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댄서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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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4   |  발행일 2017-04-14 제42면   |  수정 2017-04-14
하나 그리고 둘
눈 즐겁고 속 시원한…자동차 액션의 끝판왕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눈 즐겁고 속 시원한…자동차 액션의 끝판왕


20170414

새로운 액션영화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살벌한 시장에서도 계속 제작되고 명성을 이어가는 시리즈물들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잘 구축된 주인공 캐릭터(들)와 그 시리즈가 추구하는 명확한 액션의 콘셉트, 시리즈마다 변형되어 등장하는 악당의 매력 등이 그것이다. 2001년에 첫선을 보인 후, 어느덧 여덟 번째 신작을 내놓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이런 요소들을 잘 갖춘 좋은 모델이다. 스피드와 스릴에 있어서는 이미 정평이 나 있지만, ‘더 익스트림’이라는 부제답게 이전까지 보여주었던 액션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공들여 찍은 장면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2001년 시리즈 첫선…16년 만에 8번째 블록버스터
얼음판 위 車 추격신과 슈퍼제트 내 액션장면‘백미’
캐릭터에 최적화된 배우·유머러스한 대사도 볼거리


영화의 첫 시퀀스, 자동차경주부터 인상적이다. 쿠바 아바나로 여행을 떠난 ‘도미닉’(빈 디젤)이 사촌동생을 괴롭히는 건달과 벌이는 시내 자동차경주는 이 시리즈의 출발점인 속도의 쾌감을 잘 보여준다. 아스팔트를 녹일 듯 이글대는 아바나의 뜨거운 태양과 응원하는 젊은이들의 열기까지 말 그대로 불이 붙은 채 질주하는 도미닉의 차에 마력(馬力)을 더한다. 쿠바에서 가장 느린 차를 가장 빠른 차와 대등하게 몰아서, 예정된 대로, 상대편의 반칙에도 불구하고 먼저 결승점에 도착하는 영웅의 짧은 여정은 영화 전체의 서사를 축소한 것과도 같다. 마치 “자, 이제 ‘분노의 질주’가 시작됩니다. 안전벨트를 매주세요”라고 안내하는 듯한 멋진 도입부다. 그런데 이 시퀀스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도미닉이 불 붙은 차로부터 탈출하는 장면은 절정부 액션신에서 유사하게 반복되어 그가 쿠바에서 예행연습을 제대로 거쳤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여기에 함께 경주를 벌였던 쿠바인까지 플래시백으로 잠깐 삽입시킴으로써 서사는 단단해지는데, 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개연성과 응집력을 잃어버리는 다수의 블록버스터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도미닉이 해킹의 신으로 불리는 첨단 테러 조직의 수장 ‘사이퍼’(샤를리즈 테론)의 계략에 휘말려 그녀와 한 편이 되자 ‘루크’(드웨인 존슨), ‘레티’(미셸 로드리게즈), ‘로만’(타이레스 깁슨) 등은 이들을 막기 위해 다시 뭉친다. 사이퍼에게 협조할 수밖에 없는 도미닉의 절박한 상황, 예전 동료들에 맞선 비정한 싸움이 몇 차례 반복되는 가운데 전투는 더욱 치열해지고 루크 일행은 조금씩 승리에 다가선다. 영화의 백미는 얼음판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추격신과 사이퍼의 은신처인 ‘슈퍼제트’ 안에서의 액션이다. 일부러 대비시킨 두 개의 공간 중 밝고 탁 트인 지상에서의 싸움은 스피드가, 공중에 떠 있는 어둡고 제한된 슈퍼제트에서의 싸움은 스릴이 좀 더 강조되어 있다.

사이퍼 역의 ‘샤를리즈 테론’, 전편에 이어 ‘제이슨 스타뎀’까지 합류한 화려한 출연진은 다들 이름값을 해내지만, 그 중에서도 고정 출연해온 배우들은 이제 이 시리즈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캐릭터와 붙어 있다. 남다른 액션을 소화해 내는 ‘빈 디젤’과 ‘드웨인 존슨’은 배우에게 있어 타고난 외양, 육체적 우월함이 얼마나 절대적인 것인지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여전사로 분했던 샤를리즈 테론은 지적이고 냉철한 악역에도 잘 어울린다. 그녀의 조각 같은 이목구비 사이에는 어떤 남성들과의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가 넘친다. 가족에 대한 사랑, 동료 간의 우정이라는 오래된 동기와 주제는 특별할 것이 없지만, 시각적 쾌감은 물론이요 개성 있는 캐릭터들과 유머러스한 대사들까지 즐길거리가 풍성한 작품이다. (장르: 액션,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6분)


댄서
천재 발레리노가 무용계 이단아가 되기까지


20170414

우크라이나 출신의 ‘세르게이 폴루닌’은 열아홉 살에 영국 로열 발레단의 최연소 수석 무용수가 된 천재적 발레리노다. 그러나 그가 만들어내는 무대 위에서의 완벽한 모습 이면에는 금방 부서질 것만 같은 여리고 연약한 소년의 모습이 있다. ‘댄서’는 세르게이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주변인들의 인터뷰와 함께 담백하고 솔직하게 엮어낸 다큐멘터리다. 아직 20대 후반에 불과한 한 청년의 드라마틱한 인생이 85분 안에 밀도 있게 담겨있다.

어릴 때부터 유연하고 춤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아들 세르게이에게 엄마 ‘갈리나’는 발레를 시키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넉넉한 형편이 아닌 세르게이의 식구들은 돈을 벌기 위해 흩어져 살면서 그를 뒷받침할 수밖에 없다. 폴루닌은 부모님, 할머니들과 행복하게 보냈던 유년 시절을 그리워하며 꼭 성공해서 가족들과 함께 살겠다는 목표를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결국 그는 영국에서 대스타가 되지만, 공연 전 무단이탈, 문신, 약물 등 갖가지 스캔들에 휩싸여 ‘발레계의 배드보이’라는 별명을 얻더니 어느 날 돌연 탈단까지 선언한다. 목표가 사라져버린 스물 두 살의 청년에게는 발레보다 자유가 더 목말랐던 것이다. 눈 쌓인 거리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뛰어다니다 눈 속에 몸을 파묻는 그의 모습은 너무 순수해서 뭉클하다. 관객들이 보는 것은 위대한 발레리노가 아니라 완전한 자유 속에서 자아와 마주보길 갈구하는 평범한 한 인간일 뿐이다. 영화의 후반부는 이처럼 세르게이의 인간적인 고뇌와 방황을 드러내는데 주력한다. ‘댄서’가 범인(凡人)들의 공감을 얻는 것은 천재의 성공스토리가 아닌 바로 이런 부분에서일 것이다. 아무 의심 없이 걸어왔던 인생길에서 한 걸음 물러나 방향과 위치를 확인하는 점검의 시간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 다가오기 때문이다.


英 로열발레단 최연소 수석무용수 세르게이 폴루닌
20대 후반 현재까지 삶을 측근 인터뷰와 엮은 다큐
은퇴 준비중 촬영한 영상 등 인간적 고뇌 고스란히



세르게이의 복잡한 내면을 탐색하던 영화는 절정부에 그가 은퇴를 준비하면서 촬영한 ‘Take me to the Church’ 영상을 그대로 삽입시킨다. 2015년 유튜브에 공개되자마자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이 영상에는 다시, 왜 그가 ‘댄서’일 수밖에 없는지 보여준다. 비상한 재능뿐 아니라 각고의 시간이 쌓아올린 기교, 완벽을 향한 열정은 어떤 고귀한 숙명과도 닿아있다. 허핑턴포스트 US가 극찬한 ‘인간의 육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상의 아름다움’이 담긴 이 춤이야말로 가감 없는 세르게이 폴루닌 자신이 아닐까.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85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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