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개선→종료' 열흘새 극과 극 달린 미국

  • 입력 2017-04-28 00:00  |  수정 2017-04-28

"우리는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선(reform)이라는 목표를 향해 노력해나가겠다." (4월 18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한미 FTA는 받아들일 수 없고 끔찍한 협정이다. 재협상(renegotiate)하거나 종료(terminate)할 것이다." (4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불과 열흘 만에 한미 FTA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극에서 극으로 갔다.


 수차례 미국을 방문해 한미 FTA가 양국에 가져다준 이점을 알리고 공감을 끌어냈다던 우리 정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 발언 때만 해도 한미 FTA에 대한 전망은 어둡지 않았다.


 한미 FTA 개선이라는 말의 의미를 두고 여러 해석이 오가긴 했지만, 정부는 재협상과 개선을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미국이 모든 무역협정에 대한 자국의 무역적자를 조사하기로 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이야기일 뿐 뜻밖의 돌출 발언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지난 3월 말 미국 무역대표부(USTR) 보고서에서 한미 FTA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처음으로 나온 것도 미국 내 재협상 주장이 수그러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처음으로 재협상을 넘어 종료라는 더 극단적 표현이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 맞아 로이터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미 FTA에 대해 "힐러리(클린턴 전 국무장관)가 만든, 받아들일 수 없고 끔찍한 협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는 훌륭한 협정이지만, 미국에는 지독한 협정이라고도 했다.


 재협상 의사를 언제 밝힐 것이냐는 질문엔 "아주 곧"이라며 "지금 발표한다"고 말했다. 한미 FTA 5주년은 재협상을 시작하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는 언급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FTA 재협상) 준비가 돼 있다"면서 "펜스 부통령이 나대신, 한국에 가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통상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주형환 장관과 우태희 차관은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잇달아 미국을 찾아 한미 FTA의 필요성과 한미 간 통상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주 장관은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가장 먼저 찾은 외국 통상장관이기도 하다.
 방미 이후에는 기자간담회나 자료를 통해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가 오갔음을 강조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우 차관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상대측에서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돌발적이면서도 서로 상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는것이다.


 그렇다고 가벼이 넘길 내용도 아니다.
 양측의 동의가 필요한 재협상과 달리 종료는 미국만의 의지로도 가능하다.


 한미 FTA는 한쪽 당사국이 다른 당사국에 협정 종료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되게 돼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가 종료될 경우 양국 교역액이 2015년에 비해 연간 30억 달러(약 3조4천억원) 가까이 감소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적어도 그 결과가나온 뒤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동안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온 만큼 앞으로도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서도 재협상·폐기 등을 거론했지만, 실제로는 원만한 개정의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며 "이번 발언을 지나치게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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