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工神으로 가는 비밀노트] 대학생 선배의 조언 서울대 허지윤

  • 이효설,이현덕
  • |
  • 입력 2017-04-24 07:39  |  수정 2017-04-24 08:56  |  발행일 2017-04-24 제15면
“쉬는시간 잠자는 습관 없앴더니 수업시간·야자때도 잠 오지 않았다”
20170424
서울대 생명과학부 1학년에 재학중인 허지윤씨가 대구 동성로에서 자신의 고교시절 플래너를 펼쳐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공부는 습관이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무엇을 하든 책상에 앉는 학생은 현재 성적이 낮다고 하더라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길 자주 듣는다. 때가 되어 책을 펴들기만 하면 공부와 가까워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 힘들다는 고3 때도 공부하는 습관 덕에 입시준비를 무난하게 했다는 대학생 새내기가 있다. 대구 상인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생명과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인 허지윤씨다. 주말인 지난 16일 오후, 동성로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기자가 약속시각에 맞춰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도착해 ‘생물학’이라고 적힌 강의노트를 읽고 있었다.

■ 허지윤씨의 공부 습관
① 매일 학교에서 심야자습 ② 공부 마치고 밤 12시쯤 집에 돌아가면 샤워 후 바로 취침 ③ 오전 6시50분 무조건 기상 ④ 주말 오전 수학 단과학원 빠뜨리지 않고 제시간에 가기


"모르는 것 줄여가는 게 공부
EBS 동영상강의 모르는 부분만 시청
친구가 모르는 문제 물으면 적극 설명
친구도 돕고 나에게도 중요한 수업시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다시 공부"


입시스트레스 거의 없었어요
자는친구 깨우고 쉬는시간 친구춤 구경
나보다 공부 잘하는 친구에 많이 묻기도
학습플래너·오답노트에도 큰 신경 안써
학교서 공부할 때 최대한 스퍼트 올렸죠

◆자꾸 잠오는 것도 습관

“공부는 습관이에요.” 허씨가 인터뷰 후 맨 처음 꺼낸 말이다. 여기서 습관은 단순히 교과서를 읽고, 문제집을 풀어내는 것만 지칭하지 않는다. 부연설명을 요구하자 “수업시간에 졸음이 오는 것도 습관이고, 정규수업 마치고 야간자습을 안하고 집에 가는 것도 습관, 집중 못하는 것도 습관이거든요”라고 덧붙였다.

허씨 역시 쉬는 시간에 엎드려 자는 습관이 있었다. 부족한 잠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곤하지 않아도 엎드리는 습관이 붙었다. “잘못된 습관이라고 생각해 잠이 오면 일어서서 책을 보거나 쉬는 시간엔 복도를 왔다갔다하며 잠을 깨웠어요.” 잠이 올 때 깨려고 안간힘을 쓰자 그것 역시 습관이 됐다. 공부할 때 집중도가 훨씬 높아졌고 공부시간도 늘어났다. 그는 “잠을 쫓는 습관을 들인 후 수업시간은 물론 밤 11시30분에 끝나는 야간자습 때까지 졸음이 온 적이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밖에 허씨는 바람직한 공부습관을 여럿 갖고 있다. 매일 학교에서 심야자습을 하는 습관, 공부를 마치고 밤 12시쯤 집에 돌아가면 샤워 후 바로 잠자리에 드는 습관, 오전 6시50분엔 무조건 일어나는 습관, 주말 오전엔 수학 단과학원에 빠뜨리지 않고 제시간에 가는 습관 등이다. 쉬워 보이지만 어찌보면 지키기 어려운 공부습관들이다.

◆모르는 것을 줄여나가라

학생들에게 ‘공부선배’로 유명한 강용석 변호사는 “아는 것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줄여가는 게 공부”라고 말했다. 출제범위가 정해진 시험에서는 다 알아야 한다는 가정하에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허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는 EBS 교재를 공부할 때 이 방법을 활용했다. 즉 무턱대고 동영상 강의를 1편부터 쭈욱 보지 않았다. 모르는 부분만 찾아내 시청했다. 가령 ‘생명과학 파트에서 세포호흡 중 TCA회로’가 궁금하면 그것을 검색해 관련 강좌만 찾아 공부했다. 그는 “모르는 문제를 하나하나 줄여나간다고 생각하고 공부했어요. 시험기간엔 잘 몰랐던 부분을 다시 한 번 보면서 다져요. 이런 방식으로 공부하면 몰랐던 것을 조금씩 더 알게 되는 것을 느끼면서 공부하게 되는 장점이 있어요”라고 했다.

친구들이 모르는 문제를 물어오면 적극적으로 설명해줬다. 친구를 돕는다는 즐거움도 있지만 허씨에겐 중요한 수업시간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는 “수학 문제를 풀다보면 이유를 정확하게 모른 채 기계 =적으로 풀 때가 있는데, 가끔 친구들이 ‘왜 그런거야’라고 물어올 때가 있었어요. 그때 내가 제대로 설명을 못하면 나 역시 잘 모르고 있는 것”이라면서 “특히 과학문제는 모르는 개념이 나오면 다른 사람을 이해시킬 수 있을 만큼 다시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시간, 최대한 활용하라

‘마인드 컨트롤’은 고3 수험생들을 만나면 반드시 나오는 이야기다. 공부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감, 입시에서 기대만큼 결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이 적잖다. 허씨는 “‘시험을 못치면 안된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었어요. 성적이 잘 나왔던 덕도 있었겠지만 원래 좀 느긋해요. 옆에 자는 친구 있으면 깨워주고, 모르는 문제 물어오면 (친구가) 이해할 때까지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쉬는 시간엔 친구들이 복도에서 춤추는 거 구경하면서 입시생각도 잊었거든요. 마음 편해보인다고 친구들이 저를 ‘엄마’라고 불렀어요.(웃음)” 허씨는 이어 “저보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에게 모르는 문제도 많이 물어봤어요. 1등을 하는 것보다 모르는 것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덧붙였다.

남들 다 하는 ‘학습 플래너’나 ‘오답노트’에는 별다른 신경을 안썼다. 플래너는 짬을 내 간단하게 공부할 과목과 단원 정도를 기록하고, 틀린 문제는 시험지 여백에 다시 풀어보고 따로 모아놓는 정도였다. 그러한 형식보다는 ‘공부를 할 때 얼마나 집중하는가’ ‘모르는 것을 얼마나 깨달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허씨가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주문한 것은 간단했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 최대한 스퍼트 올리세요. 수업 잘 듣고, 선생님에게 모르는 문제 그때그때 물어 해결하고, 학교 자습 때 집중하면 생각했던 것보다 수월하게 고3 생활을 할 수 있어요.”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사진=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효설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이현덕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