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이 살아남으려면 재능기부를 꼭 해야해요”

  • 글·사진=조경희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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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2   |  발행일 2017-04-12 제14면   |  수정 2017-04-12
오카리니리스트 김준우 교수
한달 30회 중 40% 봉사 공연
20170412
오카리니스트 김준우씨가 시인보호구역이 마련한 ‘봄날 기획전’ 개막식에서 시인 구광렬의 시 ‘고백과 고백 사이’를 배경으로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다.

“예술인이 살아남으려면 재능기부를 꼭 해야 해요. 재능기부는 시식 같은 것입니다. 마트에 가면 음식을 먹어보고 맛있으면 사는 것처럼 연주도 마찬가지입니다. 들어보고 좋으면 저를 불러주니까요.”

봄기운이 완연했던 4월 초 대구시 북구 칠성동의 한 카페. 김준우씨(39·대신대 오카리나 전공 교수)가 간이 무대 위에 올라 두 손으로 오카리나를 꼭 감싸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숨을 고르더니 어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카리나의 울림통을 통해 흘러나오는 선율은 관객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날 시인보호구역이 주최한 ‘봄날 기획전’ 개막식에서 김씨는 시인 구광렬의 시 ‘고백과 고백 사이’를 배경으로 잔잔한 선율을 선사했다.

한 달 평균 30회 정도 공연을 갖는 그는 그중 40%를 재능기부로 채운다. 처음엔 닥치는 대로 재능기부 공연을 했지만 지금은 ‘골라서’ 한다. 관객이 즐겁고 연주자가 빛나는 재능기부가 가치 있다고 생각한 것. 그는 자신의 연주활동 원동력이 재능기부라고 단언한다.

원래 클라리넷을 전공한 김씨가 오카리나에 빠지게 된 것은 13년 전 우연히 오카리나 특유의 원시적 음색을 접하면서다. 특유의 소리에 빠지면서 그는 오카리나를 자신의 악기로 삼고 평생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마음속을 파고드는 오카리나의 소리는 연주하면 할수록 계산되지 않은 원시적 음색을 발견하게 한다”고 들려줬다.

작고 여린 오카리나는 ‘벌거숭이’ 같던 김씨의 음악적 본능도 일깨웠다. 그는 더 나아가 오카리나 디자인에 손을 댔다. 자신이 원하는 음색을 위해 직접 제작하기에까지 이른 것이다. 오카리나의 장점은 언제 어디에서든 즉석에서 연주가 가능하다는 점. 그는 “카페, 장애인 시설, 약령시축제장, 거리 등 어떤 자리에서도 오카리나만 있으면 연주가 가능하다”며 “특히 오랜 재능기부 공연은 어떤 무대에도 오를 수 있는 바탕이 됐다”고 했다.

김씨에겐 꿈이 하나 있다. 대구시민을 상대로 1인 1악기 보급에 앞장서는 것. 지난 2월 열린 대구시민 주간 선포식에서 그 첫걸음으로 400명 오카리나 합주를 무대에 올렸다. 그는 “광주에서 1인1악기 운동의 하나로 시민 2만명이 대합주를 펼치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 대구에서도 그런 대합주 무대를 갖고 싶다”며 “대구스타디움을 통째로 빌려 오카리나를 매개체로 시민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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