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말싸움 실력과 민주주의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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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7   |  발행일 2017-04-27 제30면   |  수정 2017-05-17
주어진 문제의 핵심 꿰뚫고 상대의 논리적 허점 찌르고
품위있게 시청자 공감 얻는 TV토론은 그야말로 말싸움…이것이 민주적 지도자 능력
20170427

1960년 닉슨과 케네디의 대선토론을 계기로 오락기구였던 TV에 정치가 처음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우월한 이미지를 심은 케네디는 토론 이후 닉슨을 앞지르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전문가들은 토론의 승리를 좌우하는 요건이 논리가 아닌 이미지임을 정식화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토론을 TV가 아닌 라디오로 들은 사람들은 논리적인 닉슨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었다고 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TV토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3차 토론의 시청률은 무려 38%나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토론을 계기로 TV토론의 점수표 기준이 바뀌고 있습니다. 넥타이나 분장, 손동작 같은 우월한 이미지가 아니라 우월한 말싸움 능력이 TV토론의 승패요인이 될 듯합니다. 토론의 플랫폼이 과거처럼 각본토론이 아니라 난상토론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트럼프와 힐러리의 TV토론에서도 이 새로운 공식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말싸움 능력은 저잣거리에서나 통하는 천한 재주가 아닙니다. 주어진 문제의 핵심을 얼마나 꿰뚫고 있는가, 상대의 논리적 허점을 얼마나 순발력 있게 찌르는가, 얼마나 쉬우면서도 품위있게 시청자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가 등등. 그야말로 말싸움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연습하거나 주변에서 준비해준다고 갖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경험하고, 고민하고, 토론해 본 사람만이 갖출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민주적 훈련이 잘된 지도자가 갖출 수 있는 능력입니다.

난상토론이 왜 하필 이때 도입되었는가를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대통령을 먼 산 위에서 깃발이나 날리는 우리와 별다른 인종으로 여겨왔습니다. 그 결과 최순실 사태와 세월호 7시간의 수수께끼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와 좀 더 가까운 대통령을 뽑기 위해 난상토론이 도입된 것입니다. 시사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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