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함께 만드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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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01 07:47  |  수정 2017-05-01 09:19  |  발행일 2017-05-01 제18면
“비중없는 나무 역할이라도 하나하나가 다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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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유종기자 dbwhd@yeongnam.com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5월이 되었습니다. 푸릇한 들판은 눈을 즐겁게 하고, 천연색의 꽃들이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는 시절입니다. 사람들이 5월을 얼마나 좋아하면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까지 할까요?

요즘 학교마다 운동회나 체육대회 연습이 한창입니다. 봄이 익어가며 낮에는 제법 더운 기운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운동회 연습을 하는 아이들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운동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단체 경기나 단체 무용입니다.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저마다 제자리에서 땀 흘리는 모습이 퍽 대견스럽습니다.

무대배경, 공연위해 꼭 필요한 존재
작은 것들이 모여 훌륭한 전체 구성
첨단 비행기도 나사 하나로 못 날아
눈에 잘 띄지 않더라도 모두가 ‘별’

단체 무용은 흩어진 점들을 모아 우아한 그림을 만드는 작업과 같습니다. 뿔뿔이 흩어지면 아무것도 아닌 점들이 정렬된 기준에 따라 모여서 이루어내는 그림을 보면 탄성이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정말 한마음 한뜻이 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예술 작품입니다. 단체 속에 들어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은 제 역할을 다하여 비로소 반짝이는 별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나 하나쯤 대충 해도 되지 않겠어?’ ‘내 역할은 너무 초라해. 그래서 부끄러워. 하기 싫어!’ ‘난 친구들 사이에 있으면 잘 안 보일 거야. 그냥 대충 해야지.’

영화 ‘달빛 궁궐’에는 이런 생각으로 고민에 빠진 친구가 있습니다.

주인공 현주리는 뮤지컬 공연에서 비중 없는 나무 역할을 맡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눈에도 띄지 않고 그저 그런 나무역이라 생각하며 서글퍼합니다. 현주리는 즐거움도 기쁨도 없이 연습을 하는데, 우연히 다람이를 만나게 됩니다. 다람이는 궁궐에 있는 자격루 속의 12지신 중 하나인데, 늘 반복되는 일상에 권태감을 느껴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도망쳐 나온 인물입니다. 현주리와 다람이는 모두 자기가 맡은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괴감에 빠져 있던 인물이라는 데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던 중 둘은 달빛세계에서 매화부인의 음모에 휘말리면서 이 세상에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 세상에 그냥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의 지난 행동을 반성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위기를 극복한 다람이와 현주리는 원래 자기가 있던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현주리는 무대의 배경과 같은 나무 역할도 공연에서 없으면 안 되는 중요한 장치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다람이 역시 자신이 없으면 시간이 멈추어 버린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둘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하던 일을 다시 합니다. 하지만 마음은 즐겁고 행복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나 공연에서는 주인공과 보조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인생에서는 주인공과 보조자의 구분이 없습니다. 누구의 삶은 주인공이고, 누구의 삶은 보조자인가요? 그런 건 없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사람도, 단체 무용에서 비중이 적은 역을 맡은 사람도, 각자 자기의 인생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주인공은 사건을 스스로 이끌어가는 사람입니다. 운동회 때 하는 단체 경기나 무용에서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나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나 모두 자신의 일을 스스로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이 전체 중의 하나가 될 때, 그 하나에 대해서는 자기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움직일 때 비로소 완벽하고 훌륭한 전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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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기술이 모여서 만들어진 비행기도 자잘한 나사 하나 때문에 날지 못할 수 있습니다. 공들여 쌓은 탑도 작은 돌멩이가 하나 빠지면 와르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모여 하나를 이룰 때에 어느 것 하나 빠져도 되는 건 없습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하나하나가 다 주인공입니다. 자신이 있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세요.

‘내가 빠지면 우리 학년 단체 경기는 망치고 말 거야.’ ‘나는 우리 학년의 무용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람이야.’ 여러분의 밝은 생각이 아름다운 전체를 만듭니다. 함께 만드는 하나를 위해, 제각기 제자리에서 주인공으로 밝게 빛나는 별이 되어 보세요.

김대조<대구 화원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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