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인물 - 이 세계] 울릉도 1호 임업 후계자 정대휘씨

  • 정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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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06 07:54  |  수정 2017-05-06 09:44  |  발행일 2017-05-06 제2면
울릉도 산양삼 재배 개척자 “세계 최고 클러스터 조성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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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서 산양삼 재배에 성공한 공로로 울릉군 제1호 임업 후계자로 선정된 정대휘씨가 산양삼 재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울릉군 서면 태하리 일대에서 산양삼을 재배하며 부농의 꿈을 키워가는 농부가 있다. 정대휘씨(55). 그는 한때 잘나가는 농산물직판장 대표였지만 IMF 외환위기가 본격화된 1998년 운영하던 업체를 돌연 정리한 뒤 시행착오 끝에 울릉도에 둥지를 틀었다.

“두 개의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숨 돌릴 틈 없이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도시생활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한 달여 고민한 정씨가 선택한 것은 귀농이었고 이때 운명적으로 산양삼을 만난다. 정씨의 처남이자 한반도산삼마을영농조합법인의 대표인 황영하씨로부터 산양삼 재배일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 하지만 산양삼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산양삼은 산삼의 씨를 채취해 깊은 산속에 뿌리고 성장하면 채취한다. 땅의 정기를 빨아들인다는 점에서 토양의 건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엄청난 정성과 깐깐한 안목이 필요하다.

정씨는 1999년부터 약 3년간 산에서 대부분 생활을 하며 산양삼 재배 기술 연마에 매달렸다. 경기와 강원 등지의 농장을 찾아다니며 직접 파종·이식 등 재배기술을 익혔다.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되던 2001년 그는 마침내 고향 예천 회룡포로 돌아온다. 인근 임야 11만6천여㎡에 야심차게 산양삼을 심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채 귀농은 실패하는 듯했다. 문제는 ‘땅’이었다. 그는 우연히 산양삼 재배지로 울릉도가 최적지라는 사실을 알고 이듬해 섬으로 들어간다.

"귀농후 산양삼재배 재미 못봐
섬으로 들어가 10년만에 결실
판로개척의 벽도 하나씩 해결
철저한 준비·경영마인드 중요
국내 첫 무농약 인삼 새 도전”


울릉도는 고랭지이지만 화산암반지역으로 물 빠짐이 좋아 산양삼 재배에 딱이다. 또 고로쇠 물과 명이나물은 사포닌 함량이 높아 인삼이나 산삼 특유의 향이 짙다. 이런 사실을 간파한 정씨는 2002년 울릉군 서면 삼막지역에서 시험재배를 시작했다.

아울러 개인 산삼연구소를 설립, 영농일지를 토대로 파종, 이식시기, 띄워심기 등 섬 특성에 맞는 재배법을 꾸준히 연구해 성공률을 높였다. 자신감을 얻은 정씨는 2009년 서면 태하리 서달지역 일대 임야 2만㎡를 10년 이상 장기 임차해 산삼종자 12㎏을 파종하고, 2~5년 묘삼 7만 뿌리도 이식해 발아 및 재배에 성공했다. 귀농 10년 만이다.

“새가 산삼의 종자를 먹은 뒤 산속에 배설해 자생한 것이 산삼인 데 비해 산양삼은 묘종을 산에 옮겨 심어 재배합니다. 묘종 100개를 심으면 10개 정도만 살아남을 만큼 수확률이 낮아요. 수확률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재배기술을 개발해야 돼요. 10년 정도 산속에 묻어둬야 하기에 긴 세월을 버텨낸 산양삼은 거의 산삼이나 진배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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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거둔 성공이지만 정씨는 판로 개척이라는 또 다른 벽과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올해 안 팔리면 내년에 팔면 되고, 해를 묵을수록 가치가 커지고 값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정씨는 2014년 문을 연 라페루즈리조트(대표 최영근)에 산양삼 전문 음식점 ‘미당’을 오픈하고 리조트 뒤편에 산양삼 체험장을 조성했다. 관광객과 기업 연수생에게 울릉도 산양삼을 자연스럽게 체험·홍보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울릉도에는 2011년 1월 시행된 ‘임업 및 산촌 진흥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특별관리임산물(산양삼) 생산 신고가 확인된 경작자는 정씨 한 명뿐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산양삼 재배에 성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울릉군 제1호 임업 후계자로 선정됐다. 현재 그는 경영과 마케팅 분야의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경북도 농민사관학교 CEO과정과 안동대 농업개발원 농업최고경영자과정에 들어갔다.

“프랜차이즈 매장 하나를 차려도 6개월 이상 연구하고 준비가 필요합니다. 농사에 대해 막연한 장밋빛 희망을 갖고 귀농하는 사람은 오래 못 버팁니다. 귀농해 정착에 성공하려면 철저한 준비와 기업가의 경영마인드를 확실하게 가져야 합니다.”

그는 요즘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울릉군 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해 2년 묘삼 3천 뿌리를 서면 남양리 소재 농업기술센터 시험재배지에 이식해 국내 최초로 무농약 인삼재배에 나선 것. 산지가 아닌 임야나 밭에서도 친환경·무농약 인삼재배에 성공하게 되면 지역농민의 차세대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와 함께 그는 북면 현포리 농장에서도 전호, 명이, 더덕, 삼나물 등 산채를 식재하고 무농약 재배를 시도하고 있다. 농장 옆에는 판매장을 마련해 산양삼은 물론 청정 산나물, 무농약 인삼을 체험할 수 있는 6차산업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작목반을 발족시켜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청정·무공해 울릉산양삼을 특화해 새로운 지역 특산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섬 농민이 많이 동참하면 세계 최고의 산양삼 클러스터도 조성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

글·사진=울릉 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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