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에 이익 골고루 나눠 줄 수 있는 사람 지도자 돼야”

  • 최미애,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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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03 07:12  |  수정 2017-05-03 08:44  |  발행일 2017-05-03 제2면
■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 ‘부처님 오신 날’인터뷰
“無常한 현실직시하는 지혜 필요
더 가지려하면 대립·투쟁 불러
종교, 인간성 회복 중심에 서야”
20170503

“대구·경북이 항상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 아니었습니까. 동화사도 사회 통합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둔 2일 동화사에서 만난 주지 효광 스님은 동화사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효광 스님은 “팔공산은 신라오악(新羅五嶽·신라시대 나라가 제사를 지냈던 5개의 산악) 중 중악이었다. 삼국통일의 여명은 그때부터 밝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라시대부터 사회 통합에 앞장선 대구·경북 지역이 앞으로도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효광 스님은 도봉 스님을 은사로 1976년 사미계를 받았으며 봉암사 태고선원, 상원사 청량선원, 칠불사 운상선원, 팔공총림선원 등에서 안거 수행했다. 또 봉암사 주지, 종정 예경실장을 역임했다.

▶스님은 선승(禪僧)으로 알려져 있는데, 출가 이후 어떻게 수행해오셨는지요. 또 수행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조계종의 특별 수도원인 문경 봉암사 주지를 6년 남짓 한 것 외에는 줄곧 선원에서 선 수행을 했습니다. 수행은 눈을 뜨는 것입니다. 대명천지 밝음은 늘 찬란한데, 공연히 눈 뜰 줄 모르고 눈을 감고 ‘어둡다’ ‘안 보인다’ ‘캄캄하다’ 하는 어리석음에서 활짝 깨어나는 것입니다.”

▶나라가 안팎으로 시끄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요.

“무상(無常)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고, 항상 변해간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부질 없는 세상사가 모든 것인 줄 잘못 앎으로 인해 일어나는 어리석은 일들을 경계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계층 간의 갈등, 양극화처럼 세상에 어지러운 일들이 많습니다. 불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어떤 이가 운거도응 선사에게 ‘우리 집에 솥이 하나 있는데 떡을 찌면 셋이 먹기 부족하지만 천 명의 사람이 먹으면 남으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운거도응 선사는 ‘쟁즉부족(爭卽不足)이요, 양즉유여(讓卽有餘)’(다투면 부족하고 사양하면 남는다)라고 법문하셨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부족하고 없어서 갈등·반목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가지려고 쌓아두고 취하는 데서 대립과 투쟁이 시작됩니다.”

▶대통령 선거가 며칠 안 남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요.

“태공망 여상과 문왕의 문답에서 ‘어떻게 민심을 수렴해야만 천하를 도모할 수 있느냐’는 문왕의 물음에 여상은 이렇게 말합니다. ‘천하는 일인의 천하가 아니라 만인의 천하인 연고로 천하의 이득을 만인에게 골고루 나눠주면 천하는 나에게로 돌아온다.’ 천하의 이익을 홀로 차지하려는 자는 반드시 천하를 잃게 된다는 고사(故事) 실천할 수 있는 지도자여야 할 것입니다.”

▶종교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진 않습니다. 종교가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종교가 인간성 회복의 바른 중심에 서야겠습니다. 그릇이 더러우면 아무리 좋은 음식을 담아도 먹지 못하는 것처럼, 맑고 깨끗한 마음의 그릇에 향기로운 학문의 음식을 담는다는 것입니다. 종교가 인간다운 인간의 길로 가는 것에 걸림돌이 된다면 그런 종교가 과연 필요할까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지요.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 이 말씀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우리 종단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글=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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