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복사꽃 핀 영천 대창∼복사꽃 지는 경산 반곡지 ‘賞春 라이딩’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4-28   |  발행일 2017-04-28 제37면   |  수정 2017-04-28
복사꽃 피고 지고…꿈의 계절 속을 달리다
20170428
영천시 대창면 구지리 복사꽃 피는 마을에 도착한 일행은 복사꽃 사진촬영대회의 반짝 모델로 뜻밖의 인기를 누렸다.
20170428
대구선쪽 금호강자전거길을 달려온 자전거 행렬이 매호교를 건너기 위해 KTX 고가철로 밑을 라운딩하고 있다.
20170428
반영 사진 촬영 명소 반곡지(경산시 남산면)를 찾아 달려온 것을 기념해 복사꽃 잎지는 이 봄에 사진 한장을 찰칵 찍었다.
20170428
영천시 대창면 구지리에서 경산시 용성면 외촌리로 넘어가는 외촌고개(일명 금박재)를 넘어가다 말고 뒤돌아보니, 복사꽃잎들은 부산행 KTX 를 타고 새봄 여행을 하고 있었다.

“한 그루 나무로 강토는 기름진다!” 광복 이후 국토보전에 적신호를 느낄 정도로 산등성이가 붉은 흙을 드러낸 벌거숭이 민둥산이었던 70년 전 식목일 기사에 등장했던 헤드라인이다. 그때 김천∼왜관∼대구∼삼랑진으로 이어지는 경부선 창밖은 벌거숭이 산하였다.

일제의 산림 학대와 광복 이후 사려 깊지 못한 난벌로 벌거숭이 산이 되었던 3천리 금수강산에 녹음방초한 봄색이 완연하다. 산에 들에 집에 생명감 넘친다. 콘크리트를 쳐놓은 창문 너머 뜨락에 뿌리를 내린 돌복숭아 나무는 춘풍에 꽃잎을 날려 보냈다. 복사꽃 지기 겁나게 라일락나무는 하늘 높이 꽃송이를 매달아 올렸다. 창문을 열 겨를이 없어 라일락 꽃향기 냄새조차 맡지 못했다. 난색의 봄이 십일홍인가?

지는 벚꽃 아쉬워 90㎞ 복사꽃 라이딩
만촌자전거경기장서 20여명 첫 페달질

작은 연못들 늘어선 영천 금박로 지나
‘온마을이 무릉도원’구지리 복사꽃축제
‘깜짝 모델’ 활약 후 가파른 외촌재 올라
다운·업힐 반복 1시간만에 자인서 점심

식후경으로 30분 거리 반곡지行 라이딩
꽃 떨군 자리 열매와 상춘객 구경 ‘횡재’


떨어진 꽃 잎 주변으로 풀들이 풍년이다. 땅 주인 허락도 받지 않고 얕은 흙에 뿌리를 내린 잡초들은 새삼 자연의 주인임을 가르쳐 주었다. 주말을 기다리다 평일 밤새 사라져 버린 벚꽃 지니 복사꽃 피고, 고왔던 꽃들 지면 잎 푸른 봄으로 순환한다.

청송군 진보면에 내려오는 ‘화전가’는 “단오명절 좋다 해도 꽃이 없어 아니 좋고, 추석 명절 좋다 해도 단풍들이 낙엽지니 마음 슬퍼 아니 좋고, 놀이 중에 좋은 것은 꽃이 피고 잎이 피는 화전놀이 제일이라”고 노래했다. 화전놀이는 꽃이 만발한 봄날의 산천에서 선남선녀들이 서로 어울려 문묵시부(文墨詩賦)로 하루를 즐기며 보내는 봄놀이로, 혜원 신윤복의 그림 ‘상춘야흥’에 잘 그려져 있다. 그땐 글짓기·그림 그리기 놀이로 봄맞이의 즐거움을 노래했다면, 오늘 우리는 말 대신 자전거를 타고 폰카·디카에 셀카 놀이를 하러 산천경개 좋은 ‘빛나는 꿈의 계절’ 속으로 달린다.

잃어버린 봄을 보내다 후두둑 지는 벚꽃들을 떠나보내기 아쉬워 자전거 상춘 행렬을 따라 나섰다. 가보지 않은 길은 설렌다. 안심습지 금호강자전거길을 따라 영천 대창면 구지리에서 자인 계정숲을 경유하여 경산 남산면 반곡지로 이어지는 복사꽃라이딩을 다녀왔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복사꽃 핀 마을은 고향이고 복사꽃 우거진 숲은 농부의 이상향이다.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별천지 무릉의 도원은 복숭아꽃이 아름답게 핀 숲 속의 물길을 따라갔다가 만난 농촌이었다. 그 현실의 무릉도원을 찾아가는 90㎞거리 복사꽃라이딩을 시작한다.

일요일 아침 만촌자전거경기장엔 대경 자출사&대구논스톱 회원 20여 명이 모여들었다. 날씨는 바람 잔잔하고 청명한 데다 가시거리까지 좋아 자전거 타기에 최적 상태였고 평속은 20㎞로 나왔다. 우리 일행은 오전 10시가 되기 전 출발을 해 화랑교를 건넜다. 방촌동 쪽 금호강생태공원을 거쳐 팔현마을로 가는 강촌햇살교를 지나 금호강우회자전거길로 바꿔 탔다. 가천잠수교 경부KTX 고가철로가 있는 매호천을 건너면 매호교가 나오고 안심교(수성구 성동)로 이어졌다. 이 구간의 금호강자전거길은 환상의 대조리를 지나면 호산대학교로 가는 대부잠수교가 나온다. 삼거리 겸용도로에서 차량 흐름을 조심조심 살피고 3.5㎞를 더 달리니 하양교 근처 진량 휴먼시아 앞에 도착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일어섰다.

하양교는 영천 방향 자전거길의 중요 분기점이다. 하양자동차운전학원 쪽 상림리 금호강변로가 끊어지는 지점에서 우회전하니 진량내리길이 열렸다. 여기는 대구대 후문길이다. CU편의점을 통과해서 들어가 향토생활관을 지나 캠퍼스 라이딩을 하면서 봄바람 불지 않아도 흩날리는 ‘벚꽃엔딩’을 감상했다. 계속해서 남동진하니 대구대 정문이 나왔다. 대구대에 오면 경북에 있는 대구대와 대구에 있는 경북대의 교명 빅딜로 시작하는 대구·경북 비정상의 정상화 운동을 떠올리게 된다.

영천은 경산시 진량읍의 대구대로와 금박로에서 경계(대창면 사리리)를 이룬다. 영천 대창면으로 가는 길은 경부고속도로 평사휴게소가 있는 평사리 방향이다. 광개토부동산이 있는 대구대로를 타고 평사2리회관, 경부고속도로 지하로를 차례차례 지나 평사1길과 한제길이 만나는 접경도로(대창면 사리리)를 넘어서면 영천 땅이다.

자전거를 타고 부지불식간에 만난 영천은 대구와 무척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한제길 바통을 이어 달리는 금박로 주변엔 한제지, 민곡지, 외통 내지, 외통 외지, 까치제, 인력제, 양동못, 누룩골못 등 작은 연못들이 늘어서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외통 외지를 지나자마자 909번 지방도로 도로표지판에서 ‘구지’를 확인하는 순간 잘 따라왔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우리가 지나가는 영창중학교(폐교)와 대창 면소재지 일원에서는 최고의 맛과 향을 자랑하는 대창 복숭아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영천 복사꽃 문화축제와 제9회 영천 복사꽃 전국사진촬영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마을주민 및 지역 생활예술인, 풍물단이 모델로 참여하는 꽃축제이다. 사진촬영대회 참가자들은 역동적인 모델을 구하는 눈치였다. 우리는 자전거를 끌고 복사꽃밭으로 들어가 단체모델 서비스를 했다. 셔터 소리가 요란하게 터졌다. 꽃으로 피어난 깜짝 모델들은 더욱 아름다웠다. 영천 대창이 복숭아 재배 면적이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과일촌임을 달리는 길에서 배웠다.

복사꽃 마을 구지리는 경산시 용성면 외촌리와 경계를 이루는 432m 금박산의 줄기가 마을을 소쿠리 모양으로 감싸고 있고, 경부선KTX 철로 아래 남쪽 구릉지부터 마을 입구에 이르는 1㎞ 남짓한 거리에 복사꽃 무릉도원을 일구었다. 110가구 350명(2012년 기준)이 살고, 주민 상당수는 60~70대로 농가당 9천917~ 2만6천446㎡ 과수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구지리와 경산시 용성면 외촌리 사이에는 경사도가 가파른 고개가 있는데, 근처 금박산 이름을 따서 ‘금박재’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용성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니 경산 쪽에서는 ‘외촌고개’라 부른다고 했다.

외촌고개는 가파른 길이었다. 지그재그로 주행하다 곁눈질로 내려다본 구지리 복사꽃마을은 연분홍 사연을 이따금씩 오가는 KTX편으로 전송하고 있었다.

힘에 겨운 고갯마루는 휴식의 유혹에 이끌려 넘는다. 용성대창이 접경하는 용대로 최정상 외촌재엔 쉼터가 없었다. 각자 알아서 휴식을 취했다. 앞서간 사람, 뒤처진 사람으로 잠시 갈렸던 대오는 재정비되었다.

외촌고개에서 점심식사를 예약해놓은 자인시장의 식당까지는 다운힐과 평지 라이딩, 완만한 금학재(자인면 금학산 등산로 입구) 업힐이 섞인 구간으로 1시간여 소요되는 거리였다. 용성면 외촌리, 도덕리를 지나 고죽교까지는 용대로를 이용하고, 고죽교에서 고죽리, 신관리까지는 금학로를 탔다. 고죽리에서 자인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등산인들은 ‘굴티재’, ‘자타사’(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금학재’로 부르고 있었다. 자인 금학산 등산로 안내도를 세워놓은 곳이다. 굴티재에서 다운힐을 시작하니 신관리, 신도리를 순식간에 지나쳤다.

뭘 먹어도 맛있을 점심 때를 조금 넘겨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가를 둘러보니 손님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 식육식당들이 많았다. “이 집만 맛있는 집이 아니겠구나!” 밥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음식 관련 보도가 “밥집보다는 집밥” “맛집이 아니고 맛동네” 쪽으로 꿀꺽 넘어가는 소리를 들었다. 어느 한 집만 골라 결론적으로 음식점 장사 잘된다는 것을 소개하는 먹방 콘텐츠는 얼마나 폭력적인가. 요즘 채널만 돌리면 먹방콘텐츠가 재탕삼탕 전파를 탄다. 신선도가 떨어지는 먹방들도 음식물처럼 유통기한이라도 설정했으면 좋겠다.

점심 숟가락을 놓기 무섭게 식후경으로 반곡지라이딩을 제안했다. 모두 30분 거리에 있는 반곡지의 봄을 건너뛴다는 것이 아까웠던지 예정에 없던 코스를 탔다. 그래, 자전거여행의 참맛은 계획에 없는 방랑이다. 걷든 뛰든 타든 날든 여행을 통해 풍경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을 얻어 가면 얼마나 좋을까.

자인 계정숲에서 반곡지로 가는 자전거길은 원당교차로~주을지~(원효로156길)~계남1리회관~(오목천 계남길)~계하교~전지보건소를 경유하는 들판길이 안전했다. 일요일 반곡지엔 승용차를 타고 온 상춘객들로 넘쳤다. 사람구경까지 횡재했다. 대창면과 달리 반곡지의 복숭아밭은 꽃이 열매가 되는 시간여행을 하고 있었다. 하루 햇살이 무섭게 다가왔다.

이번 라이딩은 영천 대창 구지리에서 경산 남산 반곡지와 남곡리의 호명지에 이르는 무릉도원 포토바이킹 코스의 씨앗을 뿌렸다.

인물 갤러리 ‘이끔빛’ 대표 newspd@empas.com

☞ 라이딩 코스 만촌자전거경기장-화랑교-강촌햇살교-매호교-대부잠수교-하양교-대구대 후문-대구대 정문-경산시 진량읍 평사리-영천시 대창면 사리리-대창면 영창중학교-구지리 복사꽃 마을-금박산 KTX 양터널 중간의 지하도-용대로 외촌재-용성면 외촌리-도덕리-고죽교-고죽리-금학산 등산로 입구 굴티재-자인면 신관리-신도리-자인시장-자인계정숲-원당-주을지-계하교-전지공단-반곡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