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미래’보다 ‘과거’가 중요할까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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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01   |  발행일 2017-05-01 제30면   |  수정 2017-05-01
과거 심판하는 회고적 투표
미래 기대거는 전망적 투표
탄핵 따른 조기대선 여파로
과거지향 선거분위기 지배
대선후 미래는 어떻게 될까
[송국건정치칼럼] ‘미래’보다 ‘과거’가 중요할까

유권자의 투표 행태는 크게 ‘회고적 투표’와 ‘전망적 투표’로 나뉜다. 과거 지향형인 회고적 투표는 특정 정치인, 정치집단의 지난 일을 평가해서 표(票)로 심판한다. 미래지향형인 전망적 투표는 누가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줄지를 비교해서 표를 준다. 정권의 임기 도중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총선과 지방선거는 회고적 투표 경향을 보인다. 야권에서 정권심판론, 중간평가론을 들고나오는 까닭이다. 반면 대통령선거는 전망적 투표가 표의 흐름을 주도한 경우가 많았다. 직전 정권의 공과(功過)도 따지지만, 그보다는 차기 정부의 비전에 기대를 걸고 대통령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1987년 직선제가 재도입된 이후 10년 주기로 보수→진보→보수 정권이 차례로 들어선 건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지만 큰 틀은 새로운 미래를 갈망하는 유권자의 표심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인 탓에 회고적 선거운동이 판세를 지배한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 선거운동의 큰 줄기인 ‘적폐청산론’이 대표적이다. 문 후보는 ‘협치’와 ‘통합’도 동시에 말한다. 그러나 4월28일 발표한 민주당의 최종 대선공약집에 나온 4대 비전 가운데 첫째는 ‘촛불혁명의 완성으로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이다. ‘이명박·박근혜 9년 집권 적폐청산’을 주요공약으로 내세우며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가칭)를 만들겠다고 했다. 국가운영의 비전을 말하면서도 적폐청산을 전제로 달았다. 민주당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문 후보 지지연설에서 “이번에 집권하면 극우 보수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뻔뻔하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나라를 맡겨서 박근혜, 전두환, 노태우가 구속됐다. 구속된 사람 모두 박정희와 관계됐다”고도 했다.

청산 대상 적폐세력의 범위를 숨기려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문 후보 진영의 이런 회고적 투표 유도 전략엔 치밀한 계산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역대 TK 정권에 적대적인 지지층을 결집만 시키면 이번 대선에서 무조건 승리한다는 나름대로의 자신감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회고적 투표에만 승부를 거는 일이 옳은 걸까. 이번 대선을 통해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한동안 나라가 크게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대통령직인수위 활동도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국회 의석 과반수를 확보한 정당이 없으니 여소야대 정국이 된다. 국무총리를 지명해도 국회 인준이 어려우니 식물 내각 상태가 일정 기간 불가피하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집권 세력은 정계개편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정국을 혼란 속으로 몰아가게 된다. 이 상태에서 국민생활을 돌보면서 국가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까. 트럼프와 시진핑, 아베의 도발을 감당할 수 있을까.

회고적 투표는 물론 필요하다. 잘못된 관행을 깨지 않고 거듭날 수는 없는 까닭이다. 다만 이번엔 전망적 투표가 더 절실할 수도 있다. 가장 먼저 전망해야 할 건 과연 누가 대통령이 됐을 때 헝클어진 나라를 합리적, 순차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지다. 통합의 리더십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다음으론 새 정권의 핵심부를 구성할 사람들이 누구일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주변 사람들의 전횡이 드러난 마당이므로, 이 대목은 회고적 투표와 전망적 투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할 부분이다. 아울러 대구·경북 유권자 입장에선 지역의 가치, 이익을 지켜줄 후보가 누구인지도 살펴야 한다. 단순히 지역 연고가 있는 후보를 뽑자는 게 아니다. 편견을 버리고 넓은 시야로 어떤 정권이 탄생해야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 보자는 의미다.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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