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잠이 보약…낮에 햇볕 많이 쬐면 숙면 도움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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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09 07:46  |  수정 2017-05-09 07:46  |  발행일 2017-05-09 제19면
■ 수면장애 방치하면 건강 위협
코 골다 숨 멈추는 수면 무호흡증, 나이 들수록 더 악화될 가능성
체내 저산소증 유발…심혈관계 합병증·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져
수면 중 통증 있다면 내과질환…우울증·불안증도 진단 받아봐야
20170509

김인호씨(72)는 밤이 두렵다. 지난해부터 잠이 오지 않아 포도주에 따뜻한 우유를 먹고, 책도 읽고 운동을 해도 소용이 없다. 어렵게 잠이 들어도 새벽 1~2시에 깨거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새벽 5시에 겨우 잠이 드는 날도 많다고 했다. 생활리듬이 그렇다 보니 잠을 자도 숙면을 취하지 못해 몸이 전혀 개운치 않다고 호소했다. 결국 수면제를 먹는 날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매일 밤마다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나이가 들면 여러 질환으로 고통을 겪게 되는데 젊을 때와 달리 밤에 깊은 잠에 들지 못해 겪는 고통 또한 크다. 노인들은 일단 잠들기 어렵고, 겨우 잠들어도 금방 깨어나게 된다. 미국의 65세 이상 노인 9천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이 숙면을 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로 많은 노인이 수면과 관련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노년기에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답을 찾으려면 우선 노인 수면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수면의 구조가 달라지는데 깊은 잠이라 할 수 있는 ‘3·4기 수면’은 짧아지고 꿈을 꾸는 ‘꿈 수면’이 점차 빨리 나타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깊은 수면은 줄어 들고 얕은 수면이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깊이 잠들지 못하니 ‘잠귀’가 밝아져 자주 깨어나게 되고 밤새 꿈을 꾸며 뒤척이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아울러 노인들은 전신 통증을 유발하는 지병을 가진 경우가 많아 통증으로 잠에서 깨어나는 경우도 많다.

충분하게 잠을 잤음에도 낮 동안 심하게 졸리고 피곤하다면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코에서 폐에 이르는 공기의 통로인 기도에 매우 좁아진 부위가 있다면 호흡 시 진동을 하게 되는데 그때 유발되는 진동음이 바로 코골이다.

수면 무호흡증은 기도가 완전히 막혀 실제로 숨을 쉬지 못하는 현상이다. 코를 골다가 10초 이상 숨을 멈추는 증상이 1시간에 5회 이상 있다면 수면 무호흡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도를 둘러싼 근육의 탄력성이 저하되면서 수면 무호흡증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러한 수면 무호흡증은 체내 저산소증을 유발하게 되고 이는 노인에게 특히 위험한 심혈관계 합병증과 인지기능의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은 소음을 유발하는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노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전신 질환임을 인지하고 조기에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면 젊을 때와는 달리 숙면을 취하기 힘들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만 수면 장애를 유발하는 특정 질환이 있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수면 중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내과 질환을 우선 치료해야 하고 우울증이나 불안증 등의 정신 건강 의학적 문제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증이 심하면 그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 진찰을 통해 기도 내 좁아진 부위를 찾아낼 수 있고, 수면 다원검사를 통해 수면 무호흡증의 심각한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경미한 수면 무호흡증으로 진단된 경우에는 체중 조절이나 수면 자세 조절 등의 보존적 치료를 우선 고려한다. 이러한 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심한 수면 무호흡증으로 진단된 경우에는 수면 중 지속적 양압 호흡기(C-PAP) 등의 보조 기구를 통해 숙면을 유도할 수 있다. 물론 호흡 시 반복적으로 좁아지는 기도의 특정 부위를 넓히는 수술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잠은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노년기의 숙면은 더욱 그러하다.

위에 언급한 많은 치료법도 중요하지만 노년기에 스스로 숙면을 유지하기 위한 수면 생활수칙을 잘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낮잠은 20~30분 이내로 짧게 자고, 숙면을 방해할 수 있는 커피 등의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잠자리에 들기 전 물을 너무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좋고, 잠을 자는 시간과 깨는 시간을 늘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낮에 햇볕을 많이 쬐는 것이 밤에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김동은 교수


노년기 숙면 가이드라인
- 수면시간을 규칙적으로 설정
- 낮잠은 20∼30분 이내로 짧게
- 커피·술 등 뇌 흥분시키는 식품 섭취 자제
- 잠자리 들기 전 물 많이 마시지 말아야
- 가벼운 운동과 햇볕 많이 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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