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대구시 보급 전기차 시승기

  • 노인호,손동욱
  • |
  • 입력 2017-04-15 07:47  |  수정 2017-04-15 09:32  |  발행일 2017-04-15 제12면
‘D’버튼 누르고 가속페달 밟으니 전진…“놀이동산 범퍼카 느낌”
20170415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보고 신기해 하는 시민들.

지난 11일 오전 10시30분쯤 대구시청 별관 앞마당. 르노삼성차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Twizy)가 모습을 드러내자 시청 공무원은 물론 이곳을 찾은 민원인들이 하나둘 트위지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차를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이들도 발걸음을 멈췄다.

“뭐 요렇게 조그마한 차가 다 있지” “이거 자동차 맞아” “진짜 귀엽게 생겼다” “얼마고” “어디에 가면 살 수 있지” “차가 시동은 걸려 있는 거 같은데 소리가 안 나지” “아까 올 때 보니까 움직여도 소리가 거의 안 났아요”.

2012년 출시된 트위지는 현재까지 프랑스 등 유럽에서만 2만대 이상 팔렸다. 유럽 등지에서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아직 대구에는 공식 출시되지 않았다. 이런 탓에 아직 지역민에게는 생소한 차량이다. 이날 시청 별관에 도착한 트위지는 KT의 업무용 차량이다. 국내 트위지가 정식 출시된 것은 지난해 12월 제주도청에서 업무용 차량으로 구매한 이후 민간기업으로는 KT가 처음이다. 현재 대구 KT에서는 이 트위지를 가정용 통신 가입자 설치 및 사후관리(AS) 요원용 업무차로 사용하고 있다.

20170415
노인호 기자가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시승하고 있다. 사진=손동욱기자

KT와 대구시의 도움을 받아 이날 시승에 나섰지만 주변에 있던 이들이 너도나도 타보겠다고 나서는 통에 애초 예정했던 시간보다 30분 이상 늦게 운전석에 앉을 수 있었다.

일단 차량 문을 여는 방식이 일반적인 차량과 달랐다. 운전자의 가슴 앞으로 당기는 것이 아니라 하늘 위로 들어 올리는, 일부 고급 스포츠카나 컨셉트카에나 달려 있는 ‘걸윙도어’식이었다. 걸윙도어는 새의 날개처럼 위로 접어 올릴 수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1억원이 넘는 전기차 SUV모델인 테슬라의 모델 X에도 장착돼 있다. 하늘 위로 들어 올린 뒤 운전석에 앉아 문을 내려 닫은 뒤 왼쪽에 있는 사이드를 내렸다. 하지만 웬걸, 사이드가 꼼짝도 하지 않는다. 트위지는 창문이 없는 상태로 출고되는 탓에 도난 방지 등을 이유로 시동이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이드가 작동하지 않는다.

시동을 건 뒤 사이드를 내리고 변속기를 찾았지만 일반적인 차량 위치에는 보이지 않는다. 운전대 왼쪽에 ‘D, N, R’ 세 가지 기어 버튼이 심플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변속기가 버튼 형태여서 전진을 하려면 ‘D’, 후진을 하려면 ‘R’을 누르고, 다시 전진을 하려면 또다시 ‘D’를 누르면 됐다. 놀이동산에서 타는 범퍼카같은 느낌이다. D를 누르자 계기판에 ‘GO’라는 안내가 나왔고, 가속페달을 밟자 차가 앞으로 나갔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달라 좀 더 깊이 밟아야 차가 앞으로 나갔다. 처음에는 시동이 걸려 있지 않나 의심이 될 정도로 깊게 밟아야 했다. 차량이 출발할 때 가장 놀란 것은 진동과 소음이었다. 운전대에 앉기 전 차량 외부에서 봤을 때는 시동이 걸렸는지 의심할 정도로 조용했고, 움직일 때도 소음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오히려 차량 내부가 더 시끄러웠다.


르노삼성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KT 민간기업 최초 업무車 활용

차문 위로 들어올리는 ‘걸윙도어’
운전대 왼쪽 자동변속기어 버튼
파워핸들 아니지만 큰 힘 안들어

완만한 오르막길 멈췄다 출발시
가속페달 충분히 밟아야 안밀려

차량내부 소음은 생각보다 심해
히터·에어컨 없이 출고돼 아쉬움



운전대를 잡고 돌리자 파워핸들이 아니었다. 차량 자체가 무겁지 않아 그렇게 힘이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핸들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운행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순간 가속이었다. 시청 별관을 나와 인근 CBS대구방송 앞에서 유턴을 했다. CBS대구방송에서 시청 별관 방향의 약간 오르막길에 신호대기를 위해 섰다. 오르막인지 인지하기 어려운 정도였지만, 출발 시 가속페달을 제때 충분히 밟아주지 않으면 바로 뒤로 밀렸다. 앞에 차량이 없어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가속페달을 밟았다. 100m정도밖에 안되는 짧은 구간이었지만 이내 계기판의 속도가 55㎞를 찍었다. 1인용 차량이라 누군가 측정해 줄 수 없었지만 심리적인 기준으로는 50㎞까지 도달하는데 2초도 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런 탓에 전기차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따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서지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할 정도였다.

30분가량 주행을 하고 난 뒤 느낀 점은 운전석이 생각보다 넓었고, 자동차라기보다 4륜 오토바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다. 초소형 자동차로 사실상 1인용이라는 인상이 강했지만 뒷좌석이 있어서 2명이 타는 것도 가능은 하다. 스피커, 에어백, 상단 글러브박스 등도 마련돼 있었고, 계기판은 현재 차량의 충전상태와 속도를 보여 주는 등의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출고 당시에는 차문의 유리가 없다는 점과 공조시스템, 즉 에어컨과 히터가 없다는 것이다. 튜닝업체들이 작업을 통해 창문과 공조시스템을 보완한다고 해도 여전히 차체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빈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차문에 유리가 없는 상태로 출고되는 탓에 손잡이가 따로 없어 밖에서 차문을 열 수 있는 길이 없다. 열린 창문 너머로 손을 넣어 차량 내부에 있는 문고리를 젖혀 차 문을 여는 식이어서 튜닝을 통해 창문을 달면 차문을 어떻게 여는지는 아직도 의문이 남는 상황이다.

한편 트위지는 스페인에서 만들어 완성차 형태로 국내에 수입된다. 최고속도는 80㎞이며 주행거리는 60.8㎞다. 배터리 용량은 6.8kWh, 충전은 일반 220V 콘센트를 통해 완충 시까지 2시간가량 소요된다. 배터리 보증 기간은 3년에 5만㎞다.

보급 가격은 1천550만원이지만, 총 1천78만원(국비 578만원, 시비 50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만큼 자부담 472만원으로 구입할 수 있다. 또 취득세(200만원), 개별소비세(200만원), 교육세(60만원) 등 차량 구입 시 세금 전액을 감면해 준다.

하지만 신천대로 등 대구지역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운행할 수 없다. 경찰청과 국토교통부가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초소형 전기차 주행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혀서다. 운행이 전면 금지되는 곳은 신천대로를 비롯해 신천좌안도로, 도시고속도로(남대구IC~서대구IC), 범안로, 앞산터널로, 테크노폴리스로, 서변대교~동서변택지개발지구 등 총 8곳의 자동차 전용도로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노인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