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문은행 ‘금융 빅뱅’ 일으키나

  • 노인호
  • |
  • 입력 2017-04-22   |  발행일 2017-04-22 제11면   |  수정 2017-04-22
K뱅크, 영업 2주만에 수신액 2천억 돌파
20170422

국내서도 인터넷 전문은행 시대가 열렸다.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5년 만에 제1금융권 은행이자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가 지난 3일 출범한 것. 점포 없이 인터넷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등 아직 낯선 환경 때문에 20~40대 직장인의 주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찾는 이용 연령대가 넓어질 것으로 인터넷 은행 측은 기대하고 있다. 교통카드가 처음 나왔을 때 낯설어 하던 어르신들이 이내 이를 활용하고, 텔레뱅킹 서비스에서 모바일 뱅킹 서비스까지 이용하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아 시간이 흐를수록 인터넷 은행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파격적인 혜택인 만큼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중신용자가 이런 혜택을 누릴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1금융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거나 2금융의 고금리가 부담스러운 고객에 주력하는데, 그 대상이 한정적이어서 장기·연속성 측면에선 의문이 따르고 있는 것이다.

점포없이 인터넷으로 계좌 개설
20∼40대 젊은층 고객이 대부분
신용 4∼6등급 ‘중신용자’ 공략
年 4∼8%대 파격 저금리로 승부

인터넷銀 집중하는 ‘중금리 대출’
시중은행서 대거 출시했던 상품
연체율 3% 넘는 高 부실률 기록
무리한 금리경쟁 화근이 될수도


◆초반 돌풍을 일으킨 인터넷은행

K뱅크는 영업을 시작한지 2주 만에 2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수신액은 2천300억원, 여신액은 1천300억원을 넘어섰다. K뱅크가 출범 당시 밝힌 수신 5천억원, 여신 4천억원의 목표액에서 출범 2주 만에 수신은 절반가량인 46%, 여신은 32.5%를 달성한 것이다.

전체 수신액 중 보통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의 비중은 50% 수준으로, 요구불과 저축예금 비중보다 높다고 K뱅크는 밝혔다. 또 전체 대출액의 85%는 마이너스 통장 형식이 가능한 대출 상품으로 재직증명서 등의 서류제출 없이도 대출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직장인K 신용대출’과 ‘슬림K 중금리대출’이 차지했다.

K뱅크는 출범 전 주주사들이 보유한 빅데이터와 자동화기기(ATM)망 등 사업 플랫폼을 바탕으로 중금리 대출이나 간편 결제 등 핵심 사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자체 신용평가기술을 반영한 중금리 대출을 만들어 예금이나 대출금 상환 이력이 남아 있지 않아 현재 신용평가시스템상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4~6등급 고객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출범 이후 K뱅크는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약 4~9% 금리의 중금리대출 상품을 내놨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물론 시중은행에서도 찾기 힘든 파격 금리인 덕분에 고객들이 몰린 것으로 관련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슬림K 중금리대출’은 연 금리 최저 4.14%에서 최고 8.94%로,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상품 평균 금리(연 7~15%)와 비교하면 절반가량 낮다. 특히 OK저축은행의 ‘중금리 OK론’ 9.5~19.9%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고, 저축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상품인 ‘사이다’의 연 금리(6.9~13.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낯선 환경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20~40대가 초기 가입자의 90% 가까이를 차지하고, 높은 연령대의 고객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인 것.

K뱅크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지난 7일 기준 K뱅크 가입자 13만명에 대한 분석 자료를 보면, 가입자의 연령은 30대가 전체 가입자의 39%로 가장 많았고 40대(31%), 20대(17%)가 그 뒤를 이었다. 50대는 11%를 기록했지만 60대 이상은 2%에 불과했다. 20~40대가 전체의 87%를 차지해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지역별로 보면 60% 이상이 서울(28%)과 경기·인천(35%)등 수도권 거주자였다. 계좌당 평균 예금액은 94만원이었고, 대출액은 563만원이었다. 중금리 대출의 평균 금리는 6%대 후반이었다.

◆관련 기업 주가도 들썩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이 초기 돌풍을 일으키면서 관련 업종의 주가도 심상치 않다.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꼽힌 ‘민앤지’는 가상계좌 중계서비스 업체 ‘세틀뱅크’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인터넷 전문은행의 초반 돌풍에 따라 증시전문가와 투자자의 주목으로 받고 있다. 가상계좌 중계서비스는 전자상거래 시 고객에게 가상계좌를 부여한 후 고객이 입금하면 해당 거래내역을 기업 모계좌에 즉시 통보하는 서비스로, 세틀뱅크는 관련시장 점유율이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민앤지 주가는 무상증자가 있기 전인 18일 4만1천500원까지 치솟아 올해 들어 무려 38.3% 상승했다. 주가는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콜센터, 추심, 신용평가, 보안업체 등도 장기적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확산의 덕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 업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점포는 없지만 오프라인에서 고객과의 접점 역할을 하게 될 곳이 필요한데 이들이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제1금융권 내 콜센터 점유율 상위에 오른 브리지텍과 효성 ITX의 수혜를 예상하고 있다. 또 고려신용정보와 NICE평가정보 등 추심·신용평가업체 등에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뱅크가 포문을 열었고 조만간 인터넷 전문은행 2호가 될 카카오뱅크가 오는 6월 문을 열고 가세할 예정인 만큼 관련 종목을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넘어야 할 산 많아

1995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했다. 이후 2000년 일본 등을 거쳐 진화하기 시작했고, 2009년 독일에서 설립된 피도르(Fidor)은행은 SNS를 통한 계좌 개설을 제공하고, 페이스북의 ‘좋아요’ 클릭 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0.1%씩 예금금리를 높여 주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2015년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했고, 바이두와 샤오미도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상황이고, 흑자를 기록한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재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이 집중하고 있는 중금리 대출은 이미 시중은행이 한 번 시도했다가 사실상 실패한 것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년여 전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장려 속에 중금리대출 상품을 대거 내놨다. 대상 신용등급은 1~7등급이었고, 금리도 5.8~9.5%로 현재 K뱅크의 중리금 대출과 비슷하다. 하지만 출시 1년여 만에 연체율이 3% 이상 웃돌았다. 시중은행의 상품별 연체율이 1%를 밑도는 것과 비교하면 높은 부실률이다. 특히 한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 상품의 경우 취급액이 가장 많았던 5등급 고객의 연체율이 4.12%, 6등급은 7.19%까지 올라갔다. 저축은행의 경우는 이보다 더 높아 평균 연체율이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자신이 가진 빅데이터를 이용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이 찾지 못한 신용정보와 자신들만의 신용평가등급을 세분화해 빈틈을 공략하겠다는 입장이다. K뱅크가 ‘신용카드 1년 이상 사용’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것도 시중은행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1995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인터넷 은행인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SFNB)가 설립된 뒤 38개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했지만, 이후 무리한 금리 경쟁이 화근이 돼 2014년 기준 24개로 줄었다”면서 “특히 국내의 경우 가계부채가 현재 1천300조원이 넘어서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총량제를 통해 사실상 대출을 옥죄고 있는 만큼 금리 경쟁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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