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전략적 票心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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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7   |  발행일 2017-04-27 제31면   |  수정 2017-04-27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기조는 ‘전략적 인내’였다. 전략적 인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미국의 전략적 인내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북한의 2·3·4·5차 핵실험이 모두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2009년 1월 이후 감행됐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의 핵실험·미사일 발사를 통해 북핵과 미사일은 진화를 거듭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북핵 진전의 시간을 벌어준 꼴이 된 셈이다. 전략적 인내는 일견 장자의 무위이치(無爲而治·아무것을 하지 않아도 다스려진다) 사상과 맥이 닿아 있는 것 같지만, 달리 말하면 무대응 또는 방관이다. 게다가 잔인하면서도 의뭉스럽기까지 한 김정일·김정은에게 무위이치 전략이 먹힐 리 없다. 오바마의 대북 정책은 ‘전략적’이라는 수식(修飾)이 아까운 비전략적 인내였다.

알고 보면 전략적이란 말은 꽤 괜찮은 용어다. 사전에도 전략을 전술보다 상위 개념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가공할 파괴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첨단무기도 전략자산이라고 칭한다. ‘바다의 사드’로 불리는 해상요격 미사일 SM-3를 장착한 항공모함 칼빈슨함,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핵폭탄 탑재 전폭기 B-1B, 그제 부산에 입항한 핵잠수함 미시간호 등이 대표적 전략자산이다.

대구·경북 유권자의 5·9 대선 표심(票心)이 요동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가 싶더니만 일주일 만에 다시 판세가 급변했다. 과거 선거와는 달리 아직은 압도적 지지 후보가 없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언론과 정가에선 TK의 ‘전략적 선택’ 또는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전략적 표심이 두드러지면서 대구·경북의 캐스팅 보트 역할에도 눈길이 모아진다. 충청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캐스팅 보트를 이번 대선에선 대구·경북이 쥐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건 고무적이다. TK의 대선 승패 결정권을 활용해 대선 후보로부터 대구·경북 현안사업에 대한 보장을 받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여겨진다. 맥아더 장군은 “최고의 행운은 스스로 만드는 행운이며 그 열쇠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전략적 표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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