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고 이웃과 말벗하고…즐거운 ‘경로당 기업’

  • 김형엽,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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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2 07:08  |  수정 2017-04-22 07:08  |  발행일 2017-04-22 제10면
수성4가동 경로당 어르신들
홍보용 수건 접어 운영비 마련
수익금으로 야유회도 다녀
돈 벌고 이웃과 말벗하고…즐거운 ‘경로당 기업’
21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동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수건 접기 작업을 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집에서 그냥 놀기만 하는 것보다 소일거리라도 하는 게 훨씬 좋지.”

21일 대구 수성구 ‘수성4가동 경로당’. 20여명의 어르신은 부지런히 노란색 수건을 접어 비닐 포장지에 넣고 있었다. 최고령자인 서수연 할머니(91)는 “경로당에 오면 그저 앉아서 화투만 쳤는데,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라며 뿌듯해했다.

어르신들은 분기당 2만여장의 홍보용 수건을 접어 공동 운영비를 벌고 있었다. 수건 1장당 30원꼴로, 1년 동안 벌어들이는 수익은 240만~300만원이다. 이렇게 모인 돈으로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거나 야유회를 간다고 했다.

수건접기는 오주혁 수성4가동 경로당 회장과 양의환 수성4가동 주민자치위원장의 아이디어로 2015년 10월부터 시작됐다.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에 시행착오를 겪던 차에 ‘타월마켓’의 대표인 양 위원장이 홍보용 수건접기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왔다. 큰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간단한 작업이라 반응은 좋았다. 총 51명의 회원이 시간 날 때마다 경로당에 들러 수건을 접는다. 어르신들은 스스로 일해서 벌어들인 수익이라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황보수 할머니(90)는 “2만장을 접는 데 5일 정도가 걸린다. 경로당 회원들과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일이 다 끝나 있다”며 “가만히 앉아 있을 때보다 건강이 훨씬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수성4가동 경로당은 지난해 2월 대구시 최우수 경로당에 뽑히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어르신들과 가까이 소통하면서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관심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지역사회에 작은 도움이나마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형엽기자 khy04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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