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원의 배 아픈 이야기] 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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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5 07:51  |  수정 2017-04-25 07:51  |  발행일 2017-04-25 제20면
[곽병원의 배 아픈 이야기] 복통

필자가 초년 의사시절 응급실에 들어서는 환자의 모습만 보고 병명을 맞춘 적이 있었다. 허리를 펴지 못하고 오른쪽 아랫배를 움켜쥐고 오는 환자는 충수염(일명 맹장염), 가임기 여성이 핏기가 하나도 없는 얼굴에 식은땀을 흘린다면 자궁외 임신파열 등으로 바로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의 30년차인 지금도 환자가 복통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각종 검사를 다 하고도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배가 아플 때 그 원인질환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선 통증의 위치에 따라 원인질환을 유추할 수 있다. 발병 초기에는 발생학적 기원이 같은 부위, 즉 위·십이지장·간·담낭·췌장은 상복부, 소장·맹장·우측대장은 배꼽 주위, 좌측대장과 비뇨생식기는 하복부 통증으로 시작된다. 이 시기에는 내장성 통증으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환자 본인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복막이 자극되어 특정 부위가 아프게 된다. 명치의 통증은 위 십이지장궤양·역류성식도염·심근경색증, 우상복부는 담석증, 좌상복부는 췌장염, 우하복부는 충수염·게실염·장간막림프절염, 좌하복부는 염증성대장염·과민성대장증후군 등이다. 또 배꼽 주위는 장염·장폐색·대동맥류 파열, 옆구리는 신우신염·요로결석, 전반적인 심한 복통은 내부 장기가 터진 복막염, 이와 함께 자궁외임신·난소염전 등의 부인과 질환도 좌측 혹은 우측 하복부에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복강 이외의 장기에서 유발되는 통증도 복통으로 느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심장 이상으로 “배가 아파 무슨 주사를 맞았는데 사망했다더라”는 소문의 경우 이는 주사 부작용이 아니라 상당수가 심근경색증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요즈음 상복부가 아프다며 응급실을 찾는 환자에게 기본적인 심장검사는 대부분의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동반된 증상 또한 진단에 도움이 된다. 설사를 한다면 장염·식중독, 복부 팽만에 구토가 동반되면 장폐색, 열이 난다면 염증성 질환, 황달은 담도결석, 피부 물집이 생겨있다면 대상포진, 피를 토하거나 흑색변을 본다면 위·십이지장궤양 출혈을 의심할 수 있다. 선홍색 피 설사는 허혈성대장염·직장암·궤양성대장염, 질 분비물 증가는 골반염, 소변이 안 나온다면 급성요정체, 혈뇨는 요로결석·비뇨기계통 암, 생리중단은 자궁외임신 등이다.

앞에서 열거한 다양한 복부 통증의 위치와 병명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으리라는 예측을 할 수 있는 상식 몇 가지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첫째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지다가 바로 눕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아플 때, 둘째 손으로 눌러서 특정 부위가 더 아프며 누를 때 복벽 근육에 힘이 들어가거나 눌렀다 뗄 때 더 아플 때, 셋째 배 전체가 단단하게 경직되어 있을 때 응급수술이 요구되는 복통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명심하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겠다. <곽동협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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