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공약은 어디 있나?

  • 박종문
  • |
  • 입력 2017-04-14   |  발행일 2017-04-14 제23면   |  수정 2017-04-14

제19대 대통령선거 D-30일이었던 지난 일요일(9일) 모처럼 집에서 쉬면서 각 당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이나 한 번 알아보자고 노트북을 켰다. 먼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정책선거를 추구하는 만큼 일목요연한 각 후보들의 정책이 담겨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이리저리 살펴봤으나 결과는 대실망이었다. 그나마 얻을 수 있는 정보는 20명 정도 되는 예비후보자 인적사항이 전부였다. 현재 주요정당 후보자들의 공약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각 당 홈페이지를 뒤져보기로 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를 보니 별내용이 없다. 언론에 간간이 보도되는 공약조차 확인하기 어려웠다. 후보자 일정, 토론자료, 언론보도 내용이 후보자와 관련된 내용의 전부였다. 국민의당도 더불어민주당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두 후보가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지지세력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의도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구체적인 공약이나 정책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반면 5강 중 나머지 세 후보 정당의 홈페이지는 비교적 정책과 공약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자유한국당은 가장 늦게 대통령 후보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수정책, 국방정책, 복지정책, 검찰개혁과 관련된 공약을 실어 놓았다. 바른정당은 홈페이지에 공약을 가장 잘 정리해 놓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외교·안보를 비롯해 복지정책, 칼퇴근법, 일자리정책, 육아휴직 등을 종편의 인기정치토크쇼 프로그램 형식으로 설득력있게 다듬어 놓았다. 정책 구체화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정의당도 지난해부터 구체화해오고 있는 정책인 복지임금 100만원, 국민평균 월급 300만원, 한국형 모병제 국방개혁, 공천무한책임제 등과 후보의 대선공약인 교육, 국방, 미세먼지, 농업법, 보건의료 등에 대한 내용을 실어놓았다.

다행히 이날 이후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는 홈페이지에 구체적인 공약을 하나둘씩 올리기 시작했지만 아직 코끼리 뒷다리 만지는 느낌이 든다. 중앙선관위가 10강 후보에 대해 지난 10일까지 10대 공약을 제출해 달라고 했는데 1명도 제출 안했다고 한다. 지역구도가 허물어진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들의 공약은 유권자들의 판단에 중요한 근거다. 공약도 모른 채 예전처럼 후보 얼굴만 보고 찍으라는 건지. 선거과정이 예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어 실망이 앞선다. 박종문 교육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