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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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2   |  발행일 2017-04-22 제22면   |  수정 2017-04-22
“생생한 목소리 들으려 기업 하나하나 방문…비올 때 확실한 우산 되겠다”
20170422
연임에 성공한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이 “지금의 대구은행과 DGB금융그룹을 있게 해준 대구·경북 시도민과 함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착한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대구은행 제공>

9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악수를 마친 뒤 의자에 앉기도 전에 달성 현풍에 있는 자동차 부품공장 이야기부터 꺼냈다. “공장 생산라인이 얼마나 잘 구성돼 있는지”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표정이 얼마나 밝은지” “제품을 만드는 직원의 마음이 밝으면 불량도 적고 생산성도 높아진다” 등 금융그룹의 CEO가 아닌 제조업체 대표 같은 이야기를 5분가량 쏟아냈다. 현재 진행 중인 대구은행 수성동 본점 리모델링이나 2018년 동구 이시아폴리스 첨단산업단지 내에 들어설 예정인 통합전산센터 소개가 아니라 DGB대구은행의 거래처 기업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은 것이다.

“그들 덕분에 우리가 있는 거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연임이 아니라 그냥 하던 일을 그대로 계속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초임 때 내걸었던 경영철학인 ‘현장과 실용’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고요. 취임 후 첫해 전국 약 330개 계열사 영업점을 모두 방문하고 다음 해부터 거래를 하고 있는 기업 현장을 방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년째는 혹시 빠진 곳이나 공장 이전한 곳을 다 찾아갔습니다. 그러다 ‘내가 가면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방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6개월 정도 하다가 하지 않았는데 다른 공장에서 ‘왜 우리공장에는 안 오느냐. 은행장을 보고 나면 직원들이 사기가 높아진다’고 해서 다시 가기 시작했고, 연임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지난달 24일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 연임이 확정된 박 회장이 3년 임기 동안 현장을 누비며 이뤄낸 성과는 적지 않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상품 개발과 고객 서비스 개선에 접목해 DGB금융그룹이 한 단계 도약하는 밑거름을 만들어 조금씩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기업대출 담당자 현장경험자들로 교체
금감원 민원평가 10년연속 유일 1등급

스마트 금융트렌드 등 미래 위한 준비
무방문 스마트폰 주택담보대출도 출시

어려운 고비마다 지역민 덕분에 극복
전직원 급여 1%나눔 ‘착한기업’ 노력”


박 회장이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10년 연속 금융소비자보호 최우수 은행에 선정된 것이다. 지점 등 각 은행 현장에 있는 직원들이 지금의 대구은행과 DGB금융그룹을 있게 만들어준 고객들에게 잘했다고, 그것도 10년 연속으로 잘했다고 주는 상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를 바탕으로 고객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를 업무에 반영한 덕분이라는 것이 그룹측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민원평가에서 10년 연속 1등급을 획득한 곳도 은행권에선 대구은행이 유일하다.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 취임한 박 회장은 취임 후 1년 만에 유상증자에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과 LS자산운용(현 DGB자산운용) 인수에도 성공했다. 자산을 많이 늘려 DGB금융그룹 총자산은 지난 3년간 48.6%, 총이익은 23.8% 늘었다. 특히 15년 동안 자본금을 한 번도 안 늘린 상태에서 새 사업을 위해선 반드시 유상증자를 해야 했지만, 기존 주주들의 반대가 심해 주주를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며 그룹을 키우겠다고 설득한 끝에 3천153억원 증자도 이뤄냈다.

그럼에도 박 회장은 3년 임기 동안 이뤄낸 성과보다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이 바로 현재의 DGB금융그룹이 있도록 힘이 되어준 대구·경북 시도민과 함께 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

“대구은행도 3번의 어려운 고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대구·경북 시도민이 도와줬습니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시대, 국채보상운동을 시작했던 지역민들이 그 마음으로 늘 힘을 줬고, 그렇게 성장한 것이 지금의 대구은행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구은행을 ‘대구·경북 우리의 은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덕분에 지금의 DGB금융그룹은 밥 먹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 다시 말해 회사가 문을 닫는 일은 없다고 확신하고, 그런 만큼 이제까지 받았던 고마움을 조금씩 보답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회장의 말처럼 오는 10월 창립 50주년을 맞는 대구은행은 국내 은행 가운데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을 제외하면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은 상업은행이다. 조흥은행, 한일은행 등 대구은행보다 먼저 생긴 곳이 있지만 대다수는 외환위기 등 외부 충격을 극복하지 못해 인수합병되면서 사라졌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대구은행은 살아남았고, 그 배경에는 나라빚을 갚겠다고 나선 지역민의 마음이 지역은행은 살려야 한다는 마음과 애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이다.

그가 연임 이후에도 처음처럼 현장을 찾는 이유도 지역 사회 환원을 위한 경영방침 때문이다. 서류를 통해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기업의 가치는 현장에서만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시중은행은 비 오는 날 우산을 빼앗아 갈지라도, 대구은행은 우산이 되는 방법을 찾아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 대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대부분을 영업점에서 현장 업무를 담당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로 교체했다. 현장에서는 확인했지만, 서류에는 드러나지 않는 미래가치 때문에 대출이 안돼 힘들어하는 것을 본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서류업무를 맡길 경우 “소나기가 내릴 때 지역 기업에 확실한 우산이 되어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일부는 지방은행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있다고 지적하지만, 가만히 있는 게 아닙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니 수치로 볼 수 없는 내부 사정과 과거 이력 등 역사를 다 알 수 있고, 그래서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은행 상담실이 아니라 기업 사장실에서 상담하고, 공장 종업원과 면담을 한 뒤 대출을 진행하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물론 시중은행이 안 되는 것을 대구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안 되지만, 1~2개월 실적을 개선하고 나면 대출이 가능할 경우 컨설팅을 통해 어떻게든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지역은행의 경쟁력입니다. 앞으로 이를 더 강화해나갈 생각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약점인 동시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인 만큼 거기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DGB금융그룹이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 등 급속도로 변하는 금융트렌드에 맞춰 국제금융전공인 박 회장은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을 찾아 선진 금융기법을 배웠고, 이후 직원들을 일본, 런던, 미국 등으로 보냈다. 알아야 가는 방향이 정확한지 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노력 등이 모여 국내 은행권 최초로 고객이 지점을 찾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무방문 대출 상품을 출시, 특허까지 신청했다. 관련 서류 제출과 부동산 등기까지 스마트폰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1990년대 초반 플라스틱 현금카드 최초 도입, 1990년대 중반 파랑새 폰뱅킹과 인터넷뱅킹 선제 도입, ‘독도 사이버 지점’ 등은 은행권 내에서 프런티어 역할을 해 온 저력을 바탕으로 이뤄낸 결과물이다. 대구은행의 독도 사이버 지점 이후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사이버 평양 지점, 개성 지점 등을 내놓기도 했다.

박 회장은 한꺼번에 성장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규모에 맞게 알차게 성장하고 싶지, 급성장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중국 상하이 진출과 베트남 호치민 진출도 대구은행과 거래하던 기업이 많기 때문에 진출한 것이고, 그 덕분에 상하이 지점은 2년전부터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라오스도 지난해 12월 현지 법인을 낸 만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규모에 맞게 성장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

끝으로 박 회장은 “전 직원들이 사회공헌을 위해 급여의 1%를 떼고 있다. 앞으로도 직원 전체가 사회에 공헌하고, 지역민들의 사회공헌도 이끌어 낼 수 있는 착한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도록 할 것”이라며 “단순히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라 지역을 생각하는 기업으로 받은 사랑을 되돌려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업은행인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그룹 회장인 그는 돈 버는 이야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 세상 이야기를 더 많이 쏟아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기업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그때처럼.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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