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방황하는 TK보수의 표심은 어디로…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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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4   |  발행일 2017-04-24 제30면   |  수정 2017-04-24
지지후보 갈라진 지역민심
1주일 사이에도 오락가락
선거후에 정체성 찾으려면
정서적 혼란 떨쳐 버리고
TK보수의 가치 생각해야
[송국건정치칼럼] 방황하는 TK보수의 표심은 어디로…

홍준표 26%, 문재인 24%, 안철수 23%, 유승민 10%, 심상정 5%, 지지후보 없음/유보 12%. ‘한국갤럽’이 가장 최근에 발표한 4월 3주차(18~20일) TK(대구·경북)지역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다. 그런데 같은 조사의 4월 2주차 결과는 딴판이다. 안철수 48%, 문재인 25%, 홍준표 8%, 심상정 6%, 유승민 1%, 지지후보 없음/유보 11%다. 불과 1주일 사이에 홍준표 후보는 18%포인트, 유승민 후보는 9%포인트가 오르며 선두그룹의 순위가 뒤바뀌었다. 안철수 후보는 25%포인트나 급락했다. 한국갤럽 조사의 샘플은 전국적으로 1천명 규모이며, 이 중 대구·경북지역 유권자 샘플은 100명 안팎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명의 응답이 1%에 해당하는 셈으로, 이는 다른 조사도 비슷하다.

물론 이런 여론조사가 지역민심을 정확히 반영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대신 표심의 흐름은 가늠할 수 있다. TK표심이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지금까지도 방황하고 있음을 읽게 한다.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고 조기 대선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부터 이어진 현상이다. 보수진영에서 ‘반기문 대세론’ ‘황교안 대안론’이 교차하던 시점에도 TK민심은 들쑥날쑥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기간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대연정론’을 펼치자 그에게 호감을 갖기도 했다. 이를 두고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주도권을 쥐었던 TK표심이 이번엔 캐스팅 보터가 될 거란 분석까지 나온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렇지도 않다. 국회 의결과정에서 여야 동수일 경우 의장이 행사하는 캐스팅 보트를 대선에 대입하면, 양강 후보가 팽팽할 때 특정지역이 표를 몰아줘야 가능하다. 과거 충청표심이 그랬다. 그러나 지금 TK표심은 하나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충격으로 여전히 우왕좌왕하고 있는 상태라고 봐야 한다. 이대로 선거까지 간다면 TK표심은 갈래갈래 찢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과거의 ‘묻지마 투표’ 습성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찾는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그런 조짐을 봤다. 다만 지역별 선거가 아닌 대선에선 TK의 의사가 어떤 방향으로든 표출돼야 한다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80% 투표율, 80% 득표율로 탄생시킨 박근혜정부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바람에 조기 대선이 치러지기에 더욱 그렇다. 이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지역내 보수 유권자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TK 보수’의 가치, 정체성을 새롭게 설정하는 차원과 연결된다.

대구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기득권 의식을 버리고, ‘TK 보수의 DNA’를 되찾자”고 말한다. 시·도민들의 핏속에 흐르고 있는 ‘옳은 일에 대한 열정’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가 개혁적 보수이고, 그런 TK 보수의 본성을 되찾는 것이 정치인 유승민의 존재 이유라고 했다. 반면 같은 대구의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는 ‘박근혜정부의 명예회복’을 외친다. 대구에서 초중고를 나와 ‘진골 TK’를 자처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둘 사이의 중간 지점쯤에 서 있다. 부산 출신인 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TK 유권자들이 선거 때마다 고향 후보에게 몰표를 줬지만 지역경제는 엉망이라며 ‘정서’보다는 ‘실리’를 챙기라고 말한다. 갈 곳을 찾아 헤매는 TK 보수 유권자들은 5월9일 어떤 선택을 할까. 가장 걱정되는 점은 지금 상황에 대한 자괴감과 낭패감, 정서적 혼란으로 선택을 포기해 버리는 일이다. 그러면 TK 보수의 정체성을 확인할 길 없이 대선 이후에도 방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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