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박 셰프의 伊 음식에 빠지다] ‘한국의 된장’격인 강낭콩파스타…지방·가정마다 다른 요리법으로 음식 이상의 특별한 상징성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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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2   |  발행일 2017-05-12 제41면   |  수정 2017-05-12
[지나 박 셰프의 伊 음식에 빠지다] ‘한국의 된장’격인 강낭콩파스타…지방·가정마다 다른 요리법으로 음식 이상의 특별한 상징성 가져
이탈리아 토스카나 전통시장의 한 곡물 가게 앞에 진열된 각종 콩과 잡곡류.
[지나 박 셰프의 伊 음식에 빠지다] ‘한국의 된장’격인 강낭콩파스타…지방·가정마다 다른 요리법으로 음식 이상의 특별한 상징성 가져

이탈리아 음식 하면 과하면서 느끼하다는 우리의 생각은 단지 편견에 불과하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주말이나 특별한 날이 아닌 일상에서의 이탈리아 밥상은 밥에 국이나 찌개, 갖가지 반찬에 익숙한 한국인이 보기에 다소 단출하고 소박하다. 의외로 평소 담백하고 건강한 음식을 즐기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장바구니 1순위 품목은 단연코 ‘콩’. 이탈리아 전통시장, 마트 등 어디를 가든 알록달록한 이름 모를 다양한 콩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겨울이 유독 긴 북부에서는 묽게 끓여 내어 콩국물을 후루룩 마시며 추위를 달랜다.

◆잠두콩

‘잠두콩’ 또는 ‘누에콩’으로 알려진 ‘파베(Fave)’. 지금 이탈리아는 누에콩 수확이 한창이다. 잘 말려서 1년 내내 두고 먹을 수 있지만 딱 봄부터 초여름까지만 생 잠두콩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토스카나 여행 중 허기를 달래러 들어간 시골의 작은 식당. 삶지도 않고 흙만 대충 털어낸 생 콩 한 소쿠리를 건네주며 까먹어보라는 주인장의 말에 별 기대없이 입에 쏙 넣으니 마치 살짝 데쳐낸 듯한 풋풋한 식감과 쌉싸름하면서도 담백한 콩즙이 입안 가득 퍼진다. 그걸 한 봉지 가득 얻어 여행 내내 까먹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맥주에 땅콩이라면 와인에는 잠두콩과 치즈. 3~4년 숙성시켜 맛이 일품인 양치즈와 생 잠두콩의 조화, 와인을 술술 넘어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병아리콩

콩 중에서도 최고의 단백질 함량을 자랑한다는 ‘병아리콩’. 이탈리아에서는 ‘체치(Ceci)’로 불린다. 잘 삶은 병아리콩에 올리브유를 넣고 곱게 갈아 파슬리를 솔솔 뿌려 만든 ‘퓨레’. 빵에 슥슥 발라도, 신선한 채소와 섞여도 담백한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병아리콩에 양파·토마토·새우살·페타치즈를 넣어 만든 병아리콩샐러드는 단단한 식감과 고소한 콩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최근 이탈리아 대도시를 중심으로 샐러드바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즉석에서 만드는 녹즙 음료와 함께 콩샐러드를 한끼 식사로 즐기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강낭콩 파스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강낭콩파스타’는 우리의 된장과 마찬가지다. 음식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무언가 특별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강낭콩파스타 요리법 또한 지방마다 집집마다 다르다는 점도 된장과 참 닮았다.

빠빠베로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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