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懷璧有罪(회벽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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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0   |  발행일 2017-05-10 제31면   |  수정 2017-05-10
[영남시론] 懷璧有罪(회벽유죄)

좌구명(左丘明)이 쓴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회벽유죄’라는 말이 있는데, 글자 그대로 보면 ‘옥을 품고 있는 것이 죄’라는 것이다. 그 유래는 춘추시대 우(虞)나라 임금의 동생인 우숙이 아주 값진 옥을 가지고 있었는데, 형인 임금이 달라고 하자 우숙은 처음에는 그 요구를 거절하였으나 인간의 욕심은 혈연도 넘어설 수 있으므로 재앙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결국 형인 임금에게 바쳤다. 그러면서 우숙이, 보통 사람은 죄가 없어도 좋은 옥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죄가 된다(匹夫無罪 懷璧其罪)고 하였다는 것이다. 이 고사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현 상황에서는 분수에 맞지 않는 지위나 권세는 재앙의 씨앗이 된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무려 15명이나 되는 후보가 나왔는데 모두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한 목숨 바친다는 각오로 나섰을 것이고, 자신들이 충분히 대통령이 될 능력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 중 그 능력에 의문을 가질 만한 사람도 몇몇 있어 좋지 못한 결말을 맺었던 것을 보면 꼭 대통령 후보나 대통령이 되었다 해서 능력이나 자질이 한 국가를 책임질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큰 권한을 가진 자리에 오르면 본인에게는 물론 국민에게도 큰 재앙이 된다는 점에서 회벽유죄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능력과 자질이라는 것이 스스로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그렇다고 인정하여 주어야 하고 종국에는 업적과 도덕성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그런데 업적과 도덕성은 지나봐야 아는 것이라 미리 아는 데 한계가 있어서 선택이 어려운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를 보면 TV토론 몇 번으로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여야 하는데, 말은 잘 못하지만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고 그 반대도 있어 언변이 좋다고 능력과 자질이 있다고 결론을 내려야 할지 의문이다.

또한 우리 대통령 선거에서는 그 사람의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선거 당시의 분위기가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한쪽 진영의 집권기간이 오래가게 되면 그 반작용으로 반대쪽 진영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민주주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질 문제를 떠나 오바마 대통령의 진보정권 8년에 대한 피로감이 보수 공화당의 집권을 가져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특정 정파의 장기간 집권으로 인한 피로감으로 상대 정파가 집권을 한다는 것과 새로운 집권세력의 유능함은 별개의 문제이다. 결국 능력과 자질을 가진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택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대통령이 될 만한 자질이 있는가를 오랜 기간 시험을 거치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중국이 전체주의 국가이고 공산당에서 주석(대통령)을 선출하여 비민주적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장점은 능력과 자질도 없는 사람이 지도자가 될 수 없는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현대화를 이끈 덩샤오핑 이후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능력 있는 지도자가 계속 출현하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중국은 공산당 자체 또는 지방정부 내에서 계속적인 검증을 거치면서 가장 능력있는 사람을 발굴하여 국가를 맡긴다. 그것이 결국 오늘날의 G2 국가인 중국을 만든 것이라 할 것이다. 미국도 대통령 중에 주지사를 거치면서 능력을 인정받은 경우가 많다. 미국의 주는 어지간한 국가와 유사한데 이런 주의 살림을 잘 끌어왔다면 그 능력이 검증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국가 경영능력보다는 선거 당시의 상황이 중요시되고 특히 진보와 보수가 첨예하게 갈리고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이 일상화된 우리와 같은 지형에서는 능력보다 자기편을 얼마나 잘 결집시키고 상대방을 지리멸렬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데서 국가와 국민을 잘 살게 하는 지도자가 나오기 힘들기도 하다. 그러나 민주주의 아래서 대통령을 선출하지 않을 수 없다면 국민들은 모든 지혜를 동원하여 최선의 선택을 하여야 하고, 선택된 사람은 능력 있는 인재를 사방에서 구하여 나라를 잘 이끌어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여상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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