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사회적경제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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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02   |  발행일 2017-05-02 제31면   |  수정 2017-05-02
[CEO 칼럼] 사회적경제인의 꿈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저희는 청소하는 분들과 근로계약서를 쓸 때 노동의 가치에 대해 알려주고 ‘건물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문화공연을 통해 인성교육을 하면서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고자 합니다.”

지난 연말 한 보고서에 기록된 청소업종 사회적 기업가의 인터뷰 내용이다. 이 기업은 고용 창출과 일자리 유지가 목적인 사회적기업으로 기업 운영의 목적이 예사롭지 않다. 내친김에 하나 더 인용하자. “저희는 마을공동체 형성에 큰 가치를 두고 친환경 로컬푸드 식자재 공급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드나들 수 있고 쉴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지난 4년 동안) 구성원들이 참여해 민주적 지배구조를 통한 협동조합 원리를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관계형성을 위해 복날, 국수 먹는 날, 팥죽 먹는 날, 윷놀이 등 매장을 중심으로 구성원들 간에 좋은 관계형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로컬푸드 마을기업가는 도농 간의 교류를 통한 안전한 먹거리 구매와 마을공동체 형성이 중요한 가치라고 말한다.

지난 몇 년 사이 사회적경제의 발전은 놀랄 만하다. 특히 사회적경제를 긍정적으로 확산시키고자 하는 정책적 의지가 매우 컸으며, 대선주자들 역시 강한 정책 의지를 보인다. 사회적경제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등의 경제활동을 통칭하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와 함께 중요하게 여기기에 ‘사회적 배제계층’의 생활 욕구, 건강한 먹거리, 안전한 주거, 삶을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살펴 개선·개혁할 수 있는 기업적 방식을 고민한다. 또한 기업 운영에서의 민주적 절차를 중요하게 여겨서 신뢰 형성을 통한 사회자본을 두텁게 할 수 있다.

이렇듯 사회적경제가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 문제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없애거나 줄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사회 문제의 당사자들이 자조와 자립의 기회를 통해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으며, 선한 의지의 사회적기업가들이 집단 지성으로 경쟁과 세계화의 파고 속에서 결과를 초래한 양극화의 문제, 소외와 불평등, 환경파괴 등 문제들의 대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구·군, 읍·면·동 단위에서 새로운 지역혁신의 경로를 설계해 볼 수 있다. 영세상인들이 모여 만든 공동브랜드, 장애인들이 만든 빵, 미혼모를 위한 자립교육,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모임카페, 비어 있는 공공 공간, 골목 자투리공간 등이 활용돼 새로운 지역활성화의 거점사업으로 거듭나는 사회적경제 현장을 보고 있다.

지금까지 시도해온 것처럼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일상생활에서 절실하고 필요한 문제 해결의 작은 짜깁기를 통해 분절된 사회를 다시 이어보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경제기업을 통해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교육·주거·문화·의료 등의 수준을 높여주면 실질소비 지출이 줄어 실질임금 격차도 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지역의 산적한 복합적인 문제들을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타개해가면서 지역경제 역량과 사회적 역량, 커뮤니티 역량을 키워 지역적 회복력(Regional resilience)을 높이려는 꿈도 가져본다.

논어의 ‘술이편’에는 사각형의 한 모퉁이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다른 세 모퉁이의 문제도 자연히 풀 수 있다는 의미의 계발(啓發)이라는 성어가 있다. 사회적경제가 구체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선의의 자원을 경제활동으로 엮고, 다른 문제 역시 해결해나가는 ‘계발’의 계기가 되길 사회적경제인들은 간절히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열정적 사회적경제인들이 나오고, 지역사회의 깨어있는 노력이 이어져야 함은 당연지사다.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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