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짜장면과 그의 단짝 짬뽕’ 대구 맛집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5-05   |  발행일 2017-05-05 제38면   |  수정 2017-05-05
식탁 위 ‘검은 유혹’…하루 700만이 젓가락 든다
20170505
중국 칭다오 ‘자장미엔’
20170505
회성각 ‘쟁반짜장’

하루에 700만 그릇. 우리 국민 8명 중 1명은 매일 짜장면을 먹는다. 한 그릇에 4천500원이라면 금액으로 315억원. 짜장면은 이제 ‘국민음식’이다. 1990년대 이후 외식메뉴로 피자와 햄버거에 밀렸지만 여전히 찾는 사람이 많다. 짜장면은 중국 산둥지방에서 유래된 음식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먹는 것처럼 한 끼의 식사로 나오는 형태는 우리나라 인천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짜장면은 중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한국식 중화요리다.

중국의 짜장면은 ‘자장미엔(炸醬麵)’이라 부른다. 자장미엔은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근래 칭다오의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다진 삼겹살에 약간의 양파·버섯·건새우, 중국의 된장인 ‘황두장(黃豆醬)’과 걸쭉한 단맛이 나는 밀로 만든 ‘티엔미엔장(甘麵醬)’을 해산물로 만든 기름에 볶아 만든다. 우리처럼 한끼의 식사가 되는 한 그릇이 아니고 코스요리의 마지막 식사개념으로 먹기 때문에 작은 그릇에 적은 양을 삶아 찬물에 식힌 면에 올려 먹는다. 우리처럼 달달한 듯 하지만 짠맛이 강하다. 빡빡한 장에 약한 불에서 10여 시간 끓인 고기 육수를 부어 먹기도 한다.

감칠맛·매콤함 더한 쟁반짜장 ‘회성각’
시나몬향 보탠 큼직한 탕수육도 인기

불고기 얹은 시금치즙 면발 ‘달군반점’
불맛 살린 순두부짬뽕밥 역시 상종가

파기름香 짜장소스 끝내주는 ‘현짬뽕’
문어 통째로 올려진 짬뽕전골도 별미


1883년 인천이 개항되고 중국인들이 대거 몰려 들었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요리점을 차렸다. 이때부터 종균을 넣어 2일간 발효시킨 소맥분과 대두콩에 물과 소금을 넣어 분쇄해 40~50일 숙성시켜 사탕수수와 옥수수전분을 원료로 만든 천연첨가물인 캐러멜로 까맣게 옷을 입혔다. 중국에는 없는 ‘춘장’이 탄생한 것이다. 독특한 향을 줄이고 양파를 듬뿍 넣어 단맛을 강화시켰다. 감자나 당근이 짜장면의 새로운 재료로 편입되었다. 걸쭉한 소스와 면의 양도 한 끼 식사가 되게 푸짐하게 담아냈다. 이렇게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화시켜 탄생한 것이 지금의 한국판 ‘나폴리식 스파게티’인 짜장면이다.

취향에 따라 약간의 식초나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먹기도 한다. 짜장면에는 식초와 고춧가루가 들어가야 그 맛이 완성된다. 밀가루와 양파는 달다. 고추가루는 맵다. 춘장은 짜다. 여기에 식초의 신맛이 보태져야 짜장면의 진미가 완성된다. 한식답게 김치와 곁들여 먹으면 중독성은 증폭된다.

달달한 맛 덕분에 가족회식할 때 메뉴선택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다.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방방곡곡에 배달 안되는 곳이 없는 음식이 짜장면이다. 논두렁·밭두렁은 물론 운동장, 바닷가, 심지어 목욕탕에까지 배달이 된다. 한 끼의 식사로도 든든하기 때문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주문하자마자 물과 전분을 사용하지 않고 물기 없이 볶아낸 춘장소스와 재료에 면을 별도로 내는 ‘간짜장’부터 3가지 해물이 추가되는 ‘삼선짜장’, 그릇이 아닌 쟁반에 담겨 나오는 ‘쟁반짜장’, 춘장이 아닌 두반장을 사용한 붉은색의 매콤한 ‘사천짜장’, 청양고추와 고춧가루로 맵게 만든 ‘고추짜장과 불짜장’, 고기부터 재료를 모두 갈아서 춘장과 섞어 볶은 ‘유니짜장’, 고추잡채처럼 고기와 채소를 얇게 채친 ‘유슬짜장’, 전분을 많이 넣어 걸쭉한 국물에 면을 말아 먹는 ‘물짜장’, 채식주의자들이 좋아하는 채소로만 만든 ‘스님짜장’, 된장으로 맛을 낸 ‘된장짜장’, 검은 춘장 대신 중국된장에 고기를 볶아 만든 소스의 ‘하얀짜장’, 통마늘을 넣은 ‘마늘짜장’, 청국장을 이용한 ‘청국장짜장’ 등 130여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고 친숙한 맛의 짜장면은 계속 진화되고 있다.

▶회성각 (남구 현충로 256)

감칠맛이 입안에서 착 감겨 나온다. 요즘 맛이 아니다. 서툴고 거칠어 보이지만 춘장의 구수한 맛과 각종 해산물에서 우러나는 묵직한 맛이 잘 융합된 쟁반짜장이다. 면과 짜장이 차분하게 섞여져 맛이 얌전하다. 쟁반짜장은 즉석에서 면과 재료를 볶아 큰쟁반에 얹어내 여럿이 같이 먹는 짜장면이다. 미리 비벼져 나와서 먹기도 수월하다. 먹는 동안 춘장과 함께 자글자글 볶여져 나온 양파와 양배추가 끝까지 아삭아삭 씹힌다. 즉석에서 짜장과 재료를 넣어 볶아 구수한 맛이 더 강하게 전해져 온다. 조미료와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 착한 쟁반짜장이다. 매콤함까지 있어 크게 느끼하지 않다.

워낙 큼직하게 튀겨 가위로 잘라 먹어야 되는 탕수육도 이 집의 인기 메뉴. 겉은 바삭하지만 속의 육즙은 그대로 살아 있다. 소스는 약간 신 듯 달콤하다. 시나몬향까지 보태졌다. 고기를 연하게 양념한 다음 숙성 절차를 거친다. 달걀 흰자와 녹말가루를 입혀 고온에 한순간 튀겨내 고소함이 유별나다. (053)629-2964

20170505
달군반점 ‘순두부짬뽕밥’
▶달군반점 (동구 신암남로 122 애플마켓 105호)

짜장면에 불고기가 얹혀져 있다. 탱글탱글한 시금치즙이 들어간 파르스름한 면발이 인상적이다. 별도로 구워내 불향까지 곁들어졌다. 큼직한 소불고기가 제법 수북하다. 짜장소스와 비벼도 두 가지 맛이 겉돌지 않고 잘 어울린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화려한 맛은 아니다. 별도로 물을 넣지 않고 채소에서 우러나는 수분으로만 구수하게 볶은 춘장의 냄새가 스며든다. 느끼하기보다는 말끔한 맛이다. 볶을 때 기름의 양을 다른 집보다 많이 줄여서인지 한 그릇 비울 때 더부룩함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 집의 ‘순두부짬뽕밥’도 인기메뉴. 중화요리 특유의 불맛을 살린 순두부와 오징어, 홍합 등 다양한 해산물이 어우러져 국물 맛이 진하면서 시원하다. 국물의 맛이 깊게 밴 순두부는 얼큰한 짬뽕 국물맛을 그대로 간직한 채 고소하면서 부드럽다. 순두부 맛이 도는 짬뽕국물에 밥 말고 단무지나 양파를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깔스러운 한 끼 식사가 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매운 소스의 탕수육도 별스러운 맛이다. (053)959-5988

20170505
현짬뽕 ‘짬뽕전골’
▶현짬뽕 (남구 대봉로 89)

달착지근하지 않아 느끼함이 적다. 춘장에 전분과 설탕을 넣지 않고 볶은 짜장소스가 비법이다. 윤기가 도는 연갈색이다. 심심할 정도로 담백하다. 신선한 양파와 돼지고기를 다른 집보다 정성껏 오랫동안 볶아 전반적으로 맛이 자연스럽게 우러난다. 진한 향은 아니지만 파 기름 특유의 은근한 향이 풍겨난다. 잘게 씹히는 고기는 국내산 암퇘지다. 짜장소스는 매일 아침 만든 파기름을 이용하여 하루 2차례 볶는다. 면을 먹고 나서 남은 짜장은 밥을 비벼 먹거나 그냥 먹어도 짜지 않고 맛이 좋다.

통마리 문어가 올려져 있는 ‘짬뽕전골’도 이 집만의 내공이 느껴지는 별스러운 맛이다. 주방에서 불맛을 한번 입혀 전골 냄비에 담아내는 걸 즉석에서 끓여 가면서 먹는다. 닭 육수에 푸짐하고 싱싱한 키조개, 가리비, 꽃게 등의 해산물에서 우러나는 산뜻한 국물을 섞어 궁합을 맞추었다. 기분 좋은 매운맛이다. 해물을 다 먹고 거기에 면을 빠트리면 짬뽕이 되고 밥을 깔면 짬뽕밥이 된다. (053)474-2656

음식칼럼니스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