에 심취해있던 히틀러를 강하게 상기시킨다. 잘 알려진 다른 예술작품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함으로써 복선을 깔고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 각본에서 전투 장면과는 또 다른 짜릿함이 느껴진다.

‘에이리언: 커버넌트’에는 ‘프로메테우스’에서부터 이어지는 인간의 기원에 관한 철학적 주제와 더불어 한 명의 영향력 있는 창작가로서 리들리 스콧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창조라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 가진 긍정적 측면이 그를 위대한 연출가로 만들었지만 그는 그 파괴력 또한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이을 ‘프로메테우스’ 다음 시리즈가 벌써 궁금하다. (장르: SF,스릴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2분)


목소리의 형태
듣지 못하는 소녀와 그녀를 괴롭힌 소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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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감독 야마다 나오코)라는 제목은 처음에 다소 의아스럽다. 원제는 ‘A Silent Voice: The Movie’로, 극장판을 뜻하는 ‘the movie’를 떼고 나면 ‘침묵의 목소리’, 순화시켜 ‘고요한 목소리’쯤 될까.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면 꽤 괜찮은 제목임을 인정하게 된다. 사람마다 얼굴처럼 목소리에도 각기 다른 형태가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를 보는 내내 일본 유명 성우들의 개성 있는 목소리 연기를 듣는 재미도 있지만, 청각장애인인 주인공이 느끼는 사람마다의 분위기, 또는 수화의 은유적인 표현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침묵의 목소리’처럼 역설이 담겨있으면서도 호기심을 유발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느낌도 잘 살아있다.

짓궂은 ‘이시다’(목소리 이리노 미유)는 듣지 못하고 이상한 목소리를 내는 전학생 ‘니시미야’(목소리 하야미 사오리)를 심하게 괴롭힌다. 이시다를 비롯한 학우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니시미야는 결국 다시 전학을 가고 만다. 몇 년 후, 똑같이 왕따를 경험한 이시다는 니시미야를 찾아가 친구가 된다. 그리고 그 시절 같은 반에 있었던 아이들이 저마다의 죄책감 속에서 둘의 주변으로 모여든다. 반성, 갈등, 교감과 위로, 결심과 실천 속에서 이들은 그렇게, ‘어른’이 된다.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수채화풍 연출 돋보이는 애니
따돌림과 친구, 소통 의미를 색다른 시각으로 해석
섬세한 작화·스토리에 日 유명 성우들 목소리 재미



섬세한 작화와 감동적인 스토리는 한국에서 36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는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과 닮은 데가 있지만 ‘목소리의 형태’의 분위기는 좀 더 애잔하다. 판타지라는 장르적 수사(修辭) 없이 현실을 직접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왕따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주제의 무게감도 느껴진다. 그러나 저마다 성장통을 겪는 인물들의 내면과 달리 그림은 맑은 수채화풍으로 연출되어 눈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동시에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몇몇 극적 장면에서 서정적으로 연출된 음악이 전반적으로 절제된 이 애니메이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장르: 애니메이션 등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29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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