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道와 70㎞나 떨어져…경제논리에 原電 대피로도 확보 못해

  • 김중엽
  • |
  • 입력 2017-04-25 07:44  |  수정 2017-04-25 07:45  |  발행일 2017-04-25 제12면
경북 동해안의 ‘교통 낙도’ 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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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시대 해양과학교육을 선도할 ‘국립해양과학교육관’의 조감도(위쪽). 2020년 6월 준공될 예정이다. 상주~울진 36번국도 중 봉화~울진 구간만 2차로로 개설되고 있다. <울진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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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이 교통의 섬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전국 고속도로 노선도.

정부의 국토개발정책은 그동안 수도권~서해안~남해안으로 이어지는 L자 축과 내륙을 잇는 남북 축에 집중돼 왔다. 최근엔 동해안을 연결하는 U자 축 개발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30분 내 고속도로에 접근 가능한 지역은 전국적으로 70.7%에 달한다. 지난해 개통된 상주~영덕고속도로(동서4축)와 올 연말 착공에 들어갈 포항~영덕고속도로 등으로 동해안도 고속 교통망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토의 척추에 해당하는 울진은 고속도로는커녕 국도마저 2차로로 개설되는 등 교통망 소외지역으로 남아 있다. 울진의 현 교통망은 동해안의 7번국도와 중부내륙을 잇는 36번국도가 유이(唯二)하다. 울진군민이 고속도로에 접근하려면 포항·안동·삼척 등 모두 70~100㎞ 이상 떨어진 곳까지 나가야 한다. 울진군민은 원전사고 시 대피로 확보 등이 시급하다며 절규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도로망 확충과 관련해 경제성(비용편익비) 논리만 따지고 있다. 울진지역 SOC사업이 계획단계부터 경제성 분석에서 밀리고 있는 가운데 국도 4차로는 2차로로, 복선철도는 단선으로 전락되는 등 미래 교통망마저 축소되고 있다. 군민은 생명줄을 끊어 놓는거나 다름없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울진은 언제까지 동해안 교통의 섬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가.

◆전국에서 가장 외면받는 교통망

울진이 발전하려면 우선 유일한 내륙 교통망인 상주~안동~봉화~울진을 잇는 36번국도의 4차로 확장(2019년 완공 예정)이 급하다. 하지만 전체 구간 중 7번국도와 연결되는 울진읍 고성리IC 종점에서 봉화까지 40.2㎞ 구간만 유독 2차로로 개설되고 있어 군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울진군은 지금까지 4차로 건설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국가 중요시설 원전지역 연결
동해안 7번·내륙 36번 국도 뿐
두 도로 연결 구간 2차로 그쳐
경북내륙순환鐵 구축도 물거품
지역 주민 일방적 희생만 강요

관광 개발로 교통망 확충 유도
郡 ‘2020 프로젝트’ 추진 올인
평생건강도시 건설 1조원 투입
생태·경관·휴양 랜드마크 조성



동해중부선 철로 역시 군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당초 포항~울진~삼척 166.3㎞ 구간은 복선으로 계획됐지만 이후 단선으로 변경됐다. 울진 구간 58.94㎞는 현재 3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020년 개통될 예정이다. 경북 북부권 시·군이 공동으로 염원해 온 울진~분천 ‘경북내륙순환철도’ 구축은 국가철도망 2~3차 계획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포항~영덕~울진~삼척을 연결하는 동해안고속도로는 포항~영덕 구간이 지난 1월 착공돼 2023년 개통될 예정이지만, 영덕~울진~삼척 117.9㎞ 구간은 아직도 사업 타당성 분석 및 대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울진에 언제 고속화시대가 올지 요원한 실정이다.

보령(충남)~울진 고속화도로도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됐으나 조사 결과 비용편익 분석이나 정책분석(AHP) 수치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라 역시 예비타당성이 통과될 지 의문이다. 울진군은 구간별 경제성 분석 시 울진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그동안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한국개발연구원(KDI), 경북도 등을 방문해 설득에 나섰다. 일단 전체 노선의 경제성을 놓고 재분석한다는 약속을 받아둔 상태다.

국토 중심을 가로지르는 중부권 동서횡단철도는 울진~서산(충남) 349.8㎞ 구간에 8조5천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 사업이다. 지난해 3월 천안·청주·문경·영주·봉화·울진 등 노선이 통과하는 12개 자치단체장이 협력체를 구성해 조기 건설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산~천안~점촌~울진에 이르는 동서횡단철도가 건설된다면 동해에서 서해까지 2시간대 생활권이 열린다. 이는 서해안 신산업벨트와 동해안 관광벨트가 연결됨과 동시에 인적 교류가 크게 늘어 사회·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상호 발전이 기대된다. 하지만 동서내륙횡단철도는 1차 국가철도망 계획에는 포함됐지만 2차와 3차 계획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울진은 국가 중요시설인 원전 6기가 가동 중인데다 4기가 추가 건설 중에 있고, 우리나라 원전 전력생산량의 27%를 공급하는 지역이다. 이에 울진군은 한울원전 방사능 사고 시 주민의 안전 대피를 위한 도로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군민은 36번국도의 울진IC 지점 2차로 개통이 비현실적이고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울진군은 올해 정부가 발표한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2016~2020)에 포함되지 않은 영덕~삼척 고속도로(남북7축)가 통일시대 대비, 남북7축 국가간선도로망 구축, 관광자원개발 촉진, 21세기 환동해권 물류허브기능 강화 등 국토 균형개발상 중요하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도록 행정력을 모아가기로 했다. 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보령~울진 고속화도로(4차로), 영덕~삼척 고속도로(남북7축), 울진~서산 동서횡단철도 등 SOC사업이 반드시 채택돼 건설되도록 다각도의 행정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울진군 2020전략 프로젝트 추진

울진군은 앞으로 교통량 유발요인 및 관광객 유입책으로 1조원대가 투입되는 ‘울진군 2020전략 프로젝트’사업을 2020년까지 마무리하는데 총력을 쏟고 있다. 2020전략 프로젝트는 지역 균형발전을 통해 누구나 살고 싶은 평생건강도시 ‘울진행복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울진군의 중점 사업이다. 천혜의 자연자원을 간직한 울진은 해수욕·온천욕·산림욕 등 ‘3욕의 고장’으로 112㎞의 수려한 해안 풍광, 자연 용출되는 백암·덕구온천, 국가중요농업유산(임업유산 1호)인 울진금강송숲 등은 전국의 힐링체험 관광객을 손짓하고 있다.

왕피천 생태힐링지구는 순환레일 조성, 고향의 강 정비, 생태공원 조성, 왕피천대교 건설 등으로 산·강·바다가 어우러진 생태경관의 랜드마크로 조성한다. 월송정 사구습지 생태공원 조성과 남대천 생태하천 복원을 통해 연어·은어 등 회귀성 어족자원의 서식 공간도 확보한다. 후포항 일원에는 국제마리나항 개발, 후포등대 해양문화공간 조성, 등기산 경관 개선, 수토문화나라 조성, 해양수산 복합센터 건립 등 다양한 관광개발이 추진 중에 있다.

또 백암 지구엔 숲체험교육장, 생태공원, 치유의 숲을 조성해 온천치유에 산림치유까지 가능한 체류형 복합휴양단지로 꾸민다. 총 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금강송 생태힐링지구 내에 울진금강 에코리움을 조성하는 사업도 올해 마무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테마전시관, 치유센터, 특산품 전시장, 체험장 등 울진의 새로운 체류형 산림관광지를 조성하고, 산양구조치료센터 건립으로 멸종위기 천연기념물의 항구적 보존사업도 펼친다.

죽변면 후정리 해변 일대에는 1천억원을 들여 국립해양과학교육관을 건립한다. 또 거북초 해중공원, 오산리조트단지, 현종산 풍력단지, 울진골프장 등도 추진하고 있다. 죽변등대 주변에는 순환레일·전망대가, 북면에는 금강송한옥체험 복합단지가 조성된다. 1968년 울진·삼척 무장간첩 침투지역인 북면 고포지구에는 안보체험 탐방로를 조성해 대국민 안보의식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울진군은 앞으로 국도, 고속도로, 철도 등 국가 교통망을 구축하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울진의 교통량 유발 요인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울진군 2020전략 프로젝트’에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울진=김중엽기자 kjynk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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