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메가트렌드 읽기 .66] 대선 어젠다 떠오른 기본소득제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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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01   |  발행일 2017-05-01 제29면   |  수정 2017-05-30
4차산업혁명시대 ‘기본소득제’가 대안 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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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시범 도입을 하거나 논의대상이 되면서 화제가 된 ‘기본소득제’ 도입문제가 이번 대선전의 어젠다로 거론됐다. 하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나라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는 이 ‘개념’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쪽으로 기울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놓고 포퓰리즘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하지 않아도 나라가 누구에게나 돈을 준다’는 보편적 복지 개념 자체가 국민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로봇이 수많은 일을 대신하게 될 미래사회에서는 기본소득제가 마냥 외면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기본소득제는 가능한 걸까.

1795년 토머스 페인 제안한 개념
학자 하이에크·프리드먼 등 지지
5년내 710만개 일자리 소멸 전망
브라질·스위스·캐나다·독일 등
기본소득 고려하거나 시범 시행

◆기본소득제 어디에서 시작되었나.

기본소득보장제도(BIG, basic income guarantee)의 개념은 상당히 오래된 것이다. 1795년에 미국의 혁명가인 토머스 페인은 토지사유제로 인해 상실된 자연법적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 국가 기금을 조성해 남녀를 불문하고 21세가 되는 국민에게 15파운드를 지급하며, 나아가 50세가 넘은 국민에게는 매년 10파운드를 지급하는 ‘사회적 배당금(citizen’s dividend)’을 제안했다.

또 마틴 루터 킹 주니어는 1967년의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연설에서 “가장 간단한 접근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빈곤에 대한 가장 좋은 해결책은 소득 보장제도로 직접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경제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밀튼 프리드먼의 지지를 받았다. 밀튼 프리드먼은 최저보장소득을 역소득세(저소득자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로 해결하고자 했다.

◆핀란드의 실험 왜?

현재 브라질, 스위스, 캐나다, 독일과 같은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기본 소득제도를 고려하고 있거나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은 25~58세에 해당하는 실업자 2천명을 무작위로 선발했다. 이들에게 월 70만원에 해당하는 돈을 지난 1월부터 지급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조건도 없다. 어디에 썼는지 보고하지 않아도 상관 없다. 취업해도 돈은 계속 받을 수 있다.

핀란드가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사회적 불평등을 없애며 더 나아가 전체 복지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 말한다. 게다가 눈앞에 다가온 제4차 산업혁명, 즉 AI 시대도 기본소득 논의를 부채질했다. 똑똑해진 기계는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관건은 재원 마련

관건은 돈이다. 스위스의 지난해 기본소득안 투표는 부결됐다. 77%의 국민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전 해에 이어 두 번째 부결이다. 기본소득으로 인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세금이 적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스위스 정부는 월 3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때 연간 약 25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매일경제신문과 메트릭스가 지난 2월2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본소득제에 대해 ‘적합하다’는 의견은 30.5%에 그쳤고,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50.8%로 절반을 넘었다.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18.8%였다. 연령별로는 고연령층의 반대가 심했다. 55~59세 중 72%가 반대해 가장 부정적이었고, 유일하게 20대에서만 찬성이 반대를 앞질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세율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남는 의문

먹고살 만한 중산층 이상까지 기본소득을 줘야 할까. 즉 빈곤층에게 집중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것이다. 반면 선별적 복지보다 기본소득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소득 재분배 효과 면에서 기본소득이 선별적 복지보다 효과적일 것이란 주장이다.

반론도, 비판도 많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은 크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최근 “기본소득은 시대정신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통스럽지만 명백히 앞으로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다보스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인공 지능 발전으로 전세계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질 전망이다. 특히 단순 업무직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언젠가는 기본소득을 통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될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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