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만 하세요”… AI, 그림도 작곡도 순식간

  • 김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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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7  |  수정 2017-04-27 09:27  |  발행일 2017-04-27 제19면
구글·소니 등 AI 속속 개발
“인공지능 예술 새 영역 구축”
“예술가의 일 빼앗을 것 우려”
20170427

천재 화가 반 고흐의 일생을 다룬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는 다른 영화와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 고흐의 일생을 그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영화 속 한 장면 한 장면은 마치 고흐가 그림을 그린 듯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고흐의 화풍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전 세계 화가 120여명이 모여 집중 훈련을 받은 뒤 그림을 똑같이 그려 애니메이션화 했기 때문이다. 작품에 사용된 그림만 총 6만5천여점으로, 1초에 12점의 그림이 연속해 사용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하나의 영화를 만드는 데는 총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서 순식간에 유명화가의 화풍을 재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예술작품도 순식간에 탄생시키고 있다.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져온 예술 창작분야에까지 AI가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폰으로 명화만들기

러빙 빈센트의 제작이 한창이던 2015년, 구글은 AI가 화가의 작품 스타일을 습득하고 주어진 사진을 화가의 화풍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발표했다. 만약 이 기술이 좀 더 빨리 세상에 등장했더라면 화가 120여명 대신 컴퓨터 1대로 ‘러빙 빈센트’를 짧은 시간 안에 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구글이 개발한 ‘심층신경망’은 기존 유명 화가들의 화풍을 습득한 후 ‘패스티시(패러디와 달리 비판하거나 풍자하려는 의도없이 기존의 텍스트를 무작위로 모방)’ 방식을 활용해 그림을 만든다. 신경망에 사진을 입력하면 유명 화가의 화풍을 모방한 그림을 그대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AI 개발 이후 패스티시 앱들이 연달아 출시되고 있다. 그중 5천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프리즈마(Prisma)’가 있다. 프리즈마는 지난해 애플에서 ‘2016년 최고의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프리즈마는 사진을 유명 화가의 화풍으로 변환시켜주는 앱으로, 인상주의부터 팝아트까지 40여개의 화풍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즈마는 사진을 필터링하거나 편집하는 사진 앱과는 다르다. AI가 사용자가 찍은 사진을 분석한 후 학습된 유명 화가의 화풍에 결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림 솜씨가 없는 사람도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AI도 탄생했다. 구글은 누구나 쉽고 빠르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오토드로’ 서비스를 지난 11일 시작했다. 구글의 오토드로 웹 사이트에 접속해 사용자가 그림을 그리면 AI가 이를 인식하고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다양한 추천 그림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코끼리를 그릴 경우, 긴 코를 그리자마자 웹 사이트 상단에 다양한 모양의 코끼리 이미지들이 제시된다. 이는 AI에 입력된 데이터베이스 속 이미지와 비교·분석한 후 사용자의 그림과 가장 유사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용자는 제시된 이미지 중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팝송까지 만드는 AI

구글은 지난해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AI를 만들겠다며 ‘마젠타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그 결과물로 예술 창작 AI 마젠타가 작곡한 80초짜리 피아노곡을 공개했다. 경쾌한 피아노곡이며 비교적 단순한 느낌을 준다. 이 곡은 첫 네 개 음표가 주어진 상태에서 머신 러닝 알고리즘으로 생성됐다. 다만 공개된 음원에서 피아노 파트 외에 드럼과 오케스트라 반주는 사람이 덧붙였다. 구글은 “새로운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서 감동을 느끼는지를 이해하고 이를 AI가 어떻게 창작에 활용할지를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니컴퓨터사이언스연구소(Sony CSL)는 AI를 이용해 직접 작곡한 팝송 2곡을 지난해 9월 유튜브에 공개했다. ‘Daddy’s Car’와 ‘Mr. Shadow’이다. 소니는 ‘플로머신’이라는 음악 제작 AI를 개발했다. 소니 측은 플로머신을 자체적으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AI시스템으로 발전시키고 예술가들과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플로머신은 방대한 양의 음악 데이터에서 음악 스타일을 학습했다. Daddy’s Car는 영국의 록밴드 비틀즈의 음악 스타일을 따랐고, Mr. Shadow는 여러 미국인 작곡가들의 스타일을 따랐다.

예술계에선 명작의 화풍으로 변환한다고 해서 회화예술이 되는 것이 아니며 작곡을 한다고 해서 감동적인 곡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AI가 예술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창의력이 필요한 일에 AI가 범접하지 못할 것이란 그간의 예상과 달리 다양한 예술 분야에 AI가 들어오면서 AI가 예술가의 일을 빼앗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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