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선, 경제적으로 투표하자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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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7   |  발행일 2017-04-27 제30면   |  수정 2017-04-27
[취재수첩] 대선, 경제적으로 투표하자

지방자치 도입 이후 단체장 선택을 경제적으로 했던 충남도와 성남시는 20여년 만에 안희정과 이재명이라는 차기 유력한 대통령감을 가지게 됐다. 충남도민과 성남시민은 특정 정당에 매달리지 않은 덕분에 지금보다 더 큰 기대를 안고 5년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

1995년 충남도는 국민중심당·자유선진당에서 활동한 심대평을 초대 도지사로, 이후 신한국당 국회의원을 거친 자유민주연합의 이완구, 그리고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의 안 도지사를 선택했다. 성남시는 무소속 시장을 시작으로 새정치국민회의, 그리고 이대엽 한나라당 후보로 갔다가 지금은 또다시 더불어민주당의 이 시장을 선택했다. 연인을 선택하듯 움직이는 ‘사랑’에 따라 단체장을 뽑은 덕에 200만 도민과 100만 시민을 챙겨온 안 도지사와 이 시장은 이제 5천만명의 지도자가 될 수도 있는 인물로 성장했다. 하지만 부모 같은 마음으로 내리사랑만 줘 온 대구·경북 시도민은 지금 마음을 줄 후보 한 명 없는 상황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이대로 5년, 10년이 지나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홍준표나 유승민을 찍으면 문재인이 될 것 같아 안철수를 찍어야겠다는 식의 말이 나온다. 전혀 경제적이지 못한 판단이다. 이번 대선을 주식시장으로 생각하고, 전 재산을 걸고 투자를 해야 할 종목이란 생각으로 후보를 선택해보자.

‘대형주’로 평가받는 후보가 있고, 그 대형주의 반대급부로 지역에서 주가가 급상승한 ‘급등주’가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대선에서 대형주에 인수합병됐던, 워런 버핏처럼 장기간 투자해야 진가가 드러나는 ‘가치주’가 있다. 아쉽게도 지역에서는 이들 종목에 투자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지역에서 몰빵(?)해왔던 종목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가 겨우 살아났지만 여전히 ‘투자주의 종목’이다. 여기에서 탈출해 새로운 투자자를 모으고 나선 종목도 있지만 ‘저평가 우량주’인 탓에 이번 대선판에서는 당장 수익을 올릴 수 없을 것 같아 마음이 가지 않는다.

그럼 이번 대선 주식판에선 지역 투자자들은 어디에 투자하는 게 가장 수익이 좋을까.

당장 5년만을 본다면 대형주 투자가 적절해보인다. 이미 다른 쪽에서 선점했고, 오래전부터 투자를 많이 해놓은 상태라 돌아올 게 있을까 싶지만, 절대 투자하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이 신규 투자에 나선다면 “이 투자자들도 포기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올인은 못해도 분산투자 정도만 이뤄진다면 5년간 국비확보 등에서 차별이 아니라 오히려 우대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장기적으론 우리 종목을 키울 필요도 있다. ‘저평가 우량주’에 힘을 실어줘 10년 이상 묵히는 것이다. 물론 급등주를 택하거나 상장폐지 직전까지 간 기존 보유 종목을 끝까지 지켜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지만, 안전한 투자는 아니다.

주식투자의 기본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썩은 계란이 있는 경우는 더더욱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야 한다.

충남도와 성남시의 성과를 이번 한 번의 선택으로 이뤄낼 수는 없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더 늦어질 수 밖에 없다. 노인호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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