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글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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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7 07:59  |  수정 2017-04-27 07:59  |  발행일 2017-04-27 제23면
[문화산책] 글을 마치며
김동녘 <성악가>

무대는 언제나 무섭다. 그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지만, 무대가 허락되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음악은 시간적 예술인지라 그 무대가 허락된 자도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그때까지 준비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오랜 시간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한다. 마치 대회를 앞둔 운동선수들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무대에 서면 참 행복하다. 그런 살얼음판 같은 무대 위에서 무사히 공연을 마치고 난 후 관객들의 호응을 받는 순간이 너무 좋다. 그리고 더욱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새로운 레퍼토리로 보답하고 싶은 도전이 생겨나는 곳이 무대다.

처음 2개월 동안 영남일보 독자들을 위해 글을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뢰를 받았을 땐 참 난감했다. 노래만 하던 나에게 글이라니.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듯 지면을 통해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지만, 귀국한 지 3년도 채 안된 데다 연주활동을 갓 시작한 성악가인 내가 무슨 말을 써내려 가야할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시작했고, 쓰면서 내가 처음으로 음악을 하게 된 계기, 처음으로 느꼈던 희열과 좌절 등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이라 독자들에게 재미는 있을지, 어떻게 느껴질지 많은 고민을 했다. 조금 더 재미있게 각색해서 써볼까도 생각을 했지만, 무대에서 보는 테너 김동녘이 아닌 인간 김동녘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담백하게, 어쩌면 지루하게, 그러나 솔직하게 글을 썼다. 그렇게 쓰다 보니 어느덧 2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으며, 이제는 끝맺음을 해야 될 때가 되었다.

언제나 마지막은 참으로 아쉽다. 하지만 나의 성악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귀국한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젊은 성악가다. 아직은 무대에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싶고, 관객들에게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항상 새로운 레퍼토리를 연구하는 열정 가득한 테너다.

내가 좋아하는 사자성어가 있다. 바로 ‘불광불급(不狂不及)’이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미치광이처럼 그 일에 미쳐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무대에서 여러분들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 미치광이처럼 열정적으로 준비를 해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 어떤 작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온 것이 후회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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