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최고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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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2 07:32  |  수정 2017-05-12 07:32  |  발행일 2017-05-12 제16면
[문화산책] 최고의 순간
도기봉 <꿈바야 대표>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큰딸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가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들을 만났다. 처음 만난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온 자리라 몹시도 불편한 기색이었다. “우리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아이가 태어났을 때, 배우자를 만났을 때”라고 대답했다. 최고의 순간을 떠올리고 대답을 하면서 그들의 표정은 조금 전과는 달리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난 기쁨을 맛본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이의 행동으로 학교폭력 가해자의 부모가 되어 버렸고, 아이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의 비난이 결코 편하지가 않은 입장이었다.

도대체 좋은 부모란 무엇일까?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좋은’이라는 말은 때와 장소,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물질적으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애를 쓴다면 좋은 부모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의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으면 아이에게 물질을 제공한 만큼 억울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들도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해줬는데…. 해달라는 거 다 해줬더니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한테 폭력이나 가하고, 괴롭힌다고 선생님들에게 엄마를 불려 다니게 해?’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외에 어쩌면 나에게 닥친 힘겹고 어려운 시기를 지혜롭게 잘 넘기는 것도 될 수 있다. 전화위복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 아이의 행동을 점검하고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쏟음으로써 아이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면….

그렇다면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막연하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을 접고,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적어도 아이에게 부모로서 가르쳐야 할 것은 무엇인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아이를 도와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그 고민 속에는 나는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 아이가 어떻게 자라기를 바라는가, 나와 아이는 어떤 관계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도 포함하여야 한다.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벌써 아이는 부모에게 최고의 순간을 선물했다. 이제는 부모가 아이에게 최고의 순간을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도기봉 <꿈바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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