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TK 범보수진영의 ‘各自圖生’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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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1   |  발행일 2017-04-11 제30면   |  수정 2017-04-11
대선투표 20여일 남겨놓고 세 갈래로 찢어진 범보수
어차피 성공 못 할 바에야 내 정치나 하자는 것인가…합심해 공멸 위기 탈출을
[화요진단] TK 범보수진영의 ‘各自圖生’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문다.’ 19대 대통령 선거전을 치르고 있는 TK 보수진영에 이처럼 딱 들어맞는 말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TK 연고를 내세우고 있는 범보수 진영의 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 두 후보의 지지율은 진보와 중도를 각각 대표하는 문재인(더불어민주당)·안철수 후보(국민의당)에 비해 형편없는 지지율을 기록중이다.

이 같은 상황이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자 중도·보수성향 단체들이 발벗고 나섰다. 대한민국국민포럼과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등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이 “대한민국의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중도·보수성향 후보들의 단일화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모임에는 백성기 전 포스텍 총장과 이각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등 원로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각계각층의 거센 요구에도 불구하고 유 후보는 홍 후보의 무자격을 지적하며 ‘독자 노선’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홍 후보는 바른정당 지도부와 접촉하면서 유 후보의 중도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홍-유’가 보수적통 논쟁에 열을 올리는 사이 TK 보수 진영 대선후보 한명이 더 나오게 됐다. 대구권의 조원진 의원(달서구병)이 홍 후보의 바른정당 합당 추진에 반발해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조 의원은 조만간 친박 단체들이 최근 창당한 신생 새누리당에 입당해 대선 후보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 선거를 20여일 남겨놓고 범보수 진영은 결국 세 갈래로 찢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및 구속과 아울러 10년 주기의 정권교체 분위기 때문에 좌파로 확연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된 대통령 선거가 홍준표-유승민-조원진으로 대표되는 범보수 진영의 ‘각자도생’까지 겹치면서 이미 볼 장을 다 본 느낌이다.

이 때문에 보수진영에서는 세 사람이 ‘어차피 성공 못할 바에야 내 정치나 하자’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진다.

일각에서는 홍-유 후보 모두 이번 대선은 사실상 포기하고 5월 이후에 당을 장악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추측이 난무한다. 조원진 의원에 대해서도 3년 남은 다음 총선에서 한국당의 공천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을 감안해 대중적 존재감을 키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낸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정권을 내주고 나면 세 사람 모두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모두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난다는 의미다.

이전 정부에서 과거청산을 중시했던 좌파 진영은 이번 대선전에서도 선거전의 최대 화두로 적폐청산을 내걸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박근혜정부 부역자 처단’ 운운하는 소리도 들린다. 오죽했으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회의 대표가 대선 출마를 천명하면서 문재인 후보를 향해 “위기 상황을 수습할 대통령을 뽑는 것인데, 지난 세월이 모두 적폐라면서 과거를 파헤치자는 후보가 스스로 대세라고 주장한다”며 직격탄을 날렸을까.

대구·경북은 이른바 보수의 아성이요, 이명박·박근혜정부 탄생의 주역이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자칫하다가는 단지 ‘TK’라는 이유로 핍박을 받고, 크고 작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고난의 시기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의 실패’로 공멸의 위기에 놓인 TK 지역에서 범보수 진영이 대선 이후 정치적 입지 계산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유권자들은 표로 응징할 수밖에 없다.

지역 정치권의 한 원로 인사는 “범보수 진영은 TK 유권자들이 ‘전략투표’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해야 한다”면서 “이번 대선전에서 범보수가 결국 갈가리 찢어져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눈다면 지역 유권자들을 배반하는 것이고, 그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보수 후보들이 ‘후보 단일화’요구를 조속히 수용하고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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