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만달러의 4번 타자’ 러프, 2군으로 주저앉았다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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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4   |  발행일 2017-04-24 제26면   |  수정 2017-04-24
삼성 외국선수 ‘최고 몸값’ 무색
18경기 타율 1할5푼 극심한 부진
다양한 구종·왼손투수 공략 실패
경기 도중 더그아웃 눈치 보기도
김한수 감독, 자신감 회복 기대

타선 침체로 리그 꼴찌로 주저앉은 삼성 라이온즈가 외국인 타자이자 팀의 4번 타자인 러프에게 극약처방을 내렸다.

삼성은 지난 2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전을 앞두고 러프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전날까지 18경기에 나서 타율 0.150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부진에 빠진 데 대한 조치다.

시즌 초반 러프는 삼성이 기대했던 모습과 분명히 다르다. 삼성은 팀의 외국인선수 영입 사상 최고 몸값(110만달러)을 지불하고 그를 데려왔다.

러프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타격능력을 인정받은 타자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1루수 중 한 명인 아드리안 곤잘레스의 백업요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러프를 영입했을 정도다. 구위로 밀어붙이는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영리한 피칭을 펼치는 KBO리그 투수들에게 외국인 타자가 시즌 초반 부진을 겪는 것이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러프는 정도가 심했다. 타구질 자체가 문제였다. 21일까지 73차례 타석에 들어서 외야로 향한 타구는 18개에 그쳤다. 그나마 이중 절반인 9개의 타구만 안타로 이어졌다.

러프는 좌투수에게 약한 모습이다. 20타수 1안타다.

외국인 타자로서는 흔치 않게 특타훈련을 자청하는 등 타격감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이 같은 부진이 ‘착한 성격 탓’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부진이 거듭되면서 본인이 팀에 미안함을 느껴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프는 경기 도중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눈치를 보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내야 땅볼을 치고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등 무리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김한수 감독은 러프의 자신감을 살려주기 위해 2군행이라는 강수를 뒀다. 2군 코칭스태프들은 세밀한 문제점 분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퓨처스리그는 성적에 대한 부담없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삼성은 두산 외국인 타자 에반스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에반스는 지난해 초 극심한 부진을 보이다 2군에 갔다온 뒤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에반스가 2군으로 내려갈 당시의 상황 역시 러프와 흡사하다. 18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61타수 10안타 1홈런 타율 0.164을 기록했다. 에반스는 2군에서 부진의 원인을 분석하고 퓨처스리그 4경기를 소화했다.

2주 만에 돌아온 에반스는 드라마틱한 반전을 보여줬다. 5월 한달 동안 홈런 7개를 포함해 27안타 21타점 타율 0.351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이후에도 좋은 타격감을 이어간 에반스는 123안타 81타점 타율 0.308을 기록하면서 두산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재계약까지 이끌어냈다.

러프가 에반스처럼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삼성은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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