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잇단 매각 인터불고그룹 ‘위기’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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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2 07:37  |  수정 2017-04-12 07:37  |  발행일 2017-04-12 제16면
20여개사 거느렸던 중견그룹, 수산업 쇠락·무리한 투자로
인터불고 대구·경산CC 매각…호텔 엑스코는 매물로 내놓아
계열사 잇단 매각 인터불고그룹 ‘위기’
대구시 북구 호텔인터불고 엑스코 전경. <영남일보 DB>

한때 2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구 대표 기업으로 승승장구하던 인터불고 그룹이 주요 계열사인 만촌동의 ‘호텔인터불고 대구’에 이어 ‘인터불고 경산CC’까지 매각하면서 좌초위기에 몰려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인터불고 그룹은 1979년 창업주인 권영호 회장이 폐선 한 척을 사업기반으로 출발해 1980년 인터불고 S.A.를 설립, 원양어업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한국·스페인·앙골라·네덜란드·프랑스 등 국내외에서 원양수산·호텔·유통·건설·스포츠레저 사업을 벌여 한때 원양 어업(<주>인터불고), 골프(인터불고 경산CC), 건설(인터불고건설), 스포츠마케팅(IB월드와이드), 엔터테인먼트(인터불고기획) 등 2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그룹으로 성장했다. 스페인어로 ‘화목한 마을’를 의미하는 사명 ‘인터불고’처럼 회사는 평화롭게 성장했다.

울진 출신의 창업주 권 회장도 폐선 한 척을 밑천 삼아 세운 업체를 국내 3대 메이저 원양어업 기업으로 키운 입지전적인 인물로 이름을 떨쳤다. 권 회장의 성공 스토리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2015학년도 고등학교 인정 교과서 ‘진로와 직업’에 그의 스토리가 수록된 것. ‘성공한 직업인의 특성’ 코너에서 권 회장은 3천만원짜리 낡은 선박 하나를 사들여 해외에 진출해 결국에는 연매출 1조원의 글로벌 기업을 이뤄낸 인물로 소개됐다.

권 회장은 스스로는 자린고비처럼 검소했지만 사회공헌활동에도 열심이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업인으로 꼽혔다. 계명대에 200억원대 칠곡군의 임야를 기부하기도 했고, 동영장학회를 설립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애국가 작곡자인 고(故) 안익태 선생 스페인 유가(遺家) 매입 기증 등 나눔에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대구와는 파크호텔을 인수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파크호텔을 사들이고 별관을 증축해 2001년 지역 최초의 특1급 호텔 ‘호텔 인터불고 대구’ 시대를 열었다. 이후 지역에서 ‘인터불고 경산CC’ ‘호텔 인터불고 엑스코’ 사업도 했다.

하지만 모사업인 원양·수산업의 쇠락과 무리한 경영, 차입 경영에 따른 금융 부담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회사는 점점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급기야 2015년에 호텔인터불고 대구는 문을 연 지 14년 만에 <주>즐거운세상(바르미칼국수)에 매각됐다. 즐거운세상은 당시 호텔인터불고 대구의 호텔 관련 경영권과 부동산 등 시설 일체를 1천25억원에 인수했다. 이에 더해 9일 인터불고 경산CC도 1천900여억원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인터불고 건설 등도 사실상 넘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인터불고 그룹에 남은 사업은 호텔 인터불고 엑스코를 비롯해 부산 냉동공장, 호텔 인터불고 원주(CC 포함), 동영재단 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업은 여의치 않은 상태다. 호텔 인터불고 엑스코는 매물로 내놓았고, 호텔 인터불고 원주의 경영상태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호텔 인터불고 엑스코의 경우 지난해 의료기관 컨소시엄과 매각을 진행한 바 있으나 성사되진 못했으며, 지금도 끊임없이 매각설이 나돌고 있다.

인터불고 그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모 사업인 수산업 위기와 무리한 투자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인터불고 그룹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면서 “창업주인 권영호 회장은 검소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하신 분인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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