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三勝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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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06   |  발행일 2017-05-06 제23면   |  수정 2017-05-06
[토요단상] 三勝 라이온즈
노병수 대구 동구문화재단 대표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는데 아닌가 보다. 삼성 라이온즈의 추락이 예사롭지가 않다. 이기는 법을 영영 잊어버린 것 같다. 지난 3월 개막경기를 가진 이래 한 달 가까이 3승이 고작이다. 그러니 누리꾼들이 ‘삼승(三勝) 라이온즈’라고 놀려도 할 말이 없다. 이대로 가면 자칫 프로야구 원년에 삼미 슈퍼스타즈가 기록했던 전설의 최저승률 0.188을 깰지도 모른다. 현재 삼성의 승률은 그보다 더 낮다. 뿐만 아니라 한 시즌 세 자릿수 패배라는 ‘흑(黑)역사’마저 세울지 모른다.

삼성 라이온즈가 어떤 구단인가.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삼성 라이온즈의 영화(榮華)는 실로 대단했다. 1군, 2군 가릴 것 없이 아무리 퍼내도 샘이 마르지 않는 화수분 야구는 류중일 감독 영입 이후 마침내 찬란한 꽃을 피웠다. 취임 첫해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더니 아시아시리즈까지 삼켜 사상 최초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이후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합 4연패라는 금세기 내 깨지기 힘든 기록까지 세웠다. 질주는 2015년 패넌트 레이스까지 계속됐다. 그들만의 거침없는 왕조(王朝)는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다.

그 잘나가던 삼성 라이온즈에 망조(亡兆)가 들기 시작한 것은 ‘정킷방’이라는 원정도박 사건이 터지고부터였다.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등 투수왕국의 핵심들이 걸려들었다. 대가는 참으로 썼다. 당연히 그해 한국시리즈는 그들이 주인공이 아니었다. 이듬해 정규 시즌은 훨씬 더 참혹했다. 통산 승리 1위, 통산 승률 1위, 통산 타율 1위 등등 1위가 아닌 것을 찾기가 힘든 최강의 팀이 신생 KT에 겨우 한 발 앞선 9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라이온즈파크는 개장하자마자 첫 가을을 쓸쓸히 보내야 했다.

원래 ‘정킷(junket)’이란 용어는 공무원들이 관비(官費)로 가는 해외여행을 뜻하는 말이다. 이것이 카지노 업계에서 해외도박원정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정킷방’이란 현지 카지노로부터 임대를 받은 게임방을 뜻한다.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임대료는 100억원 이상이다. 빈손으로 홍콩에 건너간 다음 헬기로 마카오로 이동하기 때문에 비밀보장이 확실하다. 이 정킷방이 삼성 라이온즈를 잡았다. 이들과 함께 수사 선상에 오른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회장은 후일 ‘최순실 게이트’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도박이 계기가 되었지만 그것만으로 삼성 라이온즈가 이렇게까지 망했다고 말하긴 힘들다. 그 이후가 훨씬 더 이상하다. 모기업을 잘나가는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꿨다. 시중에 나도는 해외매각설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 이유가 모호하기 짝이 없다. 두 번의 스토브리그를 거치면서 FA 선수들을 영입하기는커녕 박석민, 최형우, 차우찬 등 있는 선수들도 다 내보냈다. 해외 선수 영입은 그야말로 전패를 했다. 류중일 감독의 경질도 성급했다는 평이 많다.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게임은 질 수도 있다. 삼성만 내내 이기라는 법은 없다. 전성기가 있으면 쇠퇴기도 있다. 그것이 승부세계의 섭리다. 그러나 지금의 삼성 야구는 그런 차원을 넘어섰다. 삼성은 국내에서만 약 18만명을 고용하고,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를 웃돈다. 무엇보다 한 해 4조원 이상의 법인세를 내는 한국의 핵심 기업이다. 삼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질수록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은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그런 삼성이 프로야구를 아예 포기할 것인가. 대선(大選)이 3일 남았다. 그러잖아도 지역 민심은 갈피를 못 잡고 모든 것이 뒤숭숭하기만 하다. 선거가 끝나면 제발 야구라도 잘하자. 노병수 대구 동구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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