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法定 절차 뭉개고 사드 기습 배치한 이유 뭔가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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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7   |  발행일 2017-04-27 제31면   |  수정 2017-04-27

주한미군이 26일 새벽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를 성주군 롯데골프장 부지에 전격 배치했다. X-밴드 레이더(AN/TPY-2) 발사대 6기·요격미사일 등 사드 체계 핵심 장비가 반입됨에 따라 사드는 조만간 시험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드의 눈’으로 불리는 X-밴드 레이더는 분해하지 않고 완성품으로 들여와 다른 체계와 조립 과정을 거치면 바로 운용이 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사드 배치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측과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측은 “환영한다”는 입장인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차기 정부의 정책적 판단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도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기습 배치”라고 비판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점증(漸增)하는 상황에서 사드 도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사드를 배치할 경우 북핵·미사일에 대한 방어력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 하지만 법에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군사작전 하듯 기습적으로 할 일은 아니다. 한미 당국이 사드 배치를 서두른 저의(底意)는 뭘까. 아마 5·9 대선 이전에 사드 배치 절차를 마무리함으로써 대선 변수를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게다.

그러나 아무리 급하더라도 환경영향평가 등의 법정 절차는 지키는 게 현지 주민은 물론 국민에 대한 도리다. 부지 공여 6일 만의 전격적 장비 반입은 대선 이전 ‘사드 알박기’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국방부는 지난 20일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에 따라 성주군 소재 30여만㎡의 부지를 주한미군에 공여했다. 국방부는 이번 사드 반입과는 무관하게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드 배치 후의 환경영향평가는 주민을 또 한 번 우롱하는 기망(欺罔)일 뿐이다.

사드를 서둘러 배치함으로써 차기 정부의 외교적 지렛대가 사라졌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드 카드를 활용해 중국의 대북 압박을 강화할 수 있고, 미국엔 핵연료 재처리 및 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의 반대급부를 얻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드 장비 반입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사드 도입을 반대하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사드 논란은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굳이 대선 이전에 사드 배치의 대못을 박을 수밖에 없었다면 정부는 그 배경과 정당한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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